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밥 삼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이너가 캐리건을 저그 감염에서 해방시키고 되찾은 것은 아직도 여전히 혼종으로 인해 멸망으로 치닫는 예언된 미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근거로,
1. 오버마인드와 테사다, 프로토스 고대 예언 등을 통해 미래를 엿본 제라툴 역시 캐리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죽게 되는지를 알지 못한 채, 막연히 캐리건의 죽음을 통해 혼종이 저그를 손에 넣고 테란과 프로토스를 절멸시키게 된다고만 알고 있음
2. 용서할 수 없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파멸을 벗어날 수 있는 핵심적인 존재가 캐리건이라는 사실에 절망과 혼란을 동시에 겪은 제라툴이 그 사실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긴 채 자신 뿐만 아닌 레이너에게도 그 이상의 정보를 캐낼 상황이 안되었을 것
3. 노스트라다무스의 시처럼 단편적이고 막연한 내용을 짧게 기록한 프로토스 고대 예언의 형식이 그것을 더욱 부추김
4. 칼날여왕으로서의 캐리건이 얻을 수 있었던 정보 역시 제라툴이 확인하고 레이너에게 전한 것 이상은 될 수 없음
5. 따라서 캐리건 역시 구체적인 자신의 최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혼종이 들이닥쳐 대전쟁 중에 전사할 것으로 예상했을 것 - 그것이 감염중이든, 해방되었든 간에
6. 무엇보다도 특히, 레이너에게 캐리건을 되찾을 기회를 주겠다며 부추긴 것은 뫼비우스 재단의 발레리안 왕자이며, 이 뫼비우스 재단이 지금은 실종되었다는 나루드 박사, 즉 듀란으로 추측되고 있는 인물에 의해 현재의 대부분의 성과를 구축하였으며 또한 타이커스를 뒤에서 유도하여 레이너가 유물을 손에 넣도록 레일을 깔게 만든 것 역시 나루드 박사의 뫼비우스 재단이므로 캐리건이 저그 감염에서 해방되도록 한 것이야 말로 듀란의 진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7. 타이커스를 조종한 또 하나의 리모컨인 맹스크의 계약, 즉 캐리건을 말살하라는 명령 역시, 이루어지든 안 이루어지든 듀란에게는 대단치 않은 문제가 됨
8. 왜냐하면 그것은, 캐리건이 죽거나 혹은 레이너에 의해 저그 감염에서 해방됨을 통해, 캐리건이 쥐고 있던 거의 모든 저그에 대한 지배력이 사라짐을 뜻하며, '훨씬 더 거대한 존재'를 따르고 있는 듀란이 저그의 새로운 통솔권을 자신의 주인에게 쉽게 이양할 수 있는 단계가 되기 때문
9. 그럼으로써, 제라툴이 보았던 파멸의 미래는 행성 차에서 레이너의 활약과 관계없이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며 오히려 더욱 더 쉽게 저그에 대한 지배권을 캐리건으로부터 혼종 파괴자의 손으로 옮겨올 수 있도록 만든 계략에 지나지 않는다
요악 - 저그 감염으로부터 캐리건이 해방된 것은 듀란의 계획이며, 이에 따라 혼종이 저그를 차지하여 테란저그프로토스 3 종족의 파멸에 이르는 미래에 첫 발을 내딛은 것임.
어쨌거나, 인간으로 되돌아온 캐리건이 아주 약하게나마 저그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기는 했을 것이며, 이것을 바탕으로 제라툴과 아르타니스 등의 프로토스와의 재연합을 이룬 레이너 연합 사령관과의 연계를 통해 혼종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3부에서 이루어지고, 2부에서는 지난 4년간의 캐리건과 저그의 행적을 담은 회상과 이제는 미약한 세력이 된 캐리건의 저그, 레이너 특공대의 모습이 그려지리라 봅니다.
인간이 된 캐리건이 아무런 저항없이 다시 저그를 다스리고 싶어하느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만 하겠군요. 사라 캐리건은 타소니스에서 한번 자신을 타락시켰던 흉측한 괴물들에 대해 큰 증오심을 갖고 있을만 하지만, 또한 감염되었을 때의 기억을 여전히 가져 파멸에 대한 예언, 그리고 레이너와 제라툴이 알지 못하는 다른 4년을 통해 초연한 모습을 가질 수도 있다는 애매한 입장이 되겠군요.
더군다나, 저그의 각 개체가 지배력을 가진 대군주의 명령만을 충실히 이행하는 공격적인 벌레 인형일 뿐만 아니라, 축구를 즐기는 -,.- 개성을 가진 생물이기도 하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에 따라 레이너가 자신의 병사들을 잃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캐리건이 자신의 휘하에 있는 저그 병력들에 대한 연민이나 복잡한 감정 등을 가지지 않으리라곤 할 수 없으니까요.
이외에, 발레리안 왕자가 앞으로의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점이 있습니다.
젊고 재기충만하지만, 몽매할 정도로 자기애에 사로잡힌 이 애송이가 레이너를 휘하에 두고 행성 차의 저그를 쓸어버린 동시에 공식적으로는 칼날 여왕을 해치웠다는 엄청난 공적을 세웠으니 어쩌면 부친에 대한 권력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주위에서도 그것을 부추길 수도 있겠죠.
이제는 이 애송이가 프로토스에 대한 손을 뻗쳐, 우선은 외교상으로 무언가의 업적을 세우려 혈안이 되리라 봅니다만, 결국은 프로토스의 미션에서 어리고 눈치없는 훼방꾼으로 등장하여 적대세력이 될 공산이 높으니 역시 프로토스와의 관계성은 악화되리라 봅니다.
이 놈을 볼 때면 워크래프트 캘타스가 자꾸 겹치는데, 뭐 마찬가지로 스타2에서 하나의 큰 선을 그을 캐릭터임은 틀림없습니다.
스토리 맥락 상, 최초에 반짝하고는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악역 애송이로서 확장팩 이전 스토리에서 그 역할을 굳히거나 레이너를 낚아 행성 차를 손에 넣은 것처럼 운좋게도 주워먹기로 큰 건을 따내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죠.
그리고 멩스크.
게시판에서 멩스크를 폭로한 것이 멩스크와 레이너를 갈랐다, 는 내용을 보았지만 어차피 이것은 이해득실과 실존적 사회성이 달린 게임내의 자치령 시민들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게임 밖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현재는 헤이븐의 시민이 된 자신의 황민들을 저그의 침공으로부터 구할 생각도 없이 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회군시키고 언론을 통제하여 그 사실을 감춘 멩스크의 본질이, '저그와의 전쟁 상황에 불필요한 내부 싸움을 만든 레이너는 테러리스트에 불과하다'라는 도니 버밀리언의 비판을 무색하게 만들었으며
두번째로 황제는 커녕 테란, 저그, 프로토스 그 이상의 위치에 군림하는 존재인 양 오만한 멩스크의 망상적 질주야말로 듀란이 혼종 연구를 위해 접근하고 이용하기 좋은 배경이 되었으며, 모든 파멸의