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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래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아버지와 함께 시청할 기회가 있었다. 아버지는 감상 직후 무언가 불편한 듯하였다. 나는 그때에는 의아해하였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아버지는 이 영화에서 일하는 중산층의 어둡고도 슬픈 운명을 본 것이다.
애드리언 툼즈 씨는 원하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의 아내와 그의 딸을 먹여 살리고, 그들의 머리 위에 지붕을 씌우며, 겨울에는 따뜻한 중앙난방이 들어오는 집에서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는 이를 위해 착실히 살았다. 그리고 어느새 그만의 사업채를 가진 어엿한 창업가가 되어 있었다.
이러한 창업 정신은 자유 시장의 필수 불가결한 성장 동력원이다. 툼즈는 폐허가 된 자유세계와 시장 문명의 수도라 할 수 있는 뉴욕이 폐허가 된 것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을 것이다. 그 또한 사업가가 아니었는가? 그는 이 위대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시와 합법적인 계약을 맺었다. 그 또한 뉴욕과 조국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리라. 하지만 대자본과, 이와 결탁한 비대해진 정부는 그의 꿈을 짓밟았다.
툼즈 씨는 분명 정부 기관과 합법적인 계약을 맺었다. 계약은 문명 세계의 기반이 되는 발판이다. 암묵적으로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사회적 계약에서부터 고용주와 고용인이 맺는 고용계약까지 모두 현대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어겨져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이를 비웃듯 무참하게 짓밟았다. 대통령의 행정 명령 하나가 한 남자가 일생 동안 쌓아 온 것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리고 토니 스타크로 대표되는 대자본은 이를 뒤에서 조종했다.
애드리언 툼즈에게 남은 옵션은 없었다. 그는 아버지였다. 그는 가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장이었다.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가 좌절한다면, 그가 주저앉는다면 굶주리는 것은 그의 어여쁜 갓난 딸일 뿐이다. 대자본과 그들을 저버린 정부는 비웃기만 할 뿐이다. 툼즈는 결심을 해야 했고, 그는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창업자적 소질을 이용하여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물론 툼즈가 저지른 일은 불법이다. 그건 변함이 없다. 하지만 애드리언 툼즈가 과연 법을 지킬 의무가 있었을까? 대자본에 조종되는 정부는 그와의 계약을 저버렸다. 정부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법치주의를 무참히 파괴한 것이다. 신뢰를 저버린 것은 그들이다. 배신당한 것은 애드리언 툼즈이자, 그가 대표하는 모든 소시민 창업가와 모든 노동하는 중산계층 국민들이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정부는 존속할 가치가 없다.
토니 스타크와 정부 관료들이 합작하여 만든 집단 Department of Damage Control은 외계 물질들을 수집할 뿐이다. 그리고 거대 무덤 속에 묻어 둔다. 그 보물들은 마치 왕릉에 갇힌 보검과 왕관처럼 썩어갈 뿐이다. 이는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못한다. 이는 공산주의이다. 그렇기에 죽음이다. 애드리언 툼즈는 이를 해방 시키어 자유 시장의 품으로 돌려보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소시민은 거대 자본과 정경유착이란 악의 세력 앞에서는 너무나도 무력했다. 그는 21세기의 로빈 훗이자, 중산층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가 지키고자 한 바로 그 가치 -- 창업정신, 자유시장, 공정무역, 그리고 작은 정부! 이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을 젊은이었던 피터에게 무참하게 짓밟히고 만다. 이렇게 중년 아버지는 추락하고, 그의 가족은 몰락한다.
아 스파이더맨! 그는 리즈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그의 진정한 사랑은 캐런이다. 그의 수백억짜리 슈트인 것이다. 이 수백억짜리 슈트로 그는 거대 자본의 망나니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맞서 싸운 것은 허상일 뿐이며, 그의 행위는 배신일 뿐이다. 그의 배신으로서 그는 그가 그토록 고대하던 슈트를 얻었다. 그리고 중산층의 꿈을 무너뜨리고, 대자본의 족쇄를 자기 발목에 채우게 된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흘러, 그 또한 아버지가 된다면 그는 거울을 보고 애드리언 툼즈를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