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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A-27크롬웰
작성일 2019-12-23 01:30:47 KST 조회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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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칼지, 플로우의 기원

존 스칼지가 쓴 상호의존성단Interdependency 시리즈의 설정에 기반한 비공식 단편소설. 본작에 나오는 초광속 항해 방법을 발견하게 된 과정을 다룬다. 

 


 

137억년 전, 흔히 '빅 뱅' 이라고 일컬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다소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일단 이대로 가자)

 

빅뱅 이후의 짧은 순간이 지난 후 우주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좁고 뜨거운 작은 공간에서 이후 우주에 존재할 모든 것이 생성되었고, 짧지만 중요한 팽창 단계가 지났으며, 그 이후 원자가 생성되었다. 수소와 약간의 헬륨이 별들을 만들어 더 무거운 원소들로 바꾸었고, 이들은 다른 별과 바위, 행성, 공기, 그리고 사람들이 되었고 그렇게 됐다. 여기까지는 좋다.

 

물론, 지금까지가 전부는 아니다. 빅 뱅으로 우주가 생긴 후 또 다른 우주적 존재가, 이 우주의 것은 아니지만 그와 공존하고, 가끔씩은 하나로 합쳐지는 그 존재가 다차원의 존재로 뻗쳐 나갔고, 똑같은 방식이나 속도에 맞추어서는 아닐지라도 이 우주가 변화함에 따라 같이 변화해갔다. 우주는 그 이름의 어원에도 불구하고 혼자가 아니었다.

 

물론 인간, 그리고 아마 '시간'이라고 알려진 엔트로피 벡터와 함께 발달해 온 다른 지적 생명체들도 우주가 유일하다는 편협한 관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종으로써 존재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인간은 오직 자신들을 주변을 직접 둘러싼 물질 세계, 즉 물과 대기, 그리고 포식자로 가득 찬 행성만을 느끼고, 이해하고, 그에 반응할 수 있었다. 오직 인간이 추상적 사고와 언어와 수학을 발전시키고 난 후에야 인간은 이 행성, 더 나아가 태양계와 은하, 우주가 전부가 아닐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심지어 인간들의 사고 능력이 힘든 일을 대신 해 주는 기계들의 보조를 받고 나서도, 인간들은 이 우주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만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이유는 조상들이 자신들 눈 앞에 있던 것만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이유였다. 자신들의 고정 관념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주가 광대하고, 심지어 관찰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을 지라도 그 우주는 인간들을 완전히 묶어두고 있었고, 사방으로 수십억 광년을 뻗쳐나가는 감옥이었다.

 

이 상태는 시카고 대학교의 박사과정 학생인 티즈라 달리문테가 학위 논문을 구상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논문은 '막'이라 불리는 매우 이론적인 구조를 다루는 깊고 난해한 수학의 세 분야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예상치 못하게, 그리고 기분 나쁠 정도로 아무 생각 없이 그 논문은 최소한 일부 막 구조가 실존할 수 있으며, 알려진 우주에 침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수학과 물리학, 그리고 알려진 현실의 토대를 흔들 수 있는 사실이었다.

 

흔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일 달리문테가 그것에 신경을 썼다면 말이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 오직 망할 학위 논문을 완성하려고 필사적이었기 때문이다. 학위 논문과 관계없는 것을 연구하느라 지도교수와 얼굴 붉히며 몇 년씩 더 허비할 수 없었고, 지도교수는 막이 일반 시공간으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조그만 징조도 싫어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 자체는 괜찮았지만 달리문테가 정말 원하는 것은 박사학위를 따고, 교직을 얻어서 약혼자와 결혼한 후 앵귈라로 신혼 여행을 가서 과일 음료를 마시고, 새 남편과 섹스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달리문테는 거의 그 순서대로 저것들을 모두 해 냈고, 실체화되는 막 구조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은 채 대체로 행복하게 53년을 더 살았다. 그에겐 잘 된 일이었다.

 

달리문테가 화장되어서 앵귈라의 해변 술집 근처에 재가 뿌려진 지 20년이 지난 후, 또 다른 박사과정 학생이 있었다. 이번에는 뮌헨 공과대학의 프라이징 바이엔슈테판 캠퍼스였다. 그는 막 박사과정 프로젝트를 시작하다가 달리문테의 졸업 논문을 발견했고, 달리문테와 달리 코렐 마인츠는 한 주제에 이미 몇 년씩 쓴 상태가 아니었기에 달리문테의 발견에 관한 수학적 기반을 찾아냈을 때, 그는 이것을 완성하기 위해 시간과 대학의 자원을 투자할 의향이 매우 많았다.

 

6년 후, 마인츠의 학위 논문은 수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크게 히트했고, 마인츠는 자기 세대의 유명 과학자가 되었다. 10년이 지난 후, 마인츠는 전 해 받았던 필즈-리 메달에 이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다음 해, 급격히 성장하는 막 연구 분야에 대한 심포지엄에 참석하던 중 마인츠는 수리를 마치고 재개장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사진을 찍기 위해 도로 경계를 넘어갔다가 달려오는 버스로 뒷걸음질 쳤고, 거기에 치여 즉사했다.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로부터 2년이 지난 후, 뮌헨 공대 주 캠퍼스에는 마인츠의 조각상이 세워졌으며 마인츠의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에 의해 수정되고 완성된 최종 논문은 태양계 내에 나타난 막 침투 현상의 위치를 지목했다. 지구상에서 단 6명만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수학적 이유로 인해 그 위치는 황도면 아래, 큰부리새자리 방향으로 35 천문단위 떨어진 곳이었다.

