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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잉어잉어
작성일 2013-12-22 18:24:07 KST 조회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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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명작.txt

 "넌 쓰레기야."

 


 

  이 한마디를 씹어뱉는다.



 

  그의 이름은 브랜든 디마르코, 

 

  최강의 정글러- 우리에겐 "Saintvicious"란 닉네임이 더 익숙한 남자다.


 



  "넌 지금 쓰레기라고. 핫샷."

 



 

  "세비 또 왜 지랄이야-"



 

 

  그 말을 흘려들으며 핫샷은 마우스를 딸칵거렸다.

 




  보이스챗에서 무슨 농담이라도 들었는지 낄낄거린다.


 



 

 


 

  세인트비셔스는 핫샷의 모니터에서 익숙한 아이디, beccabear를 발견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그 창녀bitch와 노는 거야?"




 

  "세비-"


 

  "그 빌어먹을 년이 널 망쳤어."

 



 

  "......"







 

  핫샷이 헤드셋을 벗고 세비를 돌아보았다. 

 




  "말이 심하잖아."

 



 

  "우린 졌어. 핫샷. 기억 안나? 넌 똥을 쳐싸질렀고! 우린 졌고! 그런데 넌 지금 뭐하는 거야!?"

 



  "잠깐 쉬는......"


 




  세인트비셔스가 핫샷의 헤드셋을 빼앗아 집어던졌다.

 








 

  헤드셋이 부서지며 부품이 흩어졌다. 핫샷이 고개를 든다.


 

 

 

  "세비."

 



  "넌 내가 알던 핫샷이 아냐."

 




 


  세인트비셔스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 목소리가 젖어 있어서, 핫샷은 입을 다문다.


 


 

  "넌 핫샷이었어. BEST SOLO TOP IN THE WORLD. 킹 오브 니달리. 그런데 지금 넌 뭐야?"

 



  "난 똑같아."

 




 

  "입닥쳐. 죽여버리기 전에."

 




 

   "......"





 

  세인트비셔스의 타는 눈길을 견딜 수 없어서, 핫샷은 그에게서 등 돌렸다.

 





 

 

  "나중에 얘기하자. 베카가 기다려."

 



  "베카. 하! 베카! 널 망치는 그 빌어먹을 년bitch!"

 




 

  "베카한테 함부로 지껄이지 마!"


 





  핫샷이 몸을 홱 돌려 세인트비셔스를 노려보았다. 그 눈이 명백한 적의로 차올랐다. 

 





 

  세인트비셔스는 위악을 가득 떨치며 이죽거렸다.

 





 

 

  "하하. 좋아. 창녀. 어떻게 해줬길래 니가 이럴까? 그 빌어먹을 년과 뒷구멍으로 해봤어? 양쪽으로는 안해봤겠지? 나 좀 빌려줄래?"

 




  "미친 새끼가..."

 




 

  "왜? 난 우정을 원하는 거야. 그 씨발년 좀 빌려줘. 하고 싶은 플레이가 있거든. 물론 해병식으로- 그 창녀도 만족할 걸?"

 




 

  핫샷이 주먹을 휘둘렀다.
 


 

  세인트비셔스가 얻어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개자식."

 

 



 

  뺨으로 바닥의 한기를 느끼면서, 세인트비셔스는 눈을 감았다. 핫샷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핫샷은 자신의 주먹을, 세인트비셔스는 자신의 뺨을 가다듬으면서, 그렇게 둘은 침묵했다.


 


  이윽고 세인트비셔스가 속삭였다.



 


  "이제 너와 플레이하는 게 더이상 즐겁지 않아."

 



 

  "그럼 꺼져버려."


 



  "......그래."


 



 

  세인트비셔스가 대답했다.

 

 



  핫샷이 입을 다물었다. 


 

  세인트비셔스는 눈을 감고서, 핫샷에게만 들릴만치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그게 좋겠어."


 

  "너...!"


 

  "핫샷-."



 

  세인트비셔스가 일어났다.

 


 

  해병식 트레이닝으로 단련된 몸이, 지금은 핫샷보다도 왜소해 보인다.

 


 

  세비의 일렁이는 눈동자에 핫샷은 진심을 직감했다.

 




  "그동안 함께여서 즐거웠어."


 


  핫샷이 소리쳤다.


 

  "너 지금 팀을, 탈퇴하겠다는......!"


