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Youjee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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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10-15 21:21:36 KST | 조회 | 3,563 |
제목 |
이성은 감독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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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성은입니다.
요즘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데 혹시나 감기에 걸리진 않으셨나요.
이상하게 제 방 아침에는 너무나도 '더워서' 잠에서 꺠곤 합니다.
1 -
올해 2월에 18개월동안의 해설 일을 마치고 빅파일 프로게임단 감독으로 이직하게 됐었죠.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원래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 지도자였고, 종목은 맞지 않지만 게임에 대한 준비와 그 동안의 노하우를 결합시킨다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괴리감이 컸습니다. 우선 선수 6명과 스태프3명, 총 9명이 함께 사는 숙소는 25평이 채 못 됐고 한달동안 팀을 운영하라고 받은 지원비는 대기업 대리, 중소기업 과장이나 부장급 1인 월급과 비슷했습니다. 당연히 월세, 관리비, 식비, (웃음)월급, 장비값, 기타 물품값 등을 포함한 비용입니다. 이 상태에서 흑자로 팀을 운영한다는 것은 워렌버핏 할아버지가 와도 쉽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시작부터 노페이(노페이는 알고 시작했습니다)에 적자가 나기 시작했죠. 불행히도 기존 pc 스폰서에서는 첫달 스폰 비용을 지원해준 뒤, 다음달부터는 백원조차 지원해주지 않았습니다. (추후에 이 업체에 대해 언급하도록 하죠)
아모르팀(온라인)의 스프링시즌 선방과, 미라클팀(오프라인)의 챌린저아레나에서의 선방을 지켜보며 이 친구들이 제가 걸어왔던 프로를 향한 길을 걷기에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여름이 됐죠. 수달아 주현아 후히야 용인아 린란아 생각나니. 무더웠던 여름이었습니다. 컴퓨터 7대가 돌아가는 좁은 거실에서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지원받지 못해 따로 나가서 선풍기를 사 오고, 종종 들어오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했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날 때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라클팀이 롤챔스 서머 예선을 뚫습니다.
그야말로 미라클이었죠. 2차 예선에서 vtg와 진에어를 잡고 본선에 진출하며 했던 세레머니는 지금까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선수 때는 내 경기가 아닌 경기에 대해서는 긴장감이 조금은 떨어졌었는데 감독 입장에서는 모든 경기가 내 경기 같더라구요. 김가을 감독님이 웃고 울던 기분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조금이나마 느꼈었습니다.
롤챔 서머 본선에서는 부족한 기량 탓에 6전 6패로 탈락했지만 선수들이 자만하고 방심하면 안된다는 점을 배웠다는 것이 뿌듯했습니다. 그리곤 시즌오프를 하며 nlb 서머를 준비했죠. 그러면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옵니다.
스폰서에서 선수단에 대한 노고를 인정해 줘 1인 월급에서 3~4인 월급정도로 인상이 된 것이죠. 드디어 한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선 이 지긋지긋한 좁은 집에서 벗어나자. 그 동안은 선수들 7명이 방 한칸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것도 침대조차 없는 바닥에서. 7월 중순에 이사를 시도합니다. 계약 중인 집을 나왔기 때문에 이중월세가 부담이긴 했지만 이사가 급선무였고 매립형 에어컨이, 그것도 무려 8대나 있는 81평형 숙소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기존 숙소와 월세차이가 30만원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서울과 인천의 차이)
그리고 바로 주방 아주머니를 한분 모십니다. 전 숙소에서의 하루 식비는 일2만원이었습니다. 몇 명이? 9명이. 전 선수들에게 설거지와 청소를 시키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물론 저도 선수들도 설거지와 청소 빨래를 많이 했었죠. 하지만 선수 복지가 우선이었고 인자하신 아주머니께서 함께 하시면서 해뜰 날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비시즌에 접어들게 되면서 nlb와 협회가입을 준비합니다.
2편은 이어서 쓰겠습니다.
2 -
비 시즌에 제가 한 일은 3가지입니다.
첫 번째로는 선수 추가모집이었죠. 인벤 등에 도움을 요청에 여러 선수들의 지원을 받았고 일을 진행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nlb 준비였는데 아쉽지만 좋은 성적까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험과 경력을 쌓아 나간다는 것에서도 행복감이 오더군요.
세 번째로는 협회 가입이었습니다. 스폰서측 부장, 과장님들과 함께 협회에 전화연결 후 가입을 승인받고, 가입신청서를 갖고 오라고 해서 갔지만 정문에서 돌아가란 말과 함께 거절당했습니다. 아직도 이유를 모릅니다. 사실 여기서 포인트는 스폰서에서 협회 가입을 중요히 여겼고, 이것이 불발나게 된 거죠.
