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의 개발은 회색산맥의 드워프들과 트리마트란 제국 과학자들간의 교류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제국 화학자들이 화공학 연구 도중 우연히 개발한 강력한 연소와 폭발을 일으키는 새로운 물질을 드워프 제련장인들에게 전수하였고, 제련장인들은 이를 가열 혹은 재련에 이용하고자 하였으나 지나치게 빠른 연소 속도와 강한 충격을 동반하는 폭발을 일으킨다는 특성상 이러한 방면으로는 사용이 어려웠다. 그 대신 작은 구멍이 뚫린 밀폐된 금속 용기 내부에서 이 물질을 점화할 경우 강력한 지향성 폭발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활용한 투사체 발사기로 활용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학문적 호기심으로 이루어진 학술적 교류 가운데 발생한 이 역사적인 발명은 안타깝게도 실용적인 문제, 그리고 상업적, 군사적 비전의 부재로 인하여 그 이상의 발전과 도입을 이루지는 못 하였다....
..... 변방의 소국에 불과하던 데이머트 왕국이 데머랜드 왕국으로서 확장하며 위세를 떨치게 된 것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화기 기술이 절대적이었으며 이윽고 데머랜드 반도 전체를 집어삼키는 대제국으로, 나아가 반도를 벗어나 전 세계를 상대로 정복전쟁을 벌이기에 이르는 데에는 여기에 용혈족들이 가져온 기술과 더불어 극적으로 발전한 화기, 그리고 화기를 적극적으로 병력 구성에 편재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음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데머랜드와 직접 전선을 마주했던 국가들 뿐 아니라 이 세계대전의 화마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국가들조차 총포의 도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병기체계에 일대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 지고 있음을 통해 증명된다.....
..... 총포의 제작은 범인들의 상상보다도 훨씬 쉬운 일로, 데머랜드 뿐 아니라 일정 이상의 야금술을 갖춘 집단이라면 국가 뿐 아니라 그 이하의 소집단, 심지어 뛰어난 개개인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력있는 드워프 제련장인들은 오히려 데머랜드산 원본 총기를 더 뛰어난 품질로 역설계, 복제 할 수 있을 정도다. 당연히, 모드그함 뿐 아니라 엑스페리온 내 모든 국가가 총포를 군사적으로 적극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귀족들 휘하 사병, 거상들의 호위병력, 규모있는 용병단 등 무력집단이라면 예외없이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데머랜드 외부에서 총포의 도입속도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것은 다름아닌 격발에 필요한 화약 때문이다.....
..... 데머랜드 제국의 총포술의 핵심인 화약 윔파이어 파우더는 용혈족의 생물학적 부산물과 그들의 혈통에서 비롯된 마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적인 방식으로는 모방이 불가능하며, 제국 정부와 용혈족은 이 부산물과 제조기술을 극비에 부치고 있으고 유출 관련자들을 예외없이 사형에 처할 정도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몇몇 완성품, 심지어 일부 제조법과 원재료가 타국으로 암암리에 유출되는 사례가 존재하고 있음은 공연한 비밀이며 이는 각국 정부를 비롯, 용병단과 사병을 보유한 귀족들, 거상들과 같이 무력을 보유한 이들부터 휘스바이어 왕국의 마도사들, 트리마트란 제국의 과학자들, 회색산맥과 모드그함의 드워프 워스미스들 등 학문적 호기심으로 번뜩이는 이들, 나아가 그저 신기한 물건을 탐하는 호사가들, 무지렁이들을 등쳐먹고자 하는 사기꾼들, 가진것이라곤 낡은 단검 하나 뿐인 좀도둑 까지 이 진귀한 물건과 기술을 원하는 이들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 가장 발전된 총포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 물론 데머랜드 제국을 제외하고서 - 트리마트란 제국이다. 일찍이 과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국가로서 총포 뿐 아니라 화약의 비마법적 제조기술 또한 타국에 비해 앞서있는 상황이며, 일찍이 발전된 쇠뇌를 적극 도입한 군사체계로 인해 총포로의 전환 또한 가장 손쉬운 입장이다. 문화적으로 신문물의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민성 역시 영향을 미쳤으리라. 하지만 역설적으로, 트리마트란은 화기로의 전환에 가장 미온적인 국가중 하나이기도 한데, 이들의 뛰어난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쇠뇌와 발리스타는 데머랜드 제국의 총포와 비교하여도 무기로써 뒤떨어지는 부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총포에 필수적인 화약이 가진 수많은 단점들을 고려하면 섣부른 총포의 전면도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총포의 연구에 가장 적극적임과 동시에 총포 이외의 원거리 무기 - 이 경우에는 쇠뇌 - 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 예외가 있다면 와일드본과 엘스바렌 왕국 정도이다. 와일드본은 역사적인 이유로 인하여 총포에 문화적 반감을 가진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신체적 특성상 위력이 한정되는 총이나 쇠뇌보다 다른 종족은 시위조차 당기기 어려운 크고 강력한 장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엘스바렌의 엘프들 또한 자세히 알려진 바 없으나 외부로 드러나는 한 활을 대체하여 화기를 도입하는 모습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현재로는 배타적인 국민성, 타국과는 물론 자국 내에서조차 상당히 느린 신문물의 전파 속도, 궁술을 중시하는 문화, 게릴라전과 은밀 매복을 선호하는 전투술의 특성, 그리고 오랜 수명과 문화적 특성으로 숙련된 궁사의 배출이 타국과 비교할 수 없이 많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이라 짐작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