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암흑정무관 | ||
---|---|---|---|
작성일 | 2013-07-25 07:53:59 KST | 조회 | 726 |
제목 |
(스압) 스2가 지금보다 더 흥하기 위한 요소들 - 프테전
|
2010년부터 스타크래프트2라는 게임을 시작한 유저로서, 중간에 군대라는 공백이 있긴 했지만 제법 꾸준히 게임을 해온 유저로서 현 스타크래프트2의 문제점을 분석해보고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2)는 단순한 게임플레이뿐만이 아니라 각종 게임대회(gsl, gstl, wcs 등)와 프로게이머들을 통한 볼거리 매체로서의 역할 또한 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단의 심장이 나온지 4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해보자면 양쪽 다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2의 pc방 점유율은 게임대회를 진행하는 게임 치고 부끄러울 정도로 낮은 수준입니다. 물론 롤이 압도적으로 높긴 하지만, 스2가 진정 재밌는 게임이라면 피시방 유저들이 롤보다 스2를 많이 할 겁니다. 롤이 스2보다 압도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정직하게 말하자면 롤이 스2보다 훨씬 재밌기 때문입니다.(개인적 취향의 차이이니, 이런 건 논외로 칩시다.) 여기서의 재미는 단순한 게임성 뿐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개념입니다.
그럼 스2가 롤을 뛰어넘기 위해, 최소한 지금보다 유저가 늘어나고, 옛날 친구들끼리 스1 얘기를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때처럼 대중적인 게임으로 스2가 자리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외적인 요소야 저보다 훨씬 전문가 분들이 알아서 잘 하실테니, 저는 유저들이 가장 관심있는 게임 내적인 요소, 즉 게임의 밸런싱과 기획의도에 대해 적고자 합니다.
스2에는 세가지 종족이 있습니다. 테란, 프로토스, 저그. 각 종족 게시판에야 온갖 징징이들과 악성 까들이 있지만 그건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플포 유저분들이 밸런싱에 대해 논할 때 ‘세 종족 다 해보긴 했냐’라는 말씀을 자주 합니다. 저는 최근까지 무작위 다이아 유저였으며 마스터를 노렸으나 결국 실패했지만, 마스터가 사실상 하드 유저 수준이라는 걸 생각하면 저의 무작위 다이아 경험은 대다수의 스2 유저들의 체감 밸런싱을 논하는데 적절한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결과를 먼저 쓰자면 제가 생각하는 밸런싱은 프>테>저>프입니다.
먼저 프로토스vs테란입니다.
자날 프테전과 군심 프테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테란이 프로토스보다 멀티를 먼저 먹게 됐다는 겁니다. 자날의 프로토스는 테란보다 제2멀티를 먼저 먹으며 테란의 진출을 유도했지만 지금은 그런 플레이는 사실상 시도하기 힘듭니다.
그 원인이 바로 부스터 의료선(이하 부료선) 때문인데요. 기존 의료선에 부스터 기능을 추가해 순간적인 스피드를 높인 부료선은 견제에 매우 탁월해 프로토스 입장에서 매우 골칫덩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것 때문에 프로토스가 멀티가 느리느냐 하면 아닙니다. 프로토스가 테란보다 멀티가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테란이 견제에 능하면서도 중반까지 한방 조합에서 프로토스보다 앞서기 때문입니다.
흔히 프로토스는 조합의 종족이라 합니다. 저는 이걸 좀 더 정확히 표현해서, 관문유닛+기타 생산시설 유닛의 조합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7차관 올인이라던지, 점멸자 올인같은 걸 제외하면 사실 프로토스의 관문유닛 조합은 효율 면에서 다른 종족의 기본유닛 조합에 많이 밀립니다.
흔히들 역장을 말씀하시는데, 규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역장으로도 커버할 수 없는 화력의 차이가 심해집니다. 아무리 천지역장으로 병력을 갈라놓고 화력을 줄여도 기본 화력 자체가 상대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광전사는 근접유닛입니다. 더군다나 스1때의 질럿처럼 기본 스피드가 빨라 적을 쌈싸먹는 컨트롤이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프로토스의 유닛조합에서 광전사는, 정말 단순히 몸빵입니다. 몸빵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듭니다. 돌진 스킬은 적에게 빠르게 붙을 수는 있되, 적의 퇴로를 끊을 수는 없는 스킬입니다. 그 때문에 프로토스의 유닛 조합에서 광전사는 오로지 몸빵입니다.