 

16년 후, 우주선 달리문테 1호(코렐 마인츠가 야비한 자가 아니어서 기꺼이 죽은 달리문테에게 작은 사후 명성을 주었기에 이렇게 명명되었다.)가 막 침투 현상이 일어나는 마인츠 균열에 도착했다. 균열은 지구에서 보이지 않았고, 달리문테의 카메라와 센서로도 그랬다. 달리문테는 시속 60000 킬로미터의 속도로 수학만으로 설명 가능한 알 수 없는 크기와 차원의 장소로 날아갔고, 그 곳에 도달한 후 사라졌다.

 

빛의 속도에 따라 몇 분이 지난 후, 달리문테의 임무 통제소에서는 샴페인이 열렸다. 인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무작정 우주선을 던져봄으로써 막 구조의 존재를 증명한 것이다. 달리문테 임무 통제소의 누군가는 인간이 이제 우주의 경계 밖으로 넘어섰다고 말했다. 다른 누군가가 그의 머리 위에 샴페인을 부었다.

 

다음 30년 동안 막 이론 과학자들은 두 패로 나뉘어 열띤 논쟁을 벌였다. 한 쪽은 그 곳에 무언가 존재한다는 이론을 세웠고, 다른 한 쪽은 그 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이론을 세웠다. 전자의 이론에 따르면 큰부리새자리 막은 우리 우주와 비슷한 우주였고, 후자는 다른 우주 규모의 구조가 이 우주와 똑같은 규칙을 따르리라는 전자의 과학자들을 순진하다며 비웃었다.

 

두 패의 과학자들은 연례 컨퍼런스에서 서로에게 소리 질렀다. 그 일은 '그 곳엔 아무것도 없다' 패의 물리학자인 디에고 바스케즈가 우주선 주변을 국소 시공간 거품으로 둘러싸면 마인츠 균열로 진입해 그 곳에 있는 것을 조사하고 나와서 데이터를 송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문을 제출할 때까지 계속됐다. 모두가 그 아이디어를 흥미롭다고 생각했기에, 이제 남은 일은 어떻게 국지 시공간 거품을 만들고 유지하느냐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 일에는 58년이 걸렸다. 더 효율적인 추진 체계를 고안하려는 여러 실패한 과학적 탐구 와중에 중력을 모사하는(그리고 우주선의 승무원들이 높은 중력가속도로부터 으깨지지 않게 해주는) 압력 장과 컴퓨터 과학의 여러 발전이 있었다. 과학자들이 거품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 사이에 상업적 우주 비행과 탐사, 거주에는 큰 진전이 있었고, 거품 문제가 해결되어 탐사선 (바스케즈 호)가 균열로 향할 때는 적당한 때를 맞춰 지구에서 직접 발사되는 대신 록히드/우 타코마 급 화물선으로 운반되었고, 이 우주선은 지구 궤도에서 마인츠 균열까지 13일 만에 도착했다.

 

계획은 바스케즈가 균열에 들어가서 6시간(주관적 시간, 우주선 내부의 정밀시계로 계측되는 상대 시간)동안 자료를 수집한 후, 가능하다면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만일에 대비해 안테나는 태양의 북극 위로 1/3 천문단위 떨어진 정지궤도에 있는 과학기지를 향했다.(다시 말하지만 바스케즈가 균열로 들어서는 위치 기준으로) 그리고 안테나가 우주로 데이터를 쏘아 보낼 것이다. 만일 균열 안에서 시간이 이상하게 흐르거나, 전혀 흐르지 않아서 바스케즈가 몇 달 후나 몇 년 후에 튀어나온다면 바스케즈는 태양을 찾아 방향을 돌리고 과학기지를 향해 신호를 준 후 데이터를 보낼 것이다.

 

바스케즈는 그렇게 했다. 16년 하고도 두어 달이 지난 후였다.

 

좋은 소식은 비상 방향전환 프로토콜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바스케즈는 태양을 찾아서 과학 기지의 위치를 유추해냈고, 데이터를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강하게 송신했다.

 

나쁜 소식은 데이터가 쓸모없었다는 것이다. 마인츠 균열에 무엇이 있던 간에 그것은 바스케즈에 실린 기기로 관찰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곳엔 아무것도 없다' 파의 과학자들은 그 사실에 우쭐해 했다.

 

이상한 소식은 바스케즈의 신호가 지구로부터 16광년 떨어진 적색 왜성인 AD 레오니스로부터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호가 AD 레오니스에서 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상했지만, 더 이상한 것은 그 신호가 바스케즈가 사라진 후 거의 16년이 지난 후에 왔다는 것이었다. 신호 자체만으로도 빛의 속도로 지구까지 오는 데 16년이 걸린다.

 

그 말인 즉, 바스케즈는 마인츠 균열을 통해 사라진 후 두 달하고도 약간 후에 AD 레오니스에 도착했다는 의미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속의 90배로 움직여야 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소한 우리 우주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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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NRPU (2019-12-23 02:18:3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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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읽으니 자야겠다는 기분이 드는군요. 감사합니다.
아이콘 Aris (2019-12-23 02:37:0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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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이 아닌 3줄요약이 없는 글은 안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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