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데드 사냥꾼 루시안은 언제나 혼자서 행동한다. 고대의 마력이 깃든 한 쌍의 총이 그의 무기다. 그 투철한 신념은 어떤 끔찍한 적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양 손에 든 총구에서 뿜어 나오는 정화의 불길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마물들을 태워 없앤다. 언데드의 육체 안에 사로잡혀 안식을 얻을 수 없는 영혼들을 저승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그의 사명. 루시안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랑도 그 저주에 속박되어 있다.
루시안이 사용하는 한 쌍의 무기처럼 그에게도 한때 영혼의 짝이 있었다. 루시안과 그의 아내 세나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랫동안 룬테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어둠을 몰아내고 삶과 죽음의 틈새에 사로잡힌 영혼들을 구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루시안과 세나는 정의의 등불과도 같았다. 세나에게는 그들의 사명에 헌신한다는 굳건한 신념이 있었고, 루시안에게는 그들이 구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상냥함과 다정함이 있었다. 둘은 갈라놓을 수 없는 한 쌍으로 서로를 완벽하게 해주었다.
어지간한 전사라면 그 앞에서 의지가 꺾여버릴 공포를 수 없이 극복해온 루시안과 세나였지만, 그림자 군도의 악령들은 과거의 적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 저주받은 섬에서 마물들이 몰려나와 발로란 곳곳에 출몰하자 루시안과 세나는 악을 섬멸하기 위해 그들이 나타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게 되었다. 힘들고 암울한 싸움이었지만 용감한 두 사람은 계속해서 승리해 나갔다. 적어도 영혼 약탈자
쓰레쉬를 마주치기 전까지는. 지금껏 마주친 그 어떤 언데드보다 더 간교하고 잔인한 쓰레쉬는 끔찍한 사투 끝에 예상치 못한 간계를 부렸고, 속임수에 걸린 세나의 영혼은 쓰레쉬의 영혼 감옥에 갇혀 영영 구할 수 없게 되고 만 것이다.
언데드와의 전투를 시작한 이래 언제나 세나와 함께 했던 루시안은 이제 혼자서 그 사명을 짊어지게 되었다. 지옥의 간수 쓰레쉬는 루시안의 사랑을 앗아갔을진 몰라도, 그 때문에 그림자 군도의 악령들은 가장 위험한 적에게 쫓기게 되었다. 어두운 집념의 화신이 된 루시안은 이제 룬테라에서 언데드를 완전히 절멸시킬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는 세나의 총을 쥐고서 그녀의 뜻을 이어 최후까지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곤 양 손에 고대 무기를 하나씩 들고, 언데드를 파괴하고 그림자 군도의 악령들을 퇴치하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비록 세나를 되찾아올 방법은 이제 없지만, 언젠가 그녀의 영혼에 안식을 찾아줄 그 날을 고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