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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rakegogo
작성일 2020-03-29 04:36:00 KST 조회 545
제목
택시 기사한테 아무 곳이나 가 달라고 하면 어디로 갈까?

 

 

 으음... 나도 다음에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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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펑크소다 (2020-03-29 11:32:3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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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철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로 갑니까."

"글쎄 가."

"허 참 딱한 아저씨네."

"……."

"취했나?"

운전사가 힐끔 조수 애를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요."

"어쩌다 오발탄같은 소년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운전사는 기어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철호는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사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이었다.―아들 구실, 남편 구실, 애 비 구실, 형구실, 오빠 구실, 또 계리사 사무실 서기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철호는 점점 더 졸려왔다. 저런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 없어져 갔다.

"가자."

철호는 또한번 귓가에 어머니의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푹 모로 쓰러지고 말았다.

차가 네 거리에 다다랐다. 앞의 교통신호대에 빨간 불이 켜졌다. 차가 섰다. 또한번 조수 애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디로 가시죠?"

그러나 머리를 푹 앞으로 수그린 철호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따르릉 벨이 울렸다. 긴 자동차의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호가 탄 차도 목적지를 모르는 대로 행렬에 끼어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철호의 입에서 흘러 내린 선지피가 흥건히 그의 와이셔츠 가슴을 적시고 있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채, 교통 신호대의 파란불 밑으로 차는 네 거리를 지나갔다.

이범선, '오발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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