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한국e스포츠협회 및 온게임넷, MBC플러스미디어와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e스포츠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스타크래프트1을 둘러싼 양측의 지적재산권 다툼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 그리고 양 방송사는 서로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그동안 벌여왔던 진흙탕 싸움을 마무리 지었다. 양측이 원만한 합의를 봤지만 팬들의 관심사는 여전히 ‘양쪽의 힘 싸움에서 과연 누가 승리했는가?’에 쏠려있다. 이처럼 좋은 결과가 도출됐음에도 팬들의 싸움과 오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PlayXP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e스포츠 팬들의 자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사항들을 정리해봤다.
블리자드가 일방적인 손해를 봤다?
일부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양측의 합의를 두고 블리자드가 손해를 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블리자드가 요구한 사항들을 모두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나오게 된 이야기인데,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양쪽 모두이다.
소송이 진행된 지난 1년간 양 방송사는 리그를 원활히 개최할 수 있는 대규모 후원사를 얻지 못했다. 소송에 휘말린 스타크래프트1 리그에 스폰서들이 섣불리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이미지에도 큰 손상을 입었으며, 팬들의 이탈도 상당했다.
블리자드 또한 스타크래프트2 출시 이후 양 방송사가 사실상 스타크래프트2를 배척함으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 예상 밖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관련해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얼마 전 “스타크래프트1 유저들이 스타크래프트2로 옮겨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결국 이번 합의는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의 흥행을 위해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권리를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1의 대회 개최와, 이로부터 발생한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줌으로 인해 스타크래프트2가 국내 시장에 조금 더 원활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고, 자사의 게임에 대한 지적재산권 및 방송 시 로고 노출 등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었기 때문에 결코 블리자드의 일방적인 손해라고 보기는 힘들다.
곰TV, 스타크래프트2 주도권 빼앗긴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번 합의로 인해 곰TV가 스타크래프트2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이다. 양측의 이번 합의내용은 전적으로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것이다. 곰TV는 당초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권리도 갖고 있었지만, 지재권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지난 3월 블리자드 측에 이 권리를 반환한 바 있다.
만약 곰TV가 이번 합의로 인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게 된다면,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권리를 반환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권리를 반환한 스타크래프트1과는 달리 스타크래프트2의 국내 중계권과 대회 개최 권한 등은 여전히 곰TV 측이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양 방송사에서 스타크래프트2 대회를 중계하거나 개최하려면 곰TV와 계약을 해야만 한다.
GSL, 온게임넷에서 볼 수 있다?
또 다른 오해는 양측이 합의를 함으로써 앞으로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온게임넷이나 MBC게임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당분간은 불가능하다. 곰TV는 현재 케이블TV 채널인 애니박스와 GSL의 생중계 독점 계약을 맺고 있다. 때문에 온게임넷이나 MBC게임에서 GSL을 방송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양 방송사를 통해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보려면 양 방송사에서 직접 대회를 개최하는 방법밖엔 없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1 리그에 집중하고 있는 양 방송사에서 곰TV와 계약을 해가며 무리하게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개최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당장 게임 전문 채널에서 GSL을 시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애니박스와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곰TV는 애니박스와 2011년 말까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다른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 때에도 온게임넷이나 MBC게임과 계약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의 자체 제작이 가능한 방송사에서 다른 업체의 프로그램을 황금 시간대인 저녁 6시에 송출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기 때문이다.
온게임넷이나 MBC게임이 아닌 다른 케이블 채널에서 GSL을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형 언론사들의 종합 편성 채널이 구성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이들 종편 채널에서 GSL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향후 대형 종편 채널에서 GSL이 중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온게임넷, 스타크래프트2 빼고 WCG 중계?
WCG는 상황이 다르다. WCG는 블리자드로부터 게임 중계에 대한 권리를 얻었고, 아직 중계사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만약 이전과 같이 온게임넷에서 WCG를 중계한다면 온게임넷을 통해서도 스타크래프트2를 볼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WCG가 방송국을 분할해서 경기를 송출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WCG로서는 자신들의 독립적인 이벤트를 두 개로 쪼개면서 까지 무리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대회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하나의 방송국을 선택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손발을 맞춰왔던 온게임넷이 WCG를 중계할 확률이 가장 높다.
스타크래프트2, 곰TV와 계약 종료되는 2년 후엔?
블리자드는 곰TV와 3년간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1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서 한국e스포츠협회 및 양 방송사와 2년간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스타크래프트1과 스타크래프트2의 계약 종료 시점이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2년 뒤에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계약을 곰TV가 아닌 다른 곳과 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따져본다면 그 가능성은 훨씬 낮아진다. 곰TV는 이미 GSL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고, 해외 리그와 연계하는 등 많은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곰TV는 국내에서 인터넷 방송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해외 송출이라는 강력한 무기도 갖고 있다.
2년 후, 블리자드가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사업자와 새로운 일들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썬 지극히 가능성 낮은 일임에 틀림없다.
글: 이시우(siwoo@playx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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