작성자 | drakegog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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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7-12 00:51:27 KST | 조회 | 883 |
제목 |
난 대체적으로 운이 없는 편이지만,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서는 운이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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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면접하니까 갑자기 떠오른 건데,
내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이제 중학교 진학하려 할 때, 진학할 중학교가 추첨으로 정해짐.
그 때 당시엔 뭐 남녀공학 이런것도 거의 이제 막 생길까말까 할 정도로 생소한 존재였음.
그래서 남자는 남중 세 곳 중 하나, 여자는 여중 두 곳 중 하나로 정해졌는데,
난 남중 세 곳 중 그나마 괜찮은 곳에 걸림. 그것도 다른 두 학교는 한 반에 각각 9명씩 뽑혔는데 이 학교는 불과 4명만 뽑혔음.
가서보니 나름 역사도 100년이 넘는 학교였더라.
(근데 내 졸업하고 학교 이사하더니 살인 사건 터짐)
그리고 이제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할 때가 옴.
초딩 때는 그냥 무조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뺑뺑이였던 반면에, 고등학교는 내가 1,2,3지망을 써서 넣을 수 있었음.
난 그냥 내 집 가까운 남고 공립 학교 넣음. 근데 여기 경쟁이 10대 1.
학교가 개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단순히 학교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고 그 일대에 마땅한 남고가 없어서 경쟁률이 높았음.
근데 운이 좋았는지 1지망에 바로 걸림. 덕분에 가까운 학교 잘 걸려서 다른 애들보다 잠 좀 더 잘 수 있었음.
뭐 여기까지야 그저 그런 수준이고 이제부터가 중요한 국면.
대학 진학하려는데, 당시에 내가 뭔 미친 바람이 불었는지 되도 안한 주제에 수시를 준비했음.
참고로 문과임.
대충 점수 맞춰서 각 학교의 가장 점수대가 낮은 과(대충 철학과 사학과 이런 쪽)에 지원함. 되도 안하게 서울권 몇 개 넣었다가 개박살 나고, 부산대 부경대 동아대에다 넣음.
역시 점수 맞춘다고 부산대도 한문학과 넣고, 이제 부경대 쓰려는데,
갑자기 무슨 신의 계시를 받았는지 사학과 대신에 일어일문과 넣음. 내 평점이 전년 대비 10점이나 낮았는데도 그렇게 넣음. 솔직히 지금도 내가 왜 여기에다 넣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뜬금없었음.
그러던 와중에 드디어 수능을 쳤는데, 수능당일 목감기 걸려서 개망함.
길 가다 현기증 때문에 쓰러질 뻔했고 한쪽 귀 막혀서 언어 영역 듣기도 제대로 안 들릴 정도였음.
망했네... 하고 있는데
부경대 1차 붙었네?
??
그리고 면접을 봄.
뭐 몇 개 질문항목이 있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건 출산휴가를 남성에게도 줘야 한다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거신병이 벌레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이 박력 넘치고 좋았다.
정도.
그러고 나왔는데 수시가 떡 붙어버렸네?
정시로는 동아대도 못 갈 정도로 망했는데 운이 좋았음.
만약 내가 그때 일문과 안 넣고 사학과 넣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안 감.
여튼 그렇게 어찌어찌 대학을 왔지만, 결과적으로 일어가 내 적성에 맞았음. 다른 과 갔으면 나랑 안 맞다고 공부도 안했을 듯.
자, 이제 대학을 왔으니 군대를 가야제?
어릴 때 중증근무력증을 앓았던 적이 있어서 어쩌면 면제 받을 수 있을 지도 몰라!
라고 했지만 그딴 거 없고 2급 판정받고 현역.
(심지어 2급 받은 것도 안경 때문)
안 그래도 저질 체력이라 육군 가면 진짜 죽을 것 같아서 공군 넣음.
그 때 장거리 달리기 테스트가 있었는데, 김해 공군기지에서 죽자 살자 뛰어서 딱 10초 남기고 간신히 들어왔던 게 기억남.(그러고보니 그때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하던 날이었다.)
그리고 일반 직종으로 입대함.
이제 특기를 정해야 하는데, 일반 직종에서 가장 좋았던 건 총무랑 보급 정도.
그거 못 되면 헌병 급양 방공포로 죄다 빠지는 게 일반 직종.
근데 내가 보급 걸렸네? 세상에 이런 횡재가.
공군 가신 분들은 알겠지만, 공군은 자기 노력여하에 따라 자대를 선택할 수 있음. 나야 뭐 당연히 집 가까운 김해를 노림.
근데 딱 내 기수 때 경남 지역 TO가 대박이 터짐. 그때 김해 쪽만 TO가 8개 남.
무난히 김해로 자대 배치.
휴가 나올 때 택시타고 10분이면 집에 도착함. 개꿀.
솔직히 군 생활은 우여곡절이 지1랄 같이 많긴 한데 대충 패스.
이제 군도 제대 하고 대학도 졸업했으니 직장을 구해야제?
그 때 내 꿈이 라이트노벨 작가였음. 그래서 나름 해보겠다고 라놉만 600권 쯤 읽고, 어휘 늘리겠다고 나만의 사전도 만들고 한창 준비함.
즐겨찾기에다 웬만한 라이트노벨 출판사 사이트 등록해놓고 있는데,
'경력 안 따지고 번역가 모집합니다.' 란 공고를 우연히 봄.
한 번 해볼까? 해서 메일 보냄.
'안녕하세요? 번역가 모집 공고보고 연락드렸습니다. 꼭 하고 싶습니다.' 진짜 이 말 밖에 안 했는데
지금은 라이트노벨 번역가가 됨.
라놉 작가 할 거라고 준비했던 것들이 지금의 밑천이 될 줄 누가 알았으리오.
근데 언젠가는 내 책을 내고 싶기는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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