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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T1 최연성 수석 코치의 복귀 후 첫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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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역한 지 얼마 안 되는 만큼 열정만큼은 최고 ○…스타2 상황 좋지 못해 LOL로 넘어 오라는 제안도 받아 ○…복귀 후 만든 빌드만 벌써 2개, 선수들 앞에서 직접 시연도
괴물. 말 그대로 선수 시절의 그는 괴물 같았다. 닥치는 대로 이겼고, 링 위에 오르기 전이나 무대 밖에서는 늘 자신감이 넘쳤다. 특유의 도발과 거만함으로 악역을 자처한 최연성은 팬과 안티를 동시에 양성하는 몇 안 되는 스타였다. 게임 안팎으로 강력했던 그는 후배들에게 많은 유산을 남긴 패러다임의 선구자로도 유명하다. 선수 생활을 접고 난 뒤에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SK텔레콤 코치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프로게이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 게 군복무 시기가 늦어져 서른이 다 되어서야 입대한 그가 드디어 컴백 소식을 알렸다. 전역하자마자 친정팀인 SK텔레콤으로 복귀했지만 공교롭게도 그의 스승이자 팀의 감독이었던 임요환은 이미 e스포츠를 떠나기로 결정한 뒤였다.
떠난 것은 임요환 뿐만이 아니다. 최연성이 군복무를 하는 동안 김택용이나 이승석, 최호선 등 T1의 후배들의 은퇴 소식도 줄을 이었다. 이미 많은 팬들이 떠난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여전히 스타1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스타2는 국내에서 그다지 인기 없는 리그로 전락했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한 팀의 수장이 된 최연성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것은 이렇듯 스타크래프트2가 처한 현재의 암울한 상황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최연성의 표정은 담담했다. 왜일까.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이제 막 제대한 젊은이(?)라는 것을 깜빡 했다. “군생활에 비하면 일상의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쉽지요. 어렵고 힘든 것도 다 상대적인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최연성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하지만 “근데 스타2가 말이죠…”라며 말을 이을 땐 다시 미간에 힘이 들어간 채 인상이 살짝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돌아온 괴물, 최연성을 만났다. |
2년의 공백기 동안 스타2 리그의 침체된 모습이 약간은 씁쓸했다는 최연성.
- 전역한 지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냈나 “추석날 전역했고, 21일에 GSL 예선장에 간 것이 첫 번째 공식 일정이었다. 계속 팀에 나와서 이것저것 정비하고 있는데 아직 할 게 많다. 솔직히 WCS 리그 포인트니 뭐니, 스타2에 대한 대회 진행 방식도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다 .”
- 스타1 때와 달리 스타2 예선장은 취재 열기가 많이 식은 편이다. “예선장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더라. 어떤 여자분들이 경기장 안을 돌아 다니고 있길래 기자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냥 보러 온 팬들이라고 하더라. 또 누가 슬리퍼를 찍찍 끌고 다니길래 팬인줄 알았는데 어떤 팀 감독이라고 하고. 솔직히 놀랐다. 예전에는 예선장에 각 팀 당 코칭스태프 1명 밖에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는데 선수들의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보고 가라고 해도 귀찮아서 안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래도 복귀하고 첫 일정이었는데 뭔가 씁쓸했다. 2년의 공백 기간 동안 뒤로 후퇴한 느낌을 받았고, 슬리퍼 감독에게는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많이 났다. 떠나 있다가 온 사람으로서 굉장히 아쉬웠지만 하나씩 고쳐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 전역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서 다른 사람의 군생활은 굉장히 빨리 가는 편인데 유독 최연성은 길었던 같다는 얘기가 있더라. “나도 내가 굉장히 오래한 것 같다(웃음). 일이병 때 힘들어서 상병 때는 조금 빨리 가는 듯 싶더니 병장이 되니까 시간이 멈추던데? 하하. 그냥 군대 가기 전에 팀에서 한 달 정도 휴가를 받았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대외 활동을 아예 안 했으니 보시기에 그런 것 같다.”
- 2년 동안 e스포츠를 쭉 지켜봤을 텐데 관찰자로서 바라봤을 때 어땠나 “연맹과 협회가 갈등을 겪고 싸울 때가 있었는데 굉장히 보기 안 좋았다. 그래도 군대 안에 있는내 입장에서는 부러운 마음이 컸고, 빨리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LOL이 나오고 스타2가 서서히 인기가 식는 걸 보면서 솔직히 안타까웠다. 스타2라는 게임이 훨씬 더 재미있었으면 달라졌을까? 지금 와서 이런 얘기가 소용이 있는 건지조차 잘 모르겠다.” |
연습실에서 만난 최연성. 직설적인 화법은 물론 장난기도 여전했다.
