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Frisbe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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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08-01 13:52:02 KST | 조회 | 591 |
제목 |
장례식장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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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일요일에 돌아가시게되어
인생처음으로 상복을 입고 3일장을 치르게 됨
전날에 위독하시다는 말을 듣고
마지막으로 일요일에 뵈려고 했는데 결국 못뵈게 되었다.
일단 3일간의 일을 생각나는대로 서술해봄
1. 1일차는 그러려니 하고
2일차는 슬슬 힘들어지는데
3일차는 그냥 퀭한 느낌.
육체적으로 힘든일을 한다 같은게 아니라
몸이 계속 쉬지 않고 깨어있는데다
수면의 품질이 나쁘다보니
피로가 계속 누적되는게 힘든 부분.
2. 옛날은 안 그랬는데
요새는 저녁 10시 이후로 조문객이 오는건 좀 미묘하다.
1의 이유때문에 피로해서
조금이라도 일찍 눈을 붙여야되는데 그게 커트가 됨.
근데 또 오는 사람이 고마우니
당신이 나빴어! 같은 감정은 아니고
좀 미묘함.
3. 당연한거지만
3끼니의 밥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좀 물리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됨.
아닌 사람도 있겠다만
이게 금방 오는 사람이라면 3일장은 쉽지 않을듯.
4. 생전에 불교 신자셨다 보니
2일차에 스님이 오셔서
입관 전 염습할 때 옆에서 염불외시고
중간에 불교식 제사도 한번 하고
그러는걸 보면 종교 따라서
또 다른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5. 나는 상주가 아니고 손자이다보니
입구에서 부의금 받고 방명록 관리하는 역할을 했는데
사실 오는 사람 접대보다
이게 더 편하지 않나 싶다.
뭔 오는사람마다 다 장가 언제가냐고
술 한잔 마시냐고 묻네...
대충 10번 넘게 들은 듯.
술을 못하기도 하거니와
앉아서 장시간 대화는 못하겠다.
6. 서울아산병원의 장례식장을 갔는데
대부분 마음에 들었음.
일단 샤워실이 있는데
샴푸 없는거 빼면 어지간한 대중목욕탕 급의 샤워 시설이라
갈아입을 속옷만 들고오면
편하게 씻는게 가능함.
시설도 넓고 편하긴 한데
침대에서 자다가 바닥에서 자니
잠이 안 오던건 어쩔 수 없는 부분.
근데 장례식장이 주차비용을 안 대준다는 단점이 있다.
처음에 갈 때 병원에 주차하라길래
그게 뭔소린가 했는데
장례식장 주차장은 유료란다.
조문객도 얄짤 없어서 주차비용 대주는 게 없어요 ㅠㅠ
라는 소리를 꽤 자주 했다.
그래서 병원에 주차를 하고
비용혜택을 병원쪽에서 처리받는식으로 진행이 됨.
7. 3일차에 화장장을 방문해서 보니
여긴 절대 망할 수가 없겠구나 싶었다.
오히려 확장을 고민해야 될거 같은데.
평생 살면서 본 영구차를 여기서 다 봤다 거의.
8. 이미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상주포함 전 인원이 발인하는날까지도
대부분 무덤덤하게 보내드리긴 했다.
확실히 이런건 알고 맞으면 덜 아프긴 하다.
9. 다른데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성남의 화장터는 화장비용이 100만원인데
돌아가신분이 성남시민이면 10만원이라고 한다.
차이가 너무 큰데....
아무튼 지역마다 그런게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성남은 그러시단다.
10. 화장 후에 산소에 묻어드리고
마지막 장례절차를 하는데 진짜 더럽게 더웠다.
3일중에 이게 제일 힘들었음.
장례지도사가 앞에서 하는 말이 하나도 안들리고
눈물대신 땀만 오지게 나옴.
11. 마지막으로 외할머니가
자주 가시던 절에 가서
반혼제를 한 것을 끝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뭔 스님까지 나한테 장가 언제가니 소리를 하네 아우....
12. 내가 상주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알게 모르게 상조쪽으로 가는 팁이 좀 있는 듯 하다.
몇 번 보이긴 했는데
이게 관례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13. 장례식을 하면
상주포함 일가족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상조쪽에서 서포트가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쉬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남의 장례식가면
상주의 마음고생만 심하겠구나 싶었는데
이 과정을 다 겪어보니
물리적으로도 얼마나 힘든지 이제야 좀 알겠다.
말단인 나조차도 쉽지 않은데 다른분들은 참....
뭔가 그래도 한번 한다고
허례허식이니 뭐니 해도
과감하게 돈 풀고 쓸거 다 쓰고
하는데다 고생도 에이 한번정도는 하면서
몸이고 마음이고 다 혹사시키니
3일 하고나면 바로 번아웃이 오겄다.
여하튼 쉬운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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