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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아이덴타워
작성일 2017-10-12 03:06:15 KST 조회 2,052
제목
주차장 수신호 경험담

좀 깁니다.

 

마음이 아려서 잠을 못 지새우다 못해 결국 자판을 두드리는군요.

 

 

본인은 작년 12월 말에 입사하여 금일 퇴사하게 됐습니다. 기간으로 치면 9개월하고도 2주 정도 되는 군요.


월~금 주 5일 근무였고, 오픈은 오전 11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9시 30분 경에 종료. 마감은 12시에 시작해서 오후 10시 경에 끝났습니다.

월급은 144만원이었으며 연금을 빼면 입금되는 건 약 131만원 정도 됩니다.

장점

일단 출근 시간이 무척 널널한 건 편합니다. 오픈조도 오전 11시까지니 원 없이 늦잠자도 지각할 일은 어지간하면 없어요.

일 자체는 까다롭지 않습니다. 보행자가 주차장 출구를 지나가는데 차가 주위를 지나간다면 경고를 드리거나, 차가 나오거나 차가 지나갈 때 서로 부딪칠 거 같으면 한쪽을 막거나 신호를 보냅니다.

처음 할 때는 조금 헷갈려서 민첩하게 움직이기에는 어색합니다만, 어떻게 하든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움직이기만 하면 되니 객관적으로 난이도가 어려운 건 아닙니다.

그리고 관리자 분들이 근무자들(사무실 안에 수신호 외에도 주차장 정산과 백화점 매장 보안 직원들도 있습니다.) 에게 친절하셨습니다. 적어도 제가 겪은 일 중에 관리자 분들에게 불만스러운 일은 없었습니다. 소장님이 특히 친근하게 대해주십니다. 간식이나 식사 등을 사적으로 근무자들에게 사주기도 하십니다.

1시간 일하고 1시간 쉬는 구조입니다. 쉬는 시간 동안에는 어디를 가든, 뭘 하든 자유입니다.


단점

야광봉을 들고 휘두르는 동작이 평상시에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굉장히 힘들겁니다. 저는 완전히 적응하는 데에 2주 이상 걸렸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동안 활동량이 은근히 많습니다. 가만히 서서 신호만 보낸다고 사람이나 차들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걸어가서 몸으로 막고 신호를 보내서 다른 한 쪽을 보내는 일을 반복해야 하거든요.

보기보다 육체적 피로가 꽤 됩니다. 그래도 이건 월급 받을 만큼 일해본다면 금방 익숙해지는 문제입니다.


주 5일 근무라고는 명시되어 있지만 휴무가 한 달 4번만 인정되기 때문에 한달이 다섯 주가 되는 경우에는 토요일에 한 번 나와야 합니다. 사실상 매달 한 번은 토요일에도 나와서 일해야 하는 셈이죠. 주말 담당 수신호 파트가 펑크나거나 한다면 땜빵 투입되기도 했고요. 한 3연속으로 땜빵 나가면서 일요일만 쉬면서 일하려니 미칠 거 같더군요. 특히 토요일에는 차가 미친 듯이 몰려오니까 더 힘들어요.

일단 지금은 주말 수신호가 구해져서 땜빵 나갈 일은 없겠지만, 경험상 주말 파트를 학생들이 맡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한 번 월급 받고 튀어나가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주말에 따로 모집하는 주차장 안내담당으로 나간 학생들을 돌려가면서 메꾸기도 합니다.

명절이나 공휴일 개념이 없습니다. 추석 연휴 내내 계속 일했습니다. 설 때도 나왔고요.

특근 수당 없습니다. 설하고 추석 때 나주 배 선물 세트를 받기는 했네요. 한 10kg 가까이 되서 들고가기 힘들었습니다.

날씨 수당 없습니다. 날씨 수당은 조금 불확실한 정보인데 제가 듣기로는 다른 백화점에서는 폭염 주의보나 폭우가 내리거나 혹한이 오는 열악한 날씨에는 보너스를 준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저희는 없었어요.

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야외에서 일하는 직종이 다 그렇지만 날씨의 영향을 엄청 받습니다.

겨울은 설명할 필요가 없죠. 안에 내복을 2겹으로 입고 셔츠 위에 깔깔이도 입고 핫팩도 붙이고, 목토시에 귀마개를 하고 양말도 2겹으로 신어보는 등 온갖 수단을 써서 완전무장을 해도 근무 교대 시간 쯤 되면 얼어죽기 직전 상태가 됩니다.

도저히 주체가 안 될 정도로 너무 추웠던 날은 출구 안쪽에서 바람을 피하면서 일을 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핫팩은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그런지 기본 지급됩니다.

봄에는 황사랑 미세먼지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네요. 가뜩이나 주차장 출구라서 공기 상태가 안 좋은데 2배로 안 좋아져요. 공기 중에 먼지가 어찌나 많은지 햇살 좋은 날에는 황금색 커튼이 보여요. 먼지 덩어리가 민들레 씨처럼 날아다니는 것도 보이고요.