- 스타2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입대 전부터 스타2를 많이 했다. 그런데 자날(자유의 날개)을 함참 하다가도 오랜만에 스타1을 하면 스타1이 더 재미있었다. 이게 나의 솔직한 평가다. 그런데 아직 군심(군단의 심장)을 하다가 스타1을 해보지는 않았다. 어쨌든 군심은 확실히 자날보다 재미있다.”
- 스타2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워3 빼고는 블리자드 게임을 거의 다 해봤는데 개인적으로 와우(월드 오브워크래프트)가 최고의흥행작이라고 생각한다. 와우 초창기에는 흑마법사가 최고였다. 2:1도 이기고 3:1도 이기고. 그런데 블리자드에서 계속 밸런스 패치를 하더라. 와우에 직업이 10개인데 돌아가면서 버프와 너프를 계속 하는 거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흑마법사가 좋을 때는 전부 다 흑마법사를 하고 사냥꾼이 좋으면 우루루 몰려서 다 사냥꾼을 하고 그러는 걸 봤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스타2에서 그 작업이 이뤄지고 있더라.”
- 밸런스 문제의 또 다른 면을 얘기하는 것 같다. “스타1이랑 비교해 보자. 버그 패치만 했을 뿐 10년간 거의 변동이 없는 게임이었다. 예전에 스타리그를 열면 프로토스가 한두 명 밖에 없을 때가 있었다. 테란은 반 이상이었다. 만약 그 때 DK(데이비드 킴, 블리자드 본사 소속 밸런스 디자이너)가 있었으면 프로토스를 버프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더라면 단언컨대 김택용 시대의 감동과 재미는 없었겠지. 아니, 그 전에 백만 프로토스 팬들의 힘이라든지 뭐 이런 얘기들도 안 나왔을 것이다. 프로토스가 소수 종족이었고 어려웠기 때문에 팬들은 똘똘 뭉쳤고 박정석, 강민 등 영웅이 탄생한 것 아닌가. 심하게 말해서 지금 스타2 우승자는 DK가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게이머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말이다. 중요한 건 내가 이런 말을 하든 말든 블리자드에서는 계속 그 작업을 할 거란 얘기다. DK가 바라는 건 테란과 프로토스, 저그의 5:5:5 밸런스인가? 정말 모르겠다.” |
자신이 가진 스타2의 전문성을 살리고 싶다는 최연성 코치.
- 게임 내적인 문제도 그렇고 주변의 여러 상황이 스타2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 많다. 김택용으로 대표되는 많은 스타1 출신 게이머들이 떠났고, 스타2 프로리그가 열리면 썰렁한 관중석이 예전 같지 않다. 전역은 했지만 마냥 기쁘거나 설레지만은 않은 상황일 것 같다.
“돌아와 보니 나보고 ‘롤로와’라고 하는 분들도 많았다(웃음). 하지만 LOL로 가는 것은 내가 가진 전문성을 버리는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기는 싫었다. 10년 넘게 해온 게 있기 때문에 계속 이어가고 싶었고, 당장 어렵다고 내 분야를 버리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스타2가 암울하다고 하지만 지금은 과도기이고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어려울 때 어렵다고 하면 더 암울해진다.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지금 여기에 있는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스타2가 갈 방향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 그래도 임요환 감독의 사퇴는 많이 아쉽다. 최연성을 기다린다고도 했고 둘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팬들도 많았는데. “나에게 임요환이라는 사람은 프로게이머로서의 스승이고 선배이자 형이다. 선수 때부터 요환이 형이 감독하고 내가 코치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그런 꿈을 꿔 왔다. 군대에 있을 때도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었는데 많이 아쉽다. 그래도 요환이형과의 인연이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같이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
임요환과 최연성이 감독-코치를 맡았으면 어땠을까?
- 최연성에게 임요환은 어떤 사람이었나 “사실 요환이 형과 나 사이에는 교집합이 크게 없다. 같은 종족이지만 생각하는 바가 달랐다. 서로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둘이 부딪힐 일도 없었다. 나는 전체적인 판짜기를 좋아했고, 형은 최적화된 빌드나 콘트롤, 유닛 배치 등에 능한 사람이었다. 쿵짝이 잘 맞았기 때문에 둘이서 같이 하면 뭔가 잘 만들 자신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
프로리그 08-09시즌 광안리 결승전에서 요환이 형이 명훈이가 전략을 짜준 적이 있는데 해당 맵을 완전 분석했고 정찰 시간, 빌드 시간까지 다 정했다. 그리고 나서 명훈이는 경기 전에 일부러 내 옆에서 얘기를 나눴고, 그건 곧 저그전 메카닉을 쓴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회심의 전략이 통하면서 명훈이가 이제동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요환이형은 우리가 의식하는 모든 부분을 전략화시켰고, 존경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 마냥 아쉬워할 여유도 없이 SK텔레콤 T1의 수장으로서 보여줘야 할 때가 왔는데 “군 전역자에게는 삽 하나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기세가 있기 때문에 열정만큼은 최고인 상태다. 안되면 될 때까지 열심히 할 각오가 되어 있다. 내 생각에는 T1이 하락세일 때 요환이형이 들어와서 힘든 시기에 고군분투하다가 물러난 느낌이 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설령 우리 팀의 기세가 꺾여 있더라도 올려야 하고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면 속도를 더 높여야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겠다고.
