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사채업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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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3-02 22:35:28 KST | 조회 | 7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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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TRPG) 용병 키르칼의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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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데트란 왕국 도착 1일째. 날씨 ㅈ같음.
노스 게이트에 도착했다.
드디어 메데트란 왕국에 온 것이다. 북쪽 국경의 노스 게이트를 통과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놓고 나 도적이에요! 악마예요! 하고 드러내는 머저리가 아닌 이상에야, 간단한 검문만 받으면 들여보내 주는 모양이다. 솔직히 그런 놈이 어디 있겠냐고.
있었다. 심지어 내 뒷줄에. 복장부터 나 이교도예요! 하는 놈이었다. 경비를 서던 기사들이 와서 바로 붙잡아 갔다. 저런 머저리들이 세상 곳곳에 있어서 나 같은 용병이 먹고 살만 하다니까.
국경만 건넜을 뿐인데 기온까지도 확 바뀐 기분이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정말이지 토르바덴 왕국의 날씨는 이제 정이 떨어진다. 여기랑 달리 일거리는 차고 넘치지만, 너무 춥다. 어찌나 추운지 내 꼬리가 바닥에 붙어버렸을 땐 무진장 당황했으니.
추위가 뇌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지, 얼어붙은 산맥을 팬티 한 장만 입고 점프하며 돌아다니는 정신 나간 인간 놈도 본 적 있다. 자신을 ‘고인워터 경’이라고 불러달라나 뭐라나. 또라이 같은 ㅅ끼, 정상이 아니었다. 거기 더 있었다간 나도 미쳐버렸을지도.
지쳤다. 빨리 근처 마을 아무 여관이나 가서 푹 쉬고 싶다.
[2]
-메데트란 왕국 도착 2일째. 날씨 흐리멍텅함.
블랙락 시의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여관은 그저 그랬지만, 최소한 추위에 덜덜 떨면서 잘 일은 없었다. 근데 맥주는 ㅈ나게 맛이 없다.
소문대로 드워프들이 많은 도시였다. 괜찮은 무기랑 방어구들이 보인다. 역시 드워프 놈들이 뭘 좀 알긴 한다. 문제가 있다면 너무 고집불통이라 융통성이 없다는 거다. 그 장인정신이 때론 기발한 아이디어에 도전하는 걸 가로막기도 한다고.
장화가 슬슬 낡아서 갈아 끼우기로 했다. 새 장화는 가격이 꽤 나갔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는 무기는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 토르바덴에서 TP를 충분히 벌었으니, 이 정도 투자는 해줘야지. 살짝 내 방식대로 개조를 더 가해주니, 더 빨리 뛸 수 있게 된 느낌이다.
여우족한테 맞는 장화가 있어서 다행이다. 인간용밖에 안 파는 곳도 있으니. 자부심만 강한 메데트란 놈들이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3]
-메데트란 왕국 도착 5일째. 날씨 개같이 좋음.
무역도시 실리온에 왔다. 소문대로 왁자지껄한 곳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실실 웃어대는 여우족 상인 놈들도 보인다.
문제는 괜찮은 일거리가 없다는 거다. 이제야 깨달은 거지만, 최근 메데트란에서 용병이니 모험가니 하는 놈들이 확 늘어난 모양이다. 국가에 위기가 닥친다는 불길한 예언이 있었던 게 원인이라나. 하여간 메데트란 녀석들 호들갑 떠는 건 알아줘야 한다. 집에나 조용히 처박혀 있을 것이지..
평화로운 건 좋은 일이다. 문제는 내 입장에선 경쟁자가 너무 많아지면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거고. 하루 종일 용병 사무소를 돌아다닌 끝에 싸구려 일거리 하나를 찾았다.
싸구려 일거리. 싸구려 여관 음식. 아주 끝내주는구려.
[4]
-메데트란 왕국 도착 6일째. 날씨 맑음.
실리온 도시 근처의 벨 삼림지대로 왔다.
여기선 위협적인 야수들을 사냥해 오면 그만큼 포상이 나온다. 그러니까 많이 잡을수록 이득인 구조이다. 문제는 야수보다 모험가란 놈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이래서 일거리가 되겠냐고.
문제는 그 이후로 마주친 건 인간 몇 명이 전부였다. 심지어 망할 인간 활잡이 한 놈이 날 야생동물인 줄 알고 공격하기까지 했다. 난 그 인간 놈의 친절한 대응에 감격하여 강냉이 털기로 보답해줬다.
결국 하루 종일 삼림지대를 돌아다녀서 겨우 두 마리 잡았다.
보상은 40 TP였다.
정말정말 행복해!
[5]
-메데트란 왕국 도착 8일째. 날씨는 아침에 비 오다 맑아짐.
다시 실리온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사람이 많다.
시장에서 과일을 둘러보다가 니나라는 여우족 상인을 만났다. 처음 만났으면서 친한 척하는 타입은 정말이지 질색인데, 이 여자가 딱 그런 타입이었다. 성가셔서 대충 맞장구만 쳐 주다가, 다른 손님이 온 틈을 타서 바로 빠져나왔다.
돈벌이도 영 별로고, 만나는 사람도 별로다. 슬슬 메데트란 왕국에서 발을 빼야겠다 싶어 져서, 중앙 사막을 지나 다고시안 공국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노스 실리온에 있는 사막 입구를 거쳐야 한다. 마침 노스 실리온 행 마차가 있었기에, 겸사겸사 올라타기로 했다.
하필 동행하는 승객이 그 니나라는 여자였다. 날 보더니 뭐가 그리 좋은지 하루 종일 쫑알쫑알 떠들어댄다. 시끄러워 죽겠네. “제가 바이칸 왕국에 있었을 때는 말이죠!”로 시작한 이야기가 1시간째 멈추지 않는다.
노스 실리온에 도착했다. TP가 슬슬 모자랐기에 싸구려 여관에서 자기로 했다.
[6]
-메데트란 왕국 도착 9일째. 날씨 더워 뒤지겠음.
지난밤 묵은 여관은 내 인생에서 가장 최악이었다.
곳곳에 먼지가 가득하고, 잠자리에서 벌레가 튀어나오고, 음식과 음료는 입에 넣을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여관주인이 직원들 부려먹기만 하고, 혼자 술이나 마시고 있질 않나. 콱 망해버리면 좋겠네.
용병사무소를 좀 둘러보기로 했다. ‘캉타 용병사무소’랑 ‘하우와 술레이만의 용병사무소’가 있었다. 나는 더러운 오크 놈들과는 절대로 같이 일하지 않으니, 캉타 사무소는 거르기로 했다.
하우라는 녀석을 만났다. 이놈도 보자마자 실실 쪼개는 게 영 별로다. 심지어 도적 출신임이 틀림없다. 도적놈은 보자마자 알아챌 수 있거든. 도적은 하나같이 손버릇 나쁜 놈들이 대부분이다. 설령 도적질을 관둔 놈이라고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특유의 움직임을 보이곤 한다. 손이 얌전히 있질 않는다.
그래도 일거리는 괜찮은 걸 물어다 주었다. 캐러밴 호위 임무라고 한다. 사막은 위험은 많은데 모험가는 적으니, TP도 꽤 벌어들일 수 있겠지.
출발은 내일이다. 오늘은 좀 지갑을 탈탈 털어서라도 좋은 여관에 묵을까 했더니, 다행히 하우가 자기 사무소에서 하룻밤 지내게 해 주었다. 뭐, 공짜라면 최고다. 이런 기회를 마다할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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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의 일지 페이지는 TRPG 내에서 다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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