추적자는 올라운드 유닛입니다. 하지만 만능형 유닛은 아닙니다. 공업 효과를 1씩밖에 받지 못하며 덩치도 크고 기본 스펙도 좋은 유닛이 아닙니다. 올드 유저분들은 자날 때 래더에서 유행하던 조언을 기억하실 겁니다. ‘추적자를 적게 뽑을수록 테란전이 쉬워진다’
프로토스의 유닛조합에서 추적자는 말 그대로 올라운드 이외에는 없습니다. 지대지, 지대공, 원거리 유닛이지만 사실 토스에겐 이 각각의 역할을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유닛들이 있죠. (불사조, 불멸자 등) 더군다나 업그레이드 효율이 타 종족의 비슷한 역할의 유닛(바퀴, 불곰)보다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잉여가 되버립니다. 추적자가 강할 때는 공2업이 되있거나, 점멸 쿨이 끝없이 돌아올 정도로 다수가 모여있거나 하는 매우 특수한 상황 말고는 사실상 없습니다. 흔히 중반에 의료선 견제를 수월하게 막기 위해 일정 수 이상의 점멸 추적자를 확보하죠. 하지만 효율로 봤을 때 의료선 견제를 가장 쉽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일정 수 이상의 불사조를 보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플레이 상 쉽지 않으니 일단 그보다 ‘효율이 떨어지는’(이게 중요합니다) 올라운드형 유닛 추적자에게 맡기는 거죠. 한방 싸움에서 바이킹을 잡는 것도 사실 불사조(딜은 밀리더라도 따로 컨트롤을 해주지 않으면 바이킹이 거신을 안때리고 불사조를 때리죠)나 집정관보다 못한 효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저 두 유닛이 모으기 쉬운 유닛이 아니죠. 특히 테란 전에서는요. 어쩔 수 없이 ‘효율이 떨어지는’ 추적자로 바이킹을 격추하는 겁니다.
파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괜히 관문유닛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파수기에게 사기드립치는 저그나 테란 분들이 있는데, 낮은 체력과 딜, 가스를 100이나 먹는 걸 생각하면 절대 사기수준의 유닛은 아닙니다.
즉, 프로토스는 좋던 싫던 어쩔 수 없이 테란을 상대할 때 관문유닛만으로는 상대할 수 없습니다. 고위기사던(기사 유닛들도 엄밀히 말하면 관문 유닛들이지만, 얘네들은 관문 유닛보다는 상위테크 유닛에 더 가깝기에 제외했습니다. 초반에 기사 빨리 뽑아서 러쉬 막을 수는 없으니까요) 거신이던, 집정관이던, 불멸자던, 섞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테란의 해불에게 밀리기 때문이죠.
테란의 경우에는 프로토스를 상대로 해불 -> 해불의 -> 해불의바 -> 유해불의바 정도로 조합이 변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테란이 조합상 프로토스보다 우선 선택권이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테란은 의료선 테크를 포기하고 해불만 모을 수 있지만, 프로토스는 상위 테크를 포기하고 관문유닛만 모을 수 없다. 라는 겁니다.
아니 그게 무슨 개소리냐? 그렇게 하는 테란이 어딨냐? 라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 거의 없죠. 하지만 문제는 우선권입니다.
테란은 프로토스에게 조합상 우선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즉, 해불만 모아 찌르는 뽕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프로토스는 관문 뽕이 불가능하다는 거죠. 왜냐면 서로 조합상 화력이 상대가 안되니까요.
이 말은 결국 프로토스는 초반에 테란을 상대로 세미 올인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가뜩이나 멀티도 느린 프로토스가 전략적 선택권까지 뺏기는 거죠. 테란은 멀티를 먼저 먹을 수 있으면서, 세미 올인도 가능하면서, 조합상 우위권까지 가져갑니다. 최근 gsl에서 초반에 토스가 테란을 끝내는 경기가 있습니까? 반대의 경우는 있어도 그런 경기는 찾아보기 힘들죠.
이게 바로 그 숱하게 까이는 ‘프로토스가 프테전에 수비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아무리 보는 입장에서 재미가 없다, 다이나믹하지 않다, 지루하다 라고 까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프로토스 입장에서 그런 플레이가 강제되거든요.
프로토스가 테란보다 앞서는 것은 ‘조합의 효율성’입니다. 최종 조합까지, 혹은 완성형 조합까지 갖추었을 때의 프로토스 화력은 테란보다 명백히 우월합니다. 흔히 말하는 테통기한이 여기서 나왔죠. 테란 입장에서 조합이 완성된 프로토스와 후반싸움을 하는 건 스스로 불리한 게임을 하는 겁니다. 즉, 어떻게든 초반에 흔들고 손해를 입혀야 한다는 거죠.
