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어그로, 사실 불가하겠죠.
지난번엔 여자친구가
'평생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에 대해 고민글을 올렸었는데요.
다들 말씀해주신 대로 맞벌이, 외벌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내년 33살, 2살 연상인 여자친구의 뜻은 확고합니다.
"자기는 아이를 최소 하나, 혹은 둘 가질 것이며,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겠다.
더이상 시간은 많지 않으며, 이는 양보할 수 없는 높은 우선순위의 가치관이다."
내년 31살인 제 뜻은 비교적 물렁합니다.
"둘이서만 행복하면 좀 더 풍요롭고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은가?
아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수입/지출 여유가 되기 전까지 아이는 후 우선순위다.
동물도 숨을 곳이 있어야 새끼를 낳는다. 서로 좋은 커플의 안위와 삶의 질이 더 우선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너(여친)의 큰 우선순위라면 내 의견을 바꿀 의향은 있다, 하지만 잠시 시간이 필요하겠다."
의견..가치관이 맞지 않는 것은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이 있었습니다 ;
여친 주위에는 결혼 후 일을 그만두는 선배가 한 트럭, 워킹맘은 진짜 죽어라 고생하는 사람들 투성이.
제 주위에는 아직 결혼을 한 사람이 드물며, 결혼을 한 사람의 경우는 공교롭게도(혹은 이미 널리 퍼진걸지도) 모두 딩크.
서로의 가치관을 인정은 하지만 이해하지는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좀 생각을 해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생각을 해보면... 역시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돈입니다 :
여자친구가 같이 벌면 600은 되는데, 제가 혼자 벌면 (당장은) 300 이하이고,
애를 낳으면 돈은 훨씬 줄줄 샐 것이 자명합니다. 키우는 보람과 사회적인 성숙, 행복을 얻겠지만요.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없어요 - 제 마인드 속에는 남자가 혼자 돈을 벌고 여자가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이제는 '정상'이 아닌 '비정상'의 범주라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사회 탓일수도 있겠지만, 그건 남자가, 오지게, 돈을 많이 벌어야만 가능한 집값과 교육비라고 생각을 해서요.
약간은.. 여친이 '어떻게든 되겠지?'식의 낙관주의에 빠진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하다보니, 외벌이하는 남편이 조금은 억울, 불공정하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더라구요. 제가 잘못된 걸까요.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만큼 격차를 좁힐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만,
가치관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잘 변하지 않다 보니, 한동안은 여기저기 물어보고 생각하고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네요.
어쩌면 너무 당연하고 쉽게 맞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이야기하다보니 서로 난리가 나버렸습니다.
역시나.. 많은 동년배/선배들의 의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