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Slani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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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3-04 01:31:23 KST | 조회 | 7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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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엑스페리온의 죽음과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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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세계가 그러하듯 엑스페리온의 세계에도 삶과 죽음은 자연스러운 순환이자 섭리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어떠한 형태로든, 죽음이 반드시 절대적인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엑스페리온에는 망자를 다시 부활시키는 몇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이죠. 이는 크게 두가지, 자연의 섭리를 살짝 비트는 방식과 자연의 섭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식으로 나뉩니다.
먼저 우주의 엄격한 법칙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방식들 입니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신들이 자신의 권능을 클레릭들의 구원의 요청에 응하는 식으로 행하는 방법, 생사에 관여하는 마력의 법칙을 학문으로써 연구하는 마법학자들의 주문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 방법들은 삶의 순간이 막 종료된 상황을 돌이킬 수 있습니다.
먼저 클레릭 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섬기는 강대한 존재 - 흔히 신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신앙을 통해 권능을 하사받고 행하여 사자를 소생시킵니다. 이들이 다루는 신성 마법이 육체를 치유하고 영혼과 정신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손상된 육신을 복원하고 갓 이를 떠난 영혼을 다시 안착시키는것이 가능하다는것은 얼핏 생각하기에도 논리적으로 들립니다. 실상은 조금 더 복잡하지만요. 사인이 어찌 되었건, 사망한지 어느정도의 시간이 흘렀건, 망자의 영혼은 원래 머물던 육체의 세계가 아닌 망자의 영혼이 머무를 차원에 속하게 됩니다. 이는 곳 이 영혼들은 해당 차원을 관장하는 존재들의 영향력 아래 지배된다는 뜻입니다. 즉 이들의 사망한 육체를 수복하는 것은 클레릭의 신성마법으로 충분하지만, 영혼을 되돌리는 것은 그러한 차원의 지배자들을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부활이라 함은 신적인 존재들 간에도 어느정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인 셈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해당 영혼이 자신이 머무를 차원의 주인을 섬기는 존재였다면 특히 그러하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자신의 신도가 자신의 권능을 빌어 누군가를 부활시키고자 함은 곧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신도들, 그리고 비신도들에게도 최고수준의 행세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물론 타 차원의 주인에게 빚을 지는건 사실이지만, 신 이라 불리우는 존재들에게 필멸자의 영혼 하나하나가 갖는 가치는 일반적으로는 권능의 행사로 얻게될 이익으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합니다. 설령 좀 못하다 하더라도 통 크게 아량을 베풀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거래는 추후 반대방향으로도 이루어지기 마련이죠. 때문에 이러한 영혼의 거래는 신들 사이에서 그리 특별한것도 아니며 그리 드문것도 아닙니다.
다음으로 생사를 학습한 마도사들 입니다. 먼저 이러한 사령학파 혹은 연관 마법학문을 강령술 (Necromancy) 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차이는 강령술은 사자의 혼과 육신을 재료와 도구, 연료로 사용하며 마력을 이용해 부리는 것이지만 사령학은 생명활동 그 자체의 비밀을 연구하고 그것을 마법으로서 다루는 - 적에게는 그러한 과정을 정지시키고 망가트리는 방향으로, 아군에게는 강화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 마법학파라는 것입니다. 이들의 부활마법은 마력의 흐름을 기반으로 하여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다시 키우는것, 심지어 그 불씨가 사그라든 후에 다시 타오르게 하는것 입니다. 비록 클레릭의 소생마법에 비해 훨씬 까다롭고 수준높은 주문이지만, 충분히 숙달된 마법사라면, 그리고 조건과 상황이 턱없이 부적절하지 않다면 충분히 범용성 있게 사용 가능한 방식 입니다. 신성마법을 통한 소생과의 가장 큰 차이는 영혼의 복귀로, 클레릭의 부활이 신의 개입에 의한것 이라면 사령마법을 통한 소생은 영혼이 육체를 자연스레 떠난 상황 (즉 죽음) 을 다시 자연스레 되돌리는 방식으로 영혼을 되돌린다는 것 입니다. 본질적으로는 치명상의 치유와 비슷하죠. 또한 신성마법의 소생이 먼저 육체를 복원하고 다시 영혼을 불러오는 방식이라면 사령마법의 소생은 육체를 영혼이 떠나지 않을 상태로만 만들고 (즉 숨만 간신히 붙은 상태로) 먼저 되돌린 후에 신체를 회복시키는 방식 입니다. 물론 실력있는 사령학파의 주문술사라면 이 과정에서 대상이 겪을 고통을 최소화 하는것이 아주 어렵지는 않을겁니다. 그래도 덜 황홀한 경험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겠지만요.