돌아와서, 선수단을 모집하면서 김준형(프로핏), 오승주(라비앤블루), 신정현(jh 뉴클리어), 김진오(슈퍼쉘)을 영입합니다. 하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 혹은 조금 더 빠른 시기에 스폰서로부터 통보를 받죠. 스폰서가 빠지게 됩니다. 이사한지 20일만의 일이었죠. 여기서 고민을 합니다. 선수단을 확충할 것인가. 혹은 모집 선수들을 그냥 정리할 것인가. 전 여기서 선수들을 데리고 가고자 결정합니다. 물론 추후에 스폰서작업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초반에 말씀드렸던 pc스폰 업체에서 반년동안 받지 못한 돈이 8월이 되며 1500원만이 넘어가게 되고, 그 돈은 고스란히 마이너스로 옮겨지게 됩니다. 게다가 오히려 스폰을 철회할테니 모든 컴퓨터를 회수하라고 한 거죠. 어떻게 절충안을 마련해 절반의 피시만 회수하기로 합의를 보고 감독, 매니저, 코치의 피시를 포함한 절반의 피시를 회수합니다. 하지만 남은 피시 값을 지불하란 말에 울며 겨자먹기로 gtx250~450이 달린 피시를 대당 40만원돈을 쳐 1년에 걸쳐 돌려주기로 합니다. 진짜 너넨...
그리고 윗 집에 사는 프라임 박외식 감독님의 도움을 받아 피시를 몇 대 지원을 받고 제가 집에서 피시를 가져와 간신히 피시 8대를 맞춰 선수들의 연습은 가능하게끔 구실만 맞춰놓았죠. 그리곤 스폰서작업에 열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에선 제가 요구하는 (월급을 반드시 포함한) 스폰금액의 규모를 부담스러워 했고 모든 곳에서 거절당했습니다. 부족한 ppt와 화술로 인한 것이 가장 컸겠지만 마지노선으로 잡아둔 8월 말이 지나가게 됩니다.
9월이 됐죠. 상황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백원의 수입조차 없는 상황에서 종종 나이스게임티비, 인벤, 헝그리앱 등의 방송출연은 저에겐 단비같았고 추석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합니다.
역시나 실패했습니다. 다시 마지노선을 9월 말로 옮겨봅니다.
역시나 실패했습니다. 다시 마지노선을 10월로 옮겨봅니다.
3개월차로 접어들고 나니 금전적으로 힘든 것이 제 정신을 피폐케 했고 제가 좀 힘들더라구요. 물론 선수들이 제일 힘들겠지만.
선수들이 이제 하나둘씩 찾아옵니다.
더 나은 팀을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구요.
거절하지 못합니다. 말로라도 한마디 잡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를 합니다. 인벤, 데일리, 포모스 등을 통해서요. 스폰서가 빠졌다는 오피셜이 뜨면 어디선가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을 제외한 국내에서는 관심을 주지 않더라구요.
제가 부족한 탓인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못난 아비를 둔 딸아 미안하다 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입으로는 항상 선수들을 위한다, 발로 뛴다 라고는 하지만 분명 저 역시나 부족했고 방심했다고 봅니다.
뭘 어찌해야 할까요.
2004년 고등학생 2학년 1학기 여름방학 7월 30일에 인천에 올라온 이후로 만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 바닥에서 일을 했는데,
고작 이런 일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 슬픕니다.
더 웃긴 것은 무엇인지 아세요?
전 10년이 넘게 프로게임계에서 일하면서 프라이드를 갖고 있습니다.
정말 엄청난 자존감이요. 난 프로란 것에 지금도 글을 쓰며 행복해합니다.
정말로.
그런데 프라이드는 커녕 자존감을 이용해먹는 것들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엿' 같습니다. 결백하게 지내온 사람은 왜 그냥저냥 평범하게 지내고 그 '것'들은 행복하게 잘 지내는거죠?
내 글 소식을 듣고 분명 부들부들할 친구들이 있을건데 제발 높은 사람님들 분들. 자존감 자신감 프라이드 하나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있는 것 아시잖아요. 안 '엿' 같으세요?
3편은 쓸지 안 쓸지 모르겠습니다.
쓰면 이어서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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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facebook.com/firebather?fref=nf - 이성은감독 페이스북
2차출처 인벤 1차출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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