또 백화점의 환풍구 배출기가 또 주차장 출구 근처라서 매장 안에서 조리하는 온갖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매주 식품 코너 메뉴가 바뀌는데 튀김 종류가 코너로 오는 날이면 기름 지린내가 말도 못합니다. 겸사겸사 건너편 엠코헤리츠 상가 쪽에 있는 통닭 가게에서 가끔 상품을 태워먹는지 연기가 이쪽으로 날아오기도 합니다. 맞은 편에 있는 MD프라자에서도 냄새가 오고요.

여름은 정말 살인적이었습니다. 일하러 나가기 전에 1.5 L 페트병을 미리 통째로 얼려두고 일하기 시작 할 때 가지고 나오는데. 3~4시간쯤 지나면 완전히 녹아서 미지근해지고 또 여름철에는 태양 광선이 일하는 곳을 직격합니다.(오전 12~오후 4시) 

일하는 동안 피할 그늘이 없어요. 그나마 한가한 상태이거나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정도로 체온이 올라가면 재량껏 출구 안쪽으로 가서 피신하기는 했습니다. 그걸로 뭐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큼 사람을 죽일 정도로 끔찍한 더위였으니까요. 바쁠 때는 얄짤 없고요.

여름에는 또 비가 많이 오죠. 그럼 우의를 입고 일하는데요. 비를 맞는게 옷이 덜 젖을 정도로 땀이 쫙쫙 나옵니다. 그야 통풍이 전혀 안 되는 옷을 입고 그 습도와 기온 속에서 뽈뽈 움직여야 하니까요. 이거 비유가 아닙니다. 옷이 100% 땀으로 젖어서 사무실에서 에어컨 바람 맞으니 제채기가 나와요. 그 더위를 겪고도요.

지금 계절은 딱히 날씨로 불편한 건 모르겠네요. 그냥 환절기라서 잠깐 감기 걸렸을 뿐입니다.



제일 끔찍한 건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일하고 처음 몇 달 동안은 열심히 일했습니다. 출차하는 차량마다 허리 숙여서 인사하고, 간혹가다가 진상 손님을 만나도 다음에는 진상이라도 트집 잡을 건덕지가 없을 정도로 일해보자고 마음 먹고 그랬어요.

하지만 결국 하다보면 영혼이 마모됩니다. 당신이 뭘 하든, 결국 욕을 먹어요.

사람을 막고 차를 꺼내면 `사람이 먼저지 차가 먼저냐?` 하고 욕을 하고.

차를 막고 사람을 보내면 `아니 차를 이런 곳에 세워두고 뭐하는 짓이에요?`라고 욕을 하고.

도로에서 오는 차량을 막고 출구 쪽에서 차를 올리면 `왜 길을 막아 이 새끼야` 라고 욕을 합니다. 개중에 한 분은 `야. 나 갑자기 운전하는 방법 잊어먹었다? 여기 출구에다가 세워둔다?`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날에는 도로에 꼬깔콘을 세워서 가이드라인을 그리고 2차선 도로를 나란히 운전하도록 유도하는데, 왜 꼬깔콘을 세워서 운전 방해하냐고 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내가 직접 꼬깔콘 사다가 장난치려고 세운 것도 아닌데...


물론 모든 사람들이 불친절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100명 중에 한 명 정도가 진상이었어요. 대충 어림잡아 하루 평균 2명 정도군요. 그냥 평범하게 일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간 날도 있고요.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불쾌한 일이 한 번 생기면 나머지 하루가 온 종일 신경 쓰이고 짜증나기 마련인데 연달아 축적되면 정말 환장합니다.

그리고 저희 백화점하고 상가 바로 앞에다가 주차하는 거 금지지만, CCTV가 없어서 그냥 대놓고 다들 세워둡니다. 일일이 가서 여기 세우면 안 된다고 쫓아내는 건 불가능해요. 불법주차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 세워두는 데 왜 나한테만 와서 지랄하냐고 할 게 뻔하죠. 개중에는 라이트 킨채로 주차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도로에서 오는 차를 계속 확인해야하는데 눈 아파 죽을 거 같았습니다.

이걸 두고 도로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이 왜 일 제대로 안 하고 저대로 두냐고 화풀이하고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행자들. 보행자들이 무단횡단을 엄청, 매우, 많이, 심각하게 합니다. 특히 바로 옆에 교회에서 오는 어르신들이랑 애엄마들이요. 제가 하루 동안 일하면서 `뒤에 차 옵니다`를 백번은 넘게 외쳐요. 몇 번은 사고나기 직전까지 갔어요. 그 사고 직전까지 간 사례 중 하나는 유모차 끌고 가던 애엄마였습니다.

어르신들은 횡단보도 개념이 거의 없습니다. 도로랑 인도 구분이 전혀 없어요. 차가 시속 50 정도로 밟고 있어도 그냥 한쪽 손만 올리면 자기가 초능력자라도 되는지 차가 알아서 멈출거라고 굳게 믿으시거든요.