 

  "아니."

 





   세인트비셔스가 말했다.

 



 

 

 

  "이건 내가 탈퇴하는 게 아냐."

 






 

  해가 저물기 직전, 지평선에 몸을 걸친 석양은 마지막으로 붉은 빛을 세상에 떨쳐낸다.

 





 

  그 빛은 지평선에서부터 창을 타고 새어들어와, 세인트비셔스의 얼굴을 물들였다.


 

 




  그 노을에 젖은 눈동자를, 핫샷은 견디기 힘들다.







 

 

 

 

  "지금의 너가, 네 모습이, 날 쫓아내는 거야."

 

 



 






 


 


 


 


 


 


 

 



 


 

  세인트비셔스가 CLG NA에서 퇴출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비를 향한 비난과 핫샷을 향한 비난, 두 종류의 말들이 포럼에 범람했다.

 




 

 

  핫샷은 불 꺼진 연습실에 앉아 홀로 생각하고 있었다.



 

  정글러와 탑솔러는, 때로 봇듀오 못지 않은 긴밀한 유대가 필요하다.


 


  세비와 함께한 킬과 데스의 장면들이 하나하나 스쳐지나갔다.


 


  

  세비가 없는 CLG NA는,



 

  적막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핫샷이 허공에 속삭이며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었다.



  세인트비셔스가 사라졌다. 더이상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뭘 하지? 니달리? 초가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내가 뭘한 거지."



 

 

  핫샷은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고민하고, 후회하고, 다시 생각했다.

 

 

  세인트비셔스가 떠나자, 그의 눈에 CLG NA의 현재 모습이 명확히 보였다.


 

  쇠락하고, 침몰하고 있다.

 






 

  자신 때문이다.







 



 

  후회. 후회. 자책과 죄책감.


 

 


 

  후회를 거듭할수록 명확해지는 것은 하나 뿐이다.


 







 

  세인트비셔스.

 




  떠나간 남자의 이름.







 



 

 

  핫샷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울음은 자꾸만 꼬리를 물고 번져나간다.

 


 


  한참을 히끅거리다가 진정했을 때,

 




 

  어느 순간 빅팻이 곁에 앉아 있었다.

 


 

  핫샷은 울음을 감추며, 그 속 모를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말했다.


 

 



 

  "정글로 갈게."


 


 
  "......"

 



 

  "내가...... 정글러가 되어 정글을 돌게."



 

 


  빅팻은 가만히, 소리도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why라고 물었다.

 






 

  "그 녀석을...... 다시 만나야 하니까."


 

 





 

  빅팻이 웃었다.


 




  그는 처음처럼, 소리도 내지 않고서 입모양으로, okay, 하고 대답했다.


 

 



 

 


 



 



 


 

  커스팀에서, 세인트비셔스는 CLG NA의 소식을 들었다.


 


  보이보이 영입.




  한국 대회 참가. 

 



  팀 체질개선.

 





  그리고,  핫샷의 정글러 전향.

 




  세인트비셔스는 희미하게 웃었다.


 

 

 

 

  "헤이 세비. 네 전팀의 똥싸개 핫샷이 정글을 돈다며?"




 

  팀동료 엘레멘츠가 낄낄거렸다. 


 


  "정글러를 우습게 보는 거 아냐? 어때 세비?"

 



 

  "나는 기대되는데?"




 

  "하하. 그 녀석이 정글을 제대로 돌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CLG NA도 이제 끝났군."


 

 

  "과연 그럴까."





  세인트비셔스가 말했다.

 



 

  "내가 군대에서 배운 게 뭔 줄 알아?"

 



 

  "뭔데?"


 



 

  "인내심."


 
 

 

  세인트비셔스가 웃었다.

 


  그 모습에 엘레멘츠는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세계최강의 정글러, "세인트비셔스Saintvicious".



 

  그의 전장은 정글이다.

 


 

 

  말 없는 몬스터들이 떼로 서서, 때로는 적 정글러가 부쉬 속에 서서, 그를 향해 이를 드러내는 핏빛 전장.


 



  사철 투쟁하는 전사들의 고향.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너를 기다리겠다.

 




  천천히......


 

  천천히 와도 좋다.

 




  난 인내심이 많으니까-

 




 


  핫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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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죽순먹고싶다 (2013-12-22 18:56:2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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