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갤러리카페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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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05-08 22:08:06 KST | 조회 | 894 |
제목 |
디시위키 '기안84' 이건진짜 역대 최고의 디시위키문서중 하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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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패션왕> <복학왕> <체육왕>등 시리즈로 5년 넘게 우려먹고 있는 작가지만 이 에피소드는 20년, 30년이 넘어가도 이상할 게 없다. 작가의 인생과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의 느린 -어쩌면 빠르다고 할 수도 있는- 삶이 지나온 흔적을 달팽이처럼 끈적거리고 불쾌하게 표현하면서 계속 만화를 그려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와 '보통의 우리'를 닮고 있기에 이 작가의 여정이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기안은 언제나 현실을 그리는 작가다. 그냥 이 삶이 계속 될 거 같아서 그저 그렇게 그리는, 자신의 작품이 언제나 자기 삶과 사회상과 일치되도록 하는 작가. 물론 기안84는 이 모든 것을 전부 의도하고 그려왔을 정도로 천재적인 작가로는 생각지 않는다. 아마 우연히 얻어 걸린 부분들도 있을 확률이 더 크다.
기안84의 역량으로는 하일권 작가나 윤태호작가와 같은 작품을 통한 사회비판, 현실참여는 어렵지 않은가? 다만 기안은 아주 솔직할 뿐이다. 말하자면 그는 그랬음직하는 현실을 그리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모두가 모르는 체 하지만 지금 어딘가 구석에서는 그러고 있는 그 것을 담아내고자 한다. 그래서 가끔은 짱돌을 맞는다. 그럼에도 기안에게는 현실 가장 눅눅하고 어둑진 골목 사이사이 마저도 자신의 세계 안에 고스란히 인화해 내고자 하는 고집이 있다. 입으로 꺼내기엔 조금 불편한 현실. 그것이 예의상 그랬든 체면 때문이었든 아무도 묻고자하지 않지만 모두들 이미 알고는 있는 것. 그 것을 당연하다는 듯 뻔뻔하게 말하는 것이 작가 기안84를 만드는 능력이다.
우리는 종종 궁금해 하곤 한다. 점심때가 되면 대기업 중견기업 명찰을 달고 거리를 점유하는 쟁쟁한 졸업생들 얼굴 그 사이에 공백을 채우는 선배들은 어디로 갔는가? 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우리 곁을 왁자지껄 뛰어다니던 그 많은 5,6,7,8 그리고 9등급들은 어디로 갔는가? 상위권 수만큼 그 밑을 똑같이 깔아 버티고 있었던 하위권들은 어디에 있는가? 아니, 그 보다 좀 더 되짚어 내려가 우리의 초 중등학교시절 같은 학급을 다니던 장애인 학우들은 어디에 갔는가? 나의 존재를 비장애인이라는 생소한 단어로 규정케 하던 그들의 존재는 어느 새 우리들 시야에서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이제는 단지 '불운의 리프트사고를 당한 ㅁㅁ군', '입사 지원에서 밀려난 ㅇㅇ양'으로 신문상에 짤막히 찍힌 활자로만 종종 자신의 존재를 알릴 뿐이다.
늘어진 테잎같아 얼핏 지나듯 들으면 제 의미를 종종 놓치곤 하는 이러한 일상 속 사소한 의문들이 새삼스러이 의미하는 바는 한 때 유행하던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만 봐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저의 반 이상은 브론즈고 실버라 들었다.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감내한다. 실은 시스템이 그들을 지속하여 뒤로 내민다. 매 순간의 수건돌리기가 끝나면 남은 이들은 자축하며 안심한다. 안줏거리는 어제 자신과 함께 했던 그들이다. 이제 온라인 게임속 세계를 구체화해내는 것이 다름아닌 자기들 스스로이었음을 아는 우리들은 자신이 사는 현실 또한 그러한 양태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지금 당신의 곁눈질에 시야에 들어선 그들, 분명 보통의 사람들인데, 뒷편으로 내치려야 내칠 수 없는 대다수의 평범한 이들임에도 잠시 경쟁에 밀려났다는 이유만으로 암묵적으로 멸시와 조롱을 합리화하는 세상이다.
아무리 다른 이들이 자신보다 하위층일 그들을 무시하여 깔보고, 조롱해 보아도 이들은 여전히 우리 일상 속 어딘가에 있는다. 어스름한 저녁, 공터에 가로수 그림자 사이에, 토사물 악취가 배인 전봇대 근처에, 창이 좁고 벽지가 들뜨는 사육장 같은 고시원 단칸방에, 다세대 주택의 어두컴컴한 반지하에, 웃풍이 손님 겸 하여 드나드는 옥탑방에, 혹은 잠시 흥겨운 거리가 떠들썩 들어왔다 돌아갈 제에도 창백한 조명만이 지속하여 제 얼굴을 비추는 편의점 계산대에.
그들, 얼굴에 그늘을 잔뜩 드리운 채 그 곳곳에 구겨넣어져 가려 있다가도 어느 순간순간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작가 기안은 단지 이 장면들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담아낼 뿐이다. 그저 꽉 쥐어 보여준다. 계속해서 보여줄 뿐이다. 남들이 아무리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저렇게 살 테면 저들은 대체 왜 사는가?" 하며 악담에 가까운 조롱을 하더라도. "이것을 보라. 여기에 사라질 수 없는 우리가 있지 않느냐. 없는 듯 욕을 해보아도 여기 이것이 보통의 당신, 우리의 평범한 삶이 아니겠는가" 하고.
수정되고 추가된 부분있어서 다시 봤는데 다시봐도 명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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