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NOPE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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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5-06 07:09:38 KST | 조회 | 516 |
제목 |
새벽에 잠 안와서 사냥의 시간(2020) 봤음.(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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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부터 중반 절정까지는 긴박감이랑 디스토피아 한국 설정이라는 매력적인 불쾌함, 긴장감, 절망감이 주는 분위기는 엄청 좋음
이 영화는 시작부터 한국이 뭔 개짓거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총기 규제가 그냥 풀려있고 환율 떡락해서 베네수엘라 화폐마냥 종이 쪼가리 되어 있고. 기술이 조금은 상승한것처럼 보이지만 실업자들 넘쳐나고 개질알 염병의 상황임.
이렇게 초반부에 지속적으로 보여지는 디스토피아 한국 배경은 사이버펑크, 소위 네오 도쿄같은 네온 사인에 미친 디스토피아풍이 아니라 그냥 지금 당장 한국이 망하고 10년 뒤 쯤에 보여질만한 나름의 현실감 때문에 훨씬 와닿음. 일종의 할렘의 느낌을 한국버젼으로 옮긴 느낌?
초반부에서는 또한 배경설정을 보여주는것 이외에도 재빠르게 빌드업 되는 친구간의 인물관계 묘사(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젊은이들만의 우정, 끈끈함)는 후반부에 한명씩 죽어나갈때 마다 위력을 발휘해서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답답하고 초조하게 만드는 요소가 됨.
연출도 굉장히 좋은데 그중에서 꼽으라고 하면 이제 병원서부터 공장까지의 추격씬임. 액션이 좋은게 아니라 추격당하는 입장에서의 공포감과 긴장감, 그리고 주변의 그 디스토피아적인 배경을 좋게 말해서 아주 개같이 만들어놨음.
내가 저 장면이 더 와닿는것은 저게 내가 꾸는 악몽이랑 과거의 불쾌한 향수를 가지게 하는 매개체처럼 활용되어서 그런것임.
폐쇄된 공장에서 정돈되지 않은채 박살나고 정돈되지 않은 혼돈의 공간인데, 거기서 나를 구해 줄 수 있는 이성적인 법이나 대안이나 영웅이나 보호자 따윈 존재 하지 않고 잡히면 죽는 상황. 그런 상황을 악몽으로 왕왕 꾸는데 그걸 고대로 옮겨놓은듯했음.
그런데 이 영화가 아주 매력적인것은 대사에도 나오다시피 이게 꿈이 아니라는거지. 나는 악몽으로 끝나면 되는데 쟤네는 저게 현실이라는 아주 ㅈ같은 상황인거임.
특히 유일하게 가족이 있었던 최우식이 가족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다시 집으로 가는 상황은 사실 가장 끔찍한 현실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튼 여기까지는 좋은데..저 추격씬이 종료되면서 깔끔했으면 좋았을것을 죽은 총포상의 쌍둥이 형이 나오면서 갑자기 플롯이 엉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
난 솔직히 그 죽은 총포상의 쌍둥이 형이 갑자기 나와서 그 킬러를 왜 죽여야 하는지 의문이였음. 의도가 의문이 드는게 아니라 그 캐릭터 자체를 왜 넣었는지가 의문임.
엔딩이 뭔가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엔딩으로 가는것인지 아니면 찝찝하게 엔딩을 끝을 보던지 뭐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해하는차에 맥빠지게 총포상의 쌍둥이 형이 조폭 두목이고 그 무리를 끌고와서 그 킬러를 처리 해준다.
그러고는 어찌저찌 주인공만 살아남아서 유토피아로 여기던 대만으로 떠난다. 이러니까 여기부터 맥이 빠지는것임
개인적으로는 더 별로인점은 뭐냐면, 이 영화가 시종일관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은 쫄깃한 페이스로 이어지다가
엔딩을 갑자기 인터스텔라처럼 만들면서 영화 전체가 그냥 묘하게 인터스텔라처럼 보이게 되었다는것임.
인터스텔라에서는 디스토피아 상황에 있는 쿠퍼가 유토피아를 찾기위해서 우주로 나가고 우주로 나가면서 동료들을 전부 다 잃었지만 결국 그 유토피아에 도착함. 그 후에 본인의 딸이 아직 남은 브랜드 박사를 찾아보라고 하면서 브랜드 박사를 찾으러 다시 유토피아를 떠나면서 영화가 끝이 나버리는데
이 사냥의 시간도 주인공이 대만(유토피아)로 가기 위해서 온갖 일을 다 벌이다가 동료들을 전부 다 잃었지만 어떻게든 그 유토피아로 도착하게 되고, 자신의 동료들을 죽인 그 킬러가 아직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헬조선으로 떠난다는 식으로 영화가 끝이남.
사실 내용면에서 꽤 차이나는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연출이 시발 그냥 인터스텔라 마지막이랑 너무...그 특유의 분위기, BGM이 들어오는 타이밍, 독백 이런게 묘하게 비슷해서 자꾸 아른거린단말임. 엔딩만큼은 그냥 아주 배꼈음. 그리고 이런 생각들 때문에 영화 앞부분이 다 날아가버리고 후반부 이미지만 불순물처럼 남음.
이 영화의 내용 자체는 참신하지 않았음. 그래도 재밌게 볼 수 있었던것은 특유의 분위기와 연출이였음. 앞서 말한 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영향을 많이 받은것 같았는데 노인캐릭터들이 젊은이들로, 미국의 그 컨트리한 스타일의 배경이 디스토피적인 모던 분위기 그리고 피해자의 쫓기는 입장에서의 쫄깃한 연출로 어디서 본듯한 내용을 싹다 지웠음. 딱 결말부 직전까지만.
근데 그런 연출적인 신박함이 그 마지막 병신같은 캐릭터와 이어지는 어디서 본, 어디서 느껴본 연출과 함께 엔딩이 틀어지면서 괴상망측한 느낌을 받게 되었고 영화가 잘 만들었다는 느낌에서 잘 만들수도 있었을텐데로 바뀌게 됨.
아쉬움. 한국에서 이런 영화 찾기가 점점 어려워질텐데, 뭐 요새 엄청나게 쏟아지는 한국의 카피 영화에 비해서는 굉장히 준수함.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라곤 생각함. 오랜만에 몰입해서 봤음.
별점은 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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