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펑크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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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05-31 00:16:41 KST | 조회 | 4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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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방금 한 생명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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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고 나와서 새 속옷을 집으려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음습한 방에서 기어나오는 바퀴와 눈이 마주쳤음
흑요석처럼 까만 몸통
길고 꾸물거리는 더듬이
넓고 길다란 날개
그 모습을 마주하고 머릿속에서 6.974초의 마라톤 회의가 펼쳐진 뒤
바퀴가 안움직이고 자리에서 꾸물럭거리는 것을 확인하고 잽싸게 살충제를 찾았음
그러나 근 몇년간 바퀴는 고사하고 개미도 나온 적이 없어서 그런지 살충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별 수 없이 안쓰는 신발 한짝을 가져왔는데... 그 사이에 바퀴는 사라져있었음
그리고 '오늘 너와 나 둘중에 하나는 죽는다' 상태로 진입.
바퀴가 방심하고 기어나오도록 방 하나 빼고 불을 꺼버렸고
잠시 뒤 에어프라이어가 있는 선반 바닥에서 기어나오는 것을 확인
신발은 되돌려두고 살충제 대용의 스프레이 세제로 무장했음
내 살기를 느꼈는지 바닥으로 다시 들어간 바퀴에게 견제 짤짤이로 스프레이를 뿌리자
예상대로 선반 기둥을 타고 오르는 뻔한 패턴 시전.
오히려 넓은 피탄면적을 노출시킨 바퀴를 노려 몇번 쏘자 그대로 추락
선반 바닥에서 세제거품에 덮힌 채 뒤집혀 발버둥을 치는 바퀴를
나는 숨이 멎은 것을 확인할 때까지 폰 플래시를 켜고 지켜보았다.
운명한 바퀴를 막대로 꺼내 대조표(나무위키)로 살펴보니 일반적인 바퀴는 아니고 먹바퀴인 거 같은데
히마리가 별로 없던 것을 보면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놈 같음.
아무튼 죽이긴 했지만 생명이였으므로 수의(휴지)를 입혀서 수장으로 보내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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