- SK텔레콤에 복귀한 이후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을 이끌 계획인가 “예전에는 어떻게든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었다. 이제는 선수들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끔 해주려고 한다. 바로 질문을 통해서다. 100판 연습하라고 시키는 것보다 연습을 왜 해야 하는지, 그럼 몇 판 정도 하면 되겠어? 라고 물었을 때 100판이라는 답이 나오게끔 만들어 주는 거다. 최고의 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가 스윙 연습을 할 때 바로 옆에서 계속 질문하는 코치가 있다고 들었다. 왜 공이 더 멀리 갔다고 생각하는지, 왜 자세가 흐트러졌는지를 계속 묻는 것이다. 결국 선수 자신 안에 정답이 있기 때문이다.”
- 지금 SK텔레콤 T1 선수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냉정하게 봤을 때 중간 정도라고 생각한다. 선수들 개개인에게 물어 봤더니 다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더라. 지금이 중중이나 중상이라면 프로리그가 열리기 전까지는 상상이나 못해도 상중까지는 가야 한다. 다들 많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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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 깎는 노인이 돌아왔다! 스타2에서는 어떤 패러다임을 만들지 기대된다.
- 빌드 깎는 노인이라는 별명도 있을 정도로 빌드를 잘 만든다고 알려져 있는데 스타2에서는 어떨 것 같나. “스타2는 변주가 쉬워서 빌드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 수월한 것 같다. 테란이 쓸 전략을 2개 정도 만들었다. 얼마 전에 선수들을 모아 놓고 직접 보여 줬고, 시연도 했다. ‘이게 내 복귀 1호 빌드’라고 하면서. 그런데 코치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빌드를 만드는 것보다 그 빌드를 쓰게 만드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이다. 의외로 프로게이머들은 보수적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 이기는 방법을 고집하기 마련이다. 물론 정말 쓸 빌드가 없을 때 코치가 빌드를 추천해서 그걸로 이기면 신뢰가 쌓일 수 있으니 가장 좋다. 그래서 코치들한테도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선수들이 쓰던 쓰지 않던, 새로운 빌드나 트렌드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게 내 지론이다.”
- 어떤 빌드일지 궁금해진다. “스타1은 게임 안에서 체제 전환이 힘든 편이었는데 스타2는 마음만 먹으면 확확 바꿀 수 있어서길이 많다. 그래서 빌드를 만들기는 더 쉬운데 이걸 막는 것도 역시 밸런스 패치다. 예를 들어 땅거미 지뢰에 힘을 싣는 빌드를 만들었는데 지뢰의 특성 자체가 바뀌어버린다. 벤시를 이용한 빌드와 전략을 짰는데 그 유닛 자체를 너프시켜 버리면 게임이 바뀌어 버린다.
스타1을 보면 빌드에도 연혁이 있다. 발전 과정이 있는 거다. 프로토스가 저그랑 할 때의 빌드만 봐도 2게이트에서 1게이트, 결국은 포지 더블 넥서스까지 발전했다. 프로토스가 초반에 저글링을 막기 위한 엄청난 노력으로 포지 더블 넥서스를 최적화시켰고, 결국 거기서 김택용의 비수류가 나왔다. 그런 것 없이 게임을 하면서 어렵다고 자꾸 밸런스 패치를 해버리면 이 게임은 끝나지 않는 베타테스트가 되는 거다. 요환이형도 이것 때문에 DK한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굉장히 회의적으로 얘기하는 걸로 봐서 피드백은 없었던 것 같다.”
- 앞으로의 목표는? “우승. 더 많은 우승이다. 프로리그에서도 우승하고 싶고 개인리그도 계속 우승시키고 싶다. 얼마 전에 선수들한테 한 얘기가 있다. 예전에 T1 우승 사진을 자세히 보면 몇몇은 굉장히 기뻐하고 있는데 나머지는 마치 들러리처럼 축하해 주는 듯한 표정으로 있는 게 보인다. 그런 건 싫다고 얘기했다. 프로리그 우승을 하면 전원이 전부 다 기뻐서 환호할 수 있는, 다 함께 만든 우승을 이뤄내고 싶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여태까지 이런 저런 대회를 합치면 20번 정도 우승을 했더라. 그런데 불현듯 100회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리그와 프로리그, 해외대회들까지 닥치는 대로 다 우승하면 언젠가는 우승 트로피 100개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
괴물코치 최연성, 그의 트로피 수집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