물론 100% 전부 그런 분들은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행동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다만 불쾌한 경험이 가장 확실히 남으니 이런 말이 계속 나오게 되네요. 하지만 솔직히, 50% 이상은 사람 다니는 길로 안 가요.

출구 쪽에서 오는 차 막고 횡단보도 건너가시라고 신호보내면 그걸 무단횡단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고.출구 쪽에서 오는 차 막는 동안 도로에서 오는 차량 먼저 보내려는데 그 사이로 냅다 뛰어가서 차를 막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주 많아요. 물론 그분들은 제 상황 같은 거 알리가 없지요. 그러고 싶지도 않을 거고.

그리고 욕은 제가 먹죠.

무단횡단은 절대 못 막아요. 그분들에게는 무적의 논리가 있거든요. `사람이 먼저다.` 하아...

보고 있는 것도 괴롭지만 제 일이 근방에 사고 안 나도록 주의주고 신호 보내는 일이니 자연스럽게 언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차 옵니다!` `뒤에 차와요!` `그쪽으로 가시면 안 되요!`

그러다가 감정이 격해지면 `차 온다고!` 이런 말도 튀어나오게 되죠. 그러다가 시비 붙어서 또 욕 먹고...

출구에서 오는 차 올리는 데 그냥 쉭하고 지나가는 경우는 셀 수가 없어요. 그러다가 사고날 뻔한 적도 있어요. 거의 전속력으로 출구에서 올라오는데 그 사이를 지나가려고 하거든요. 이 중에 역시 유모차 끌고가던 애엄마도 있었습니다.

정말 때려치우고 싶지만 그래도 한달 가까이 수소문을 하며 면접을 보고 얻어낸 거다보니 하다 못해 1년은 채우자고 마음을 먹고 일하고 있었습니다. 1년 채우면 퇴직금 수당이 있거든요. 액수는 월급 정도 됩니다.

그러다가 어제 손님 중 한 분과 클레임이 크게 나서 결국 한계가 왔습니다. 출구 쪽에서 오시던 중이었는데 주차장에 차가 많이 밀려서 저는 차들을 서둘러서 올리던 중이었습니다. 몸으로는 도로에서 오는 차량을 막고, 손으로는 어서 올라오라고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안전주의가 철저하신지 옆에서 차가 오고 있었으니 그쪽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걸 몸으로 막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대로 교착 상태가 5초 정도 지나자 초조해져서 위로 한숨을 쉬고 `올라오세요!`하고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기서 클레임이 걸렸어요. 한숨 쉬는 걸 보고 `x발`이라고 욕하는 거 모를 줄 알았냐고 그러더군요. 나이도 시퍼런 놈이 어디서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그러냐고. 나이 50쯤 되는 남성분이셨네요.

그대로 말대꾸를 했던 게 화를 더 북 돋았나 봅니다. 

도로에서 오는 거 몸으로 막는 중이었습니다. 

x발 놈아 그럼 사고 났을 때 니가 책임 질거야? 니가 책임 질 거냐고.

하지만...

아 책임 질 거냐고!

뭘 해도 욕을 먹었겠지만요. 
손님은 그대로 주차장 출구에서 나오질 않았고 저는 한참 욕을 들었습니다. 관리자 부르라고 화를 내셨고, 소장님은 소장님대로 저를 감쌀 형편이 아니니 거친 말로 저를 꾸짖어야만 했고요. 또 지난 주에 보행자분과 말다툼을 한 전적이 있어서 한 번 제가 주의를 받아가지고 더 화가 나신 모양입니다.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으니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 오게 만든 소장님께도 또 진심으로 죄송했고요.

`야, 또 죄송하다고 저기가서 진상 피운다?`
`정말 죄송합니다.`
`x발 놈이 죄송하다고 말하지 말랬지`
...
`야 왜 아무 말이 없어?`
`죄송합니다.`
`야 안 되겠다. 지점장 만나야겠다.`


아...

네. 그렇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된 것으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제가 퇴직금은 받을 거라고 말한 걸 소장님이 기억하셨는지 어떻게든 통사정해서 저를 다른 지점으로 보내는 것으로 무마하셨다고 하는 군요.

소장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더는 못하겠어요. 진짜. 이젠 못하겠어요.

무단으로 튀게 되는 거니 9월달+12일 간의 돈이 통째로 날아가겠지만, 이젠 진짜 돌아버릴 거 같습니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경쟁률이 낮고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일을 찾고 있으며, 단시간 잠깐 용돈을 벌 목적이라면 괜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생활비 목적으로 오래오래 일하기에는, 인내심과 연륜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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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작성한 곳이 알바몬이라 좀 소개하는 말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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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Jin.K (2017-10-12 06:15:2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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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슨 일이던 사람 상대하는 일은...
아이콘 Jin.K (2017-10-12 06:15: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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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cia (2017-10-12 07:19:2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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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정도 일을 하는데 월급이 200도 안된다니 참... 인력이 너무 흔한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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