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관람 후기 (스포)

 

일단 이 영화가 로튼 10점따리라는 놀라운 점수를 받아서 궁금해져서 보긴 했는데

시각적인 부분을 빼놓고 보면 뮤지컬을 영화로 고대로 옮겼기 때문에 만듦새는 썩 나쁘지 않은 영화임

 

이 영화를 '그나마' 괜찮게 볼 수 있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1. 캣츠 원작 뮤지컬을 제대로 봤으며 무슨 내용인지 기억하고 있을 것

2. 시각적 혐오를 2시간 동안 무시하거나 견뎌낼 수 있을 것

이게 만족된다면 '그나마' 40점 정도를 줄 수 있는 평범한 뮤지컬 영화는 됨

 

원작 뮤지컬과 영화의 공통점은 미치광이스럽고 정신병자같고 기괴하다는 거임

근데 뮤지컬은 거기에 추가로 발랄함, 신비로움, 몽환적인 느낌이 있었음

미친 것 같은 분위기지만 절도가 있는 미침이라 그 시너지로 예술성을 살려낸 작품이란 말임

 

실사 영화는 그런 게 없고 그냥 미친 것 같기만 함

예를 들자면 뮤지컬은 지랄발작하는 것도 수십명의 배우들이 칼군무로 동작을 맞춰가며 지랄발작을 하지만

영화판에서는 그냥 다들 따로 지랄발작을 함 그러니까 그냥 말 그대로 지랄발작임 그게 계속해서 펼쳐짐

(중간에 합을 맞추는 장면이 있긴 한데 그 전에 따로 노는 걸 너무 많이 보여줌)

 

그리고 또 뮤지컬과 차이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뮤지컬에는 카메라 워킹이나 배우의 얼굴 확대 등이 없음

카메라 워킹은 영화만의 장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실패해서 집중력 떨어트리는 것밖엔 안 됐음

배우의 얼굴 확대는 다른 뮤지컬 영화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비쥬얼 십창난 이 영화에선 악수...

 

뮤지컬에서 괴상하고 독특한 고양이 분장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주는 요소였다고 하면 약간 과대평가일 수 있겠지만

확실한 것은 영화판에서의 고양이 CG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거세해버리는 요소였음

이 고양이도 인간도 아닌 휴머노이드 인면-고양이-thing들아

 

그리고 스토리에 대해 말하자면, 작품에 스토리가 있긴 있음

'디 이집션'이란 극장에서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 뮤지컬 경연대회에서 최고로 뽑혀 천상으로 승천하고자 하는 고양이들의 뮤지컬 경연대회와 약간의 음모임

그런데 원작과는 달리 해설이랄 게 정말 없어져서 원작을 안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쟤들 왜 저러는 거지? 또 왜 저러고 있는 거지?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 거임

원작을 본 사람도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니까 불친절함의 정도가 심함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각 고양이들이 나와서 지 프로필 읊어대며 노래하는 자캐딸 뮤지컬 모음집에 불과함

아마 이게 비쥬얼 다음으로 점수를 심하게 깎아먹은 요인일 것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건 그냥 미친 CG고양이인간들의 쉬지 않고 이어지는 산발적인 뮤지컬발작에 가까움

그나마 원작빨로 음악은 괜찮고 배우들도 열연을 하기 때문에 '뮤지컬이다'라고는 해줄 수 있음

근데 우울하거나 정적인 노래의 비율이 좀 높아서 그게 흠

 

모든 곡을 각색하지 않고 영화에 그대로 넣었는데 저는 갠적으로 이게 좀 악수였다고 봄

왜냐면 곡들이 비슷한 멜로디와 가사가 반복되는 '뇌절의 연속' 구성인데

이게 위에서 말한 끔찍한 비쥬얼과 카메라 워킹과 맞물려 관객의 집중력을 심하게 떨어트림

그나마 그 철도 고양이 노래는 다들 칼군무에 배경 전환되는 연출이 괜찮아서 흥겨웠다

 

시각적인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하도 많이 까서 할 필요가 없겠지만

영상보다 자막에 눈길이 더 가게 되는 영화임 (캐릭터들 얼굴 들여다보는 게 꺼려져서)

실눈 뜨고 보기도 힘들고 눈 감고 보면 괜찮은 수준

의도하고 만든 불쾌한 골짜기가 아닌데도 영화관에서 상영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불쾌한 골짜기의 최대치임;

 

영화를 보기 전엔 아마도 '이 영화는 고양이과를 정말 사랑하는 내 영혼에 커다란 구멍을 내버렸다' 따위의 평가를 내릴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음 이건 고양이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괴상한 CG 페티쉬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포르노였으니까

비쥬얼이 괜찮았으면 그래도 4~50점은 받았을 영화인듯

시각장애인용 영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