이 두가지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면 이것이 왜 자연의 섭리를 "살짝 비트는" 방식인지 간단히 이해하셨을 겁니다. 생명은 육신, 정신, 그리고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방식들은 애초에 정신이 손상되지 않은 존재들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육신을 복원시키고, 우주의 규칙을 크게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영혼을 되돌립니다. 그만큼 세계와 부활 당사자, 그리고 부활 시전자에게 다가올 부담과 위험도 적은 방식이지만, 반대로 제약 또한 상대적으로 큽니다. 이들은 소멸한 육신을 재창조할수도 없으며 돌아올 수 없는 영혼을 강제로 저편에서 끌어낼수도 없으며 이러한 영혼을 육신에 강제로 붙들어 놓을 수도 없습니다. 망자가 자신이 부활해야 할 당위성을 더이상 느끼기 어렵거나 스스로 사후 부여된 새로운 정체성과 자아, 정신을 버리고 인과와 시간을 거슬러 생전의 존재로 "퇴각" 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즉 남은 시신의 손상이 부활 마법의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 (그 정도는 시전자의 마법 능력에 따라 상이할 수 있습니다) 대상의 영혼을 되돌릴 방도가 없는 경우, 대상이 자의로 부활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대상의 부활 후 상태 (즉 사망의 원인과 당시의 상태) 가 부활에 부적합한 경우 등 위의 법칙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부활이 불가능 합니다. 여기에는 시체가 완전히 타버리고 재가 흩뿌려진 상황 이거나, 충분히 강대한 존재가 영혼을 붙잡고 내놓으려 하지 않는 상황 이거나, 가장 흔한 경우로는 노환에 의한 자연사인 상황 (노화에 의한 육체의 손상은 단순 부상과 달리 생명의 순환에 따라 생기는, 부자연스럽지 않은 손상이므로 회복마법을 통한 복구가 제한적입니다. 또한 적절한 부활을 위해서는 영혼-정신-육체가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는데 노환에 의한 사망은 영혼과 정신이 이미 육체가 사망에 이를만큼 노쇠한 상태이므로 부활에 부적합한 상태가 됩니다) 등이 있습니다. 신성마법 이라면 부활의 권능을 내려줄 신,혹은 자신의 영향력 아래 대상 영혼을 두고 있는 신이 개인적인 이유로 혹은 대상의 부활이 더 큰 질서에 반한다 판단하여 부활을 거부 할 수도 있습니다. 사망이 지나치게 확고한 상황, 영혼이 이미 이 세계를 명확히 떠난 상황이라면 사령학을 통해서 이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부득이 부활이 필요하다면..... 이제 그것이 자연의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방법이 필요한 순간 입니다.
