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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강건
작성일 2010-09-01 00:39:22 KST 조회 7,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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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힘" -레이너의 진짜 혁명의 첫걸음

스타크래프트2는 전작과는 다르게 거의 1인칭에 가까운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우리의 시선은 오로지 제임스 레이너의 시선에 국한되어 있죠. 덕분에 여러가지 인과관계가 무척 미흡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레이너의 시점에선 결코 알 수 없는 여러 흑막들이 잘려나간 채로 이야기가 전개되니까요.

 

그런면에서 스타2는 스타1에 비해 스토리 구조를 이해하는데 전반적으로 어렵습니다.(3부작을 다 해봐야 누락된 떡밥들을 전부 연결 가능하다는 면에서) 하지만 그만큼 블리자드가 조명하고자 하는 캐릭터의 내러티브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저는 이번 자유의 날개 편은 전작에서 다른 영웅들에 비해 미흡하게 다뤄졌던 짐 레이너의 내러티브를 설명하기 위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걸작으로 뽑은 것이 바로 "언론의 힘" 과 "탈옥" 이죠.

 

 

언론의 힘

제임스 레이너는 자치령을 상대로 테러행위를 벌이고 있습니다...라지만 당장 자금이 부족해서 친구 타이커스와 유물 약탈이나 하고 있고, 변방 행성의 주민들을 선동해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어느날 이런 제임스에게도 찬스가 옵니다. 바로 타소니스에서 발견한 구식 부관이 멩스크의 엄청난 망언을 그대로 녹음해두었다는 거죠. 이후 레이너는 오딘에 타이커스를 침투시켜 코랄을 급습한 후, 방송국을 장악하여 멩스크의 발언을 방송해 버립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언론의 힘 미션이 테란 스토리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잘 모르시더군요.

 

우선, 멩스크가 강력한 독재정치를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바로 테란 자치령이 저그와 전쟁중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지도자들을 시민들의 공포를 자극해서 자신의 기반을 더 탄탄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옛날부터 입지가 불리해질 때마다 의도하지 않게 서로를 도와줬던 남한과 북한의 관계처럼 말이죠. 멩스크는 잔혹한 황제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저그로부터 자치령의 주요행성을 안전히 지켜주니 면죄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언론의 힘에서 이 놈이 예전에 했던 대사를 보자면

 

"코프룰루를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겠다."

 

그래도 자기들을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놈이 알고보니 자기들 치안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밀어주는 황제가 말이죠. 이 사건은 맷 호너의 말대로 "전설이 될겁니다." 코랄에 폭동이 일어나고, 코프룰루 해방전선이 새롭게 조직될지도 모르죠. 그렇게 되면 제임스 레이너는 자신을 지지하는 진짜 군대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한 번의 방송이 100번의 전투보다 나았습니다."

맷 호너가 한 이 말은 레이너의 내러티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발언입니다.

이 대사는 멩스크와 레이너를 분리시켜주죠.

사실 짐 레이너가 복수를 위해서 자치령에 테러를 하고 전쟁을 벌인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런 폭력적인 반란은 과거 멩스크와 다를 바가 없죠.(도니가 뉴스에서 관련 논평을 합니다.)

 

하지만 언론의 힘에서부터 레이너는 어쩌면 멩스크와는 다른, 진짜 공적 혁명가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됩니다. 멩스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당한 무력으로 연방을 전복시켰습니다. 한 명의 카리스마있는 영웅에 의한, 그것도 부당한 힘을 이용해서 얻어진 권력이죠. 반발세력이 수없이 많았을테고, 그것을 모두 덮고 권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 멩스크는 필연적으로 악독한 황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역사에서 많은 혁명영웅들이 겪었던 딜레마죠.

 

그런데 레이너는? 멩스크가 사용하는 언론의 힘을 이용해서 멩스크를 역관광 시켜버렸죠. 정말 21세기스런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레이너는 혁명의 주체가 아니에요.

물론 레이너는 멩스크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인물이긴 합니다만, 언론의 힘 부터는 시민들이 혁명의 주체가 되는 거죠. 레이너는 그런 시민들의 내재된 분노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거고요.

