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벤 같은 데에서 보면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혈통만 있으면 갑자기 툭 튀어나오든 오랫동안 타국에 머물다 귀국하든 당연히 지지받는 후계자가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말하길 현실에서도 중근세엔 혈통만 있으면 당연히 지지받았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게 대체 어떤 시대에 그랬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하네요. 동양이든 서양이든 그런 케이스는 대부분이 위로부터든 아래로부터든 제대로 된 지지 못 받아서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얘기가 나오게 된 이유가 제이나 때문. 분명 격아 나오기 전만 해도 제이나 굉장히 밀어줄 것 같이 나왔었는데, 정작 테섭 뚜껑 열어보니 제이나 비중이 너무 적어요. 쿨티라스 3 지역 스토리를 제이나가 플레이어와 함께 뛰면서 문제를 해결해서 쿨티라스 민심을 얻고 용서받고 인정받는 스토리로 갈 줄 알았더니만 극초반에 애쉬베인한테 넘겨지고서는 내내 등장이 없다가 플레이어가 다른 조력자들이랑 3지역 스토리 다 끝내고 나면 그제야 애쉬베인이 제이나를 죽이려 하니 구해야 한다면서 구출의 대상이 된다니.
여기까진 그렇다 치는데 이러고 나서 역시 쿨티라스의 정당한 후계자는 제이나라는 전개가 이어져서 의문 밖에는 안 듦.
??? 아무 것도 한 것도 보여준 것도 없는데 제이나 본인이 마음 한 번 다잡았다고 정당한 후계자라는 게 납득이 되는 전개인가? 제이나만 이랬으면 상관 없을지도 모르는데 문제는 블자가 바로 반대편 호드 스토리에 아주 제대로 된 비교대상을 넣어놨다는 거임.
잔달라의 탈란지 공주는 정당한 왕위 계승자에 제이나처럼 밖으로 오래 나돌지도 않았고 처음부터 아버지인 왕의 지지도 받는 상태인데도 자기에게 반대하는 정치적 세력들과의 연이은 정치 싸움(줄다자르, 볼둔)을 겪고 왕국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도 직접 플레이어와 함께 가서 해결함(나즈미르) 그렇게까지 하고서야 잔달라 제국 내에서 후계자로써의 확실한 입지를 다지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단 말이죠.
근데 제이나는 그런 묘사가 없음. 쿨티라스 진입 초기에 사람들한테 욕먹는 거랑 제이나 관련 매우 좋지 않는 민심을 대변하는 구전 설화 및 민담이 있는 것까지 묘사해놨단 말이죠. 이거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부잖아요? 이렇게 비판적인 시각을 받던 주인공이 그 다음에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이러한 시각을 바꿔서 인정받게 되는 그런 이야기 말이에요. 근데 제이나는 이야기 도입부만 있고 갑자기 결말부로 건너뛰더니 역시 쿨티라스의 차기 대제독은 너뿐이다라는 결론이 나옴.
대체 왜 잔달라 쪽은 탈란지가 3 지역 스토리에 모두 관여되게 했으면서 쿨티라스는 제이나가 등장하지도 개입하지도 않고 3 지역 각각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 NPC를 내세운 건지.. 얼라이언스 쪽에 다양한 캐릭터를 주기 위해서였는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훨씬 설득력 있게 전개될 수 있던 제이나 관련 서사를 이런 식으로 날려버린 건 아쉽다는 생각 밖엔 안 드네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