먼저 상대적으로... 간단한 방법은 강령술 입니다. 일반적인 부활 가능한 상태를 넘어선, 더 이상 이 세상과의 연결이 충분히 남아있지 않은 존재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그것이 받는 다방면의 비판을 차치하고서라도 몹시 어려운 일 입니다. 육체가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소실되었건, 영혼이 다른 세계에 (혹은 영혼을 내어주지 않을만큼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 혹은 마법 내에 구속되어) 완전히 매인 신세가 되었건, 당사자의 정신이 더이상 자신의 부활을 정신적으로 이해하거나 바라지 않을, 혹은 못할 상황이 되었건, 부활을 위해 필요한 3요소가 갖춰지지 않은 존재의 부활은 "자연스러운" 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강령술은 생명을 제어해 죽음에 반하는 것이 아닌, 강령마법을 이용해 자연적인 것과는 다른 규칙을 따라 본질적으로 다른 육체를 "창조" 하는것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활 당사자의 육신을 사용한다면 재료의 물리적 구성이 도출하고자 하는 결과와 유사한 만큼 난이도가 내려가고 생전과 비슷한 육체를 되찾을 수 있겠지만, 그 육신은 이미 생명과 당사자의 본질을 구성하는 마법적 요소들이 원래와는 전혀 다른, 강령마법을 기반으로 한 방식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존재가 될 뿐입니다. 그리고 대상의 영혼을 존재하는 차원으로부터 소환, 혹은 강신과 가까운 방법으로 가져와 이렇게 완성된 그릇에 집어넣습니다. 결과적으로, 언데드의 창조와 오히려 유사점이 많은 방식 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우주적 질서와 법칙을 깨트릴 수 있는 존재의 권능을 하사받거나 혹은 계약을 통해 빌리는 방법 입니다. 물론 신,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들이라면 이 조건을 어렵지 않게 만족하곤 하지만 - 앞서 언급한, 일반적인 클레릭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부활을 요청하는 신들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 그렇게 "할 수 있다" 라는 것은 그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뿐이 아닌, 감히 그러한 오만불손한 요청을, 신들조차 쉽사리 마음먹지 못할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존재를 뜻합니다. 이는 그러한 존재들이 흔히 악신, 혹은 악마, 괴물 등으로 불리우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망자를 소생시키는지는 명확히 알려져있지 않으며, 각자 자신의 능력과 취향에 맞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나마도 일관성을 찾기 힘듭니다. 이들의 성향이 어떻건 결국 신 혹은 그에 버금가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며 그들의 방식을 감히 필멸자들이 함부로 알고자 한다는건 결코 쉽지도, 안전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이 방법은 신성마법이나 사령학파의 마법처럼 조건이 까다롭지도, 강령술처럼 부작용이 크고 어려운 방법도 아니기에 선뜻 쉽고도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잊지 마시길, 그만큼 강대한 존재들이 하찮은 존재들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그들에게 치르게 할 대가가 그에 상응하는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라는 뜻 입니다. 이들이 악마나 악신, 괴물로 불리는 것은 단순히 성향이 악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단순히 우주적 질서와 법칙을 깨트리는데에 거리낌이 없는 광포한 존재들이라면 굳이 필멸자들을 신도로 두거나 그들과 거래를 하지도 않을것입니다. 이들이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며 "선신" 들이 자신의 위신이나 힘, 목표를 위해서 조차 넘지 않으려는 선을 넘는 위험하고 이기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그것이 어떠한 결과로 돌아올지는 당신의 상상력으로는 알아내기 힘들것이며 그러한 신격들이 긍정하는 가치, 나름의 축복과 관심이 당신에게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일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의 섭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방법들은 통상적인 한계를 넘어선 부활을 가능케 하지만, 그만큼 어두운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대가를 불러오기 마련 입니다. 작게는 대상의 정신이 결코 이전처럼 돌아오지 못하거나, 그의 영혼과 생명이 강령술사의 의지에 종속되거나, 계약의 상대방이 목숨, 그리고 초월적인 부활의식의 대가를 톡톡히 요구하게 되는 정도 이지만, 크게는 강령술의 여파로 근처의 생명을 구성하는 정상적인 마력들이 교란되어 일대가 죽음의 땅이 되거나 계약자와 부활대상의 영혼이 영구히 악신의 전리품이 되거나 사후 필멸자의 사고와 이해를 아득히 초월하는 존재의 세계에 속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들이 대게 "사악하다" 고 인식되는 것도 당연한 셈 입니다.
이러한 부활마법의 존재로 인해 엑스페리온에서 죽음이란 상대적으로 가벼운 개념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가역적이라는것은 아닙니다. 저렴한 부활스크롤이라면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구입이 가능하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제약들 (죽은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을것, 시체가 지나치게 손상되지 않을것, 대상의 부활이 자연적 질서를 크게 어지럽히지 않을것 등) 이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에 몹시 적절한 상황에서만 사용 할 수 있습니다. 더욱 신실하고 신과 가까이 자리한 성직자, 더욱 배움이 깊은 사령학자의 소생은 더 너그럽겠지만, 그만큼 귀하고 또 비쌀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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