이게 왜 문제인가 하면... 결국 dk가 그렇게 강조했던 ‘다양한 게임의 양상’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플포 유저분들, 솔직해집시다. gsl이 다양한 게임 양상이 나옵니까? 적어도 프테전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더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냥 진짜 단순합니다. 테란은 의료선으로 무조건 흔들고, 프로토스는 막고 막고 막고 막고 조합갖추면 이깁니다. 테란은 늘 공격하고 프로토스는 늘 막습니다.
얼마 전까지 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저는 대학 친구들을 기숙사로 데리고 와 공강 때 gsl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사실 제가 반 강제로 틀었습니다) 그 때 제 친구가 정말 뼈가 되는 말을 했는데...
왜 테란만 쳐들어가냐?
라고 했습니다. 프로토스가 이기는 경기였는데도 초중반 내내 테란의 찌르기를 본 친구의 한 마디였습니다. 당시엔 별 생각없이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무리 종족 별 다양한 스킬을 넣고 패치를 해봐야 기본 틀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다양한 게임양상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한쪽은 늘 공격하고, 한쪽은 늘 방어하는데 경기가 루즈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겠죠.
이건 일반 유저 수준에서도 명백합니다. 테란은 앞서 말한 우위를 바탕으로 제2멀티까지 선점할 수 있습니다. 프로토스는 테란이 제2멀을 먹거나, 본진에서 트리플이 올라가는 걸 보고 나서야 제2멀티를 먹을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권도 뺏기고 멀티도 밀리고 조합도 밀리는데 어떻게 공격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지금 프로토스는 절대 견제가 강력한 종족이 아닙니다. 군심 개발 당시 넣어준 견제형 유닛 예언자는 지뢰 때문에 중반부터 테란 본진에 갈 수도 없습니다. 기껏해야 테란 병력에 계시 걸어주고 빠지는 게 다인데, 이거 역시 찌르기 타이밍이 거의 정형화되있는 요즘에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계시를 해놓고 안해놓는 건 큰 차이지만, 제 말은 타이밍 상 정형화되있다는 겁니다.
결국 프로토스가 할 수 있는 견제는 광전사 2멀 돌리기, 테란 본진 분광기 광전사 소환인데, 이 견제들이 테란의 의료선 견제와 결정적으로 다른 건, 생환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본진에 광전사를 소환하면 그 광전사가 피해를 주던 못 주던 거기서 디져야 합니다. 광전사가 해불처럼 소수만 있어도 일꾼을 싹쓸이하는 화력 쎈 유닛도 아니고, 근거리이기 때문에 일꾼이 빠지면 쫓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분광기에 태워봐야 네명인데, 광전사 네기로 테란 본진에 무슨 타격을 줄 수 있겠습니까. 같은 가격의 해병 8이면 프로토스 본진은 난리납니다.
광전사 견제의 진짜 목적은 테란의 병력이 진출 못하게 막는 거죠. 하지만 이것도 정말 다수가 소환되지 않으면 본진에서 나오는 해불의에 어영부영 막힙니다. 앞서 말한 조합의 우선권이 있기에 테란은 나올 때부터 힐링 가능한 의료선으로 쉽게 막을 수 있습니다.
결국 프테전은 정형화되었습니다. 일반 래더나 프로게이머 수준이나 큰 틀에서 보면 똑같습니다. 두가지 경기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A.테란이 앞마당 가져가는 척 하다 테크 빠르게 올려서 지뢰 드랍해서 토스가 피해받고 졌다.
B. 테란이 앞마당 가져가서 힘싸움 하다 토스가 교전에서 압승해서 이겼다.
A와 B가 다양한 경기 양상일까요? A던 B던 토스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없습니다. B 경기에서 과연 토스가 마지막 교전 이전에 진출한 적이 있을까요? 프테전의 모순은, 프로토스가 조금 좋으면서도 플레이가 똑같아져 버린 겁니다. 테란 분들 프로토스 사기라고 외치고, 어느정도 제가 봐도 프테전 밸런스는 프로토스가 앞서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토스의 플레이는 천편일률입니다. 결국 프로토스는 테란을 이기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길을 택한 건데, 이게 E스포츠 판을 망치고 있는 겁니다. 프로토스의 잘못이 아니라, 게임 밸런싱이 그렇게 된 걸 탓해야 합니다.
다음 글은 테저전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제 글에 대해 반론이나, 이견이 있으신 분들은 자유롭게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합니다.
|
||
|
|
||
|
|
||
|
|
||
|
|
||
|
|
||
|
|
||
|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