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느 게시판을 막론하고 밸런스 토론이나 게임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질 때 자신의 리그를 자랑하면서, 그 것을 임의의 기준점으로 삼고 그 아래의 리거분들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위를 볼 수 있습니다. 과연 그치들의 주장대로 리그가 높으면 게임의 이해도가 무조건 더 높은 걸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리그가 낮아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는,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아예 안 잡혀있는 초보나 그런 거고 어느정도 수준 이상에서는 GSL이나 GSTL 챙겨보는 사람들이라면 게임 이해도는 리그 순위에 별로 상관 없어요.
플레이 수준은 비교적 떨어질 지라도 최소한 조합의 상성이나 기술/운영간의 상성을 알 정도만 되면 밸런스 면박당하지 않고 논할 수준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류/EMP 싸움에서 EMP가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EMP의 언밸에 대해 논할 수 있지요. EMP 잘 쏘고 환류 잘 피하고까지는 그냥 게임 스킬이고요.
데이비드 킴이 NA 그랜드 마스터이고 그분들과 대화하신 분들도 대부분 그랜드 마스터급인데 테란 건물 띄우고 10초뒤에 불나게 하라던가 EMP 단일 타겟으로 바꿔달라던가 제안하신 거 보고도 '나 리그 높으니 너보다 이해도 높음, 고로 밸런스에 관해서 더 발언력이 있음.' 이러고 싶으신가요?
현제 스타1의 해설 본좌가 비선수 출신인 이승원입니다. 거의 신내림 수준으로 선수 출신 해설자들보다 정확하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짚어주고, 해설하는 경기의 선수가 그 해설에 따라서 플레이를 하면 역전을 하거나 유리하게 흘러가는 걸로 이승원 해설이 유명하죠. 이승원 해설의 게임 이해도는 프로게이머에 비하면 하잘 것 없는 실력보다는 수많은 경기를 챙겨보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거에요. 이승원의 해설은 정말 정확하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은 '실력'면에서 뛰어날 뿐이지 이승원 해설보다 '게임 이해도가 더 높다' 라고 할 수는 없지요.
마찬가지입니다. 스타 실력이 달리는, 혹은 리그가 떨어지는 분들이 게임 이해도가 더 높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위권에 있는 분들보다 게임 이해도가 높아도 이상할 것 없습니다. 물론 낮을 수도 있고요.
게임의 기본적인 개념이 안 잡혀있는, 주로 게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하위리거를 제외하면 설령 하위리거라 할 지라도 충분한 경험이 있고, 게임을 잘 챙겨보는 사람들은 밸런스 토론에 참가할 여지가 충분히 됩니다.
리그 높다는 점 하나만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제하는 논거로 쓰는것 조차 보기 좋지 않은데, 더 큰 문제점은 주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상대를 약올리고 깔아뭉게기 위해서 리그드립 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는 거죠. 아예 토론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리그나 자랑하려고 토론하는 척 하는 몇몇 분들. "나 마스터니까 내 말이 맞음."
이건 브론즈 분들이 게임 이해 전혀 못하고 헛소리 하는 것보다 더 쓸모 없습니다. 그분들 리그가 마스터라는 거 외에 어떤 쓸모있는 정보가 있나요?
한국 웹에서 주로 욕설이 아니면 제제를 가하지 않지만 원래 토론이나 의견 교환에 있어서 설령 빈약할지라도 최소한의 논증을 갖추는 것도 기본 예의입니다. 의견교환하는 곳을 리그 자랑의 현장으로 쓰시는 분들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밸런스 관련 글을 썼을 때 어떤 분이 종족과 리그를 물어보길레 알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거짓말이다/변신수다라고 저의 관련 없는 다른 글에서 언급하거나 게시판에서 까시는 분이 있더라고요. 제 글에 다짜고자 욕설을 다시기도 했던 그 분은 갑자기 정중하게 제 아이디와 코드를 알려달라고 하더니, 거절당하니까 버빵을 하자고 하시네요. 그걸 거절하니까 지금 변신수/거짓말쟁이 하위리거로 취급받는 중입니다. 제가 맨 처음에 이런 취급의 발단에 아무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루어 볼때, 정작 글 내에 갖추어진 논증은 무시하고 지나친 리그에 대한 자부심 만으로 글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행위가 상당히 만연해 있고 또한 몇몇에게 타당한 방법이라고 받아들여 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런 실수는 비주류 전문가들이 상당한 발견을 하는 몇몇 학계에서도 흔히 보이곤 하는,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내린 직업과 신분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에 뿌리내리고 있으니까 착한 어린이들은 따라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