레이너가 여러 인물들과 말할 때 종종 이런 말을 강조합니다. 자기는 그들의 등을 살짝 떠밀어준다는거죠. 멩스크

와는 전혀 반대되는 혁명입니다.

 

 

만약 자유의 날개 내용이 레이너가 히페리온 한대를 가지고 자치령의 함대를 까부수며 멩스크에게 복수하는 내용이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졸작이죠. 전 정말 이부분에서 블리자드가 참 머리를 잘썼구나..하는게 느껴지더군요.

 

 

 

 

반란군vs제국...아마 이런 설정은 스페이스오페라에서 무척 흔할겁니다.

스타워즈에서, 심지어 하프라이프도 결정적으로는 이런 맥락으로 흘러가죠.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스타워즈나 다른 게임 프렌차이즈에서 두리뭉실하고 가볍게 다뤄졌던 것들이, 하프라이프 시리즈에 들어서는 당위성있고 묵직하게 다뤄졌다는 거죠. 하프라이프는 콤바인들의 프로파간다와 변절한 정치인, 반시민과 시민 등등을 통하여 이런 구도를 훌륭히 살려냈고, 덕분에 그 스토리라인이 정말 잘 살았죠.

 

개인적으로 그런 면에서 자유의 날개 편에서 보여준 레이너 혁명의 첫걸음은 혁명을 다루는 게임에 있어서 좀 더 진보된 개념이라고 봅니다. 물론 하프라이프나 스타나 둘 다 어디까지나 마우스와 키보드로 조작하는 게임이기에 그 근본적인 방법에서는 적들을 까부수고 하는 것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죠. 하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그 스토리텔링이...좀 더 구체적이고 잘 몰입되고 세련되게 변한다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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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 아이콘 게장 (2010-09-01 01:00:0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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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봤습니다.
베플 아이콘 멜로디missyou (2010-09-01 02:23:5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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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너의 혁명은 여태까지와 의혁명과는 다른게

21세기형 새로운 혁명방식이란게 참 몇번을읽어봐도 표현을 잘한문장같애요
아이콘 게장 (2010-09-01 01:00:0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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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봤습니다.
포더윈터 (2010-09-01 01:15:0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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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이당
푸에르토_리코 (2010-09-01 01:15:4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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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ㅊ
웍허 (2010-09-01 01:23:5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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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글ㅊㅊ
아이콘 멜로디missyou (2010-09-01 01:50:4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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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정말 글재주 있네요
아이콘 멜로디missyou (2010-09-01 02:23:5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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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너의 혁명은 여태까지와 의혁명과는 다른게

21세기형 새로운 혁명방식이란게 참 몇번을읽어봐도 표현을 잘한문장같애요
[꽃]민들레 (2010-09-01 08:38: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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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글 ㅊㅊ
아이콘 000a (2010-09-01 12:22:3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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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HydraRisk (2010-09-01 15:50:4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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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언론의 힘.

그리고 불쌍한 도니 버밀리언
Hellion (2010-09-01 18:24:30 KST) - 114.205.xxx.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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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은 바로 이런 글에 달아주는 거지요
아이콘 [부릉여왕] (2010-09-01 19:33:5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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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
아이콘 후레자식-아서스 (2010-09-01 20:15:5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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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아이콘 뉴비두기[바퀴] (2010-09-01 22:40:2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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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좋은 글이다
kkge (2010-09-02 11:01:0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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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걸작으로 뽑은 것이 바로 "언론의 힘" 과 "탈옥" 이죠. 라고 하셨는데
탈옥쪽 부분도 이런식으로 해설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아이콘 PlasticMania (2010-09-03 16:31:2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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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너한테 21세기스럽다고 하면 완전 구식혁명이라는 말같다.. 'ㅅ'
cr23 (2010-09-04 01:13:24 KST) - 220.121.xxx.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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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임?
김강건 (2010-09-04 18:30:2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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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임
아이콘 오늘도동면중 (2010-09-07 22:16:4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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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참 잘쓰시네요~
아이콘 hsh0908y (2011-01-24 13:42:2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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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기에 21세기적인 혁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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