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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을진샘
작성일 2018-05-30 03:11:26 KST 조회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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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 대한 간단한 잡설

사실 이전까지도 고퀄리티의 그래픽과 연출을 활용한 스토리라인 선택지 게임이 개발되었고 이미 언틸 던, 헤비레인과 같은 시점에서 그래픽은 거의 정점에 달했다.

이 게임이 그 이전의 그것들과 대비되는 점은 크게 3가지인데

 

 첫째, 12시간에 달하는 긴 플레이타임.

 물론 루트마다, 뭘 보느냐에 따라 플레이타임이 각자 다르겠지만 보통 여유있게 플레이했을 때 12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이 나오는데, 처음부터 큰 스케일의 주제를 잡고 작은 시작부터 거대한 엔딩까지 긴장 풀지 않고 쉼없이 12시간 동안 달려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게임의 근본적인 저력이다. 본인이 겉가지로 새기도 하고 가볍게 사이드 퀘스트나 에피소드 등을 형성할 수 있는 타 장르와 달리, 오직 메인 스토리라인에 의존해서 이렇게 이끌어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둘째, 실제로 변화하는 선택지.

 사실 선택지 게임에서 선택지에 따라 엔딩이나 스토리 구조가 변화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이것이 왜 차이점이냐, 하면 이전에는 이를 제대로 구현하지 않은 게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텔테일 게임즈의 유명 짤방만 봐도 선택지는 결국 굵은 스토리라인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누가 어떻게 죽는지만 달라졌을 뿐이다. 언틸 던 역시 나비효과라는 그럴듯한 포장을 제시하지만 껍데기를 벗겨 보면 스토리에 변화하는 건 누가 죽고 누가 사느냐 뿐이었다. 그에 비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꽤나 제대로 선택지에 따른 스토리라인 변화를 구현해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은 않겠지만 정말 매우 많은 변화 분기점이 존재하고, 거대한 스토리의 변화도 몇 갈래 줄기로 나누어진다.

 

 사실 세 번째 차이점이 궁극적으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타 선택지 게임과 궤도를 달리하게 하는 요소이다. 선택지 게임에서 사람들이 재미를 찾는 것은 어떤 부분에서일까? 단순히 생각해 보자면 나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이 선택지 게임과 영화을 차별화하고, 더 관객에게 가까운 관객친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자면, 선택 행위 그 자체에서 오는 재미가 근본적으로 선택지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오는 쾌감을 좌우한다. 

 타 선택지게임: 또 다시 워킹데드나 언틸 던을 생각해 보자면, 우리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선택 때 어떻게 해야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선택하게 된다. 이 선택을 하면 저 캐릭터는 죽을 것이다, 저 선택을 하면 이 캐릭터는 살 것이다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게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선택에 반영한 결과물을 보게 된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가지는 고민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단순치 않은 문제이다. 안드로이드와 같은 지성체를 우리는 살아 있다고 인정하고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가? 자기의지(free will)의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이는 사실 우리가 굳이 이 게임에 한정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접해 봤을 생각이며 주제이다. 

 우리는 그래서 생각하게 된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선택지를 고를 때, 단순히 이걸 고르면 이렇게 되겠지? 이 캐릭터가 죽겠지? 가 아닌, 우리의 철학을 선택지에 담는다. 이런 지성체 역시 우리와 같은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어! 어떤 과격 시위를 통해서라도.. 와 같은 다양한 사고가 선택지 결정에 투입된다. 앞서 말한 것과 비교해서 말하자면, 그저 이 게임에 대한 생각을 선택에 반영하는 것이 아닌, 이 주제에 관한 우리의 사상, 철학을 선택지에 담는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장르 게임의 최대 핵심 요소인 ‘선택’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점이다.

 

 이런 게임 장르는 명백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왜냐하면 게임 내에서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이 창조하는 경험을 게임의 중요 요소로 꼽는 사람들은 분명 높은 평가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장르 한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한 번쯤 이 게임을 플레이해 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자신의 ‘철학’이 게임 내에서 반영된 결과와 마주치는 환상적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주석 1: 사실 어쩌다 보니 게임 찬양글처럼 되긴 했지만 조금 디테일하게 뜯어보면 조금씩 허술한 부분도 많다. 

 다만 서술했듯 이 게임 장르의 경험에 근본이 되는 부분에 대한 고찰(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지만)이 굉장히 깊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주석 2: 주제가 주제다 보니 요새 화두가 되는 pc적인 요소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크게 거슬리지 않고 주제 및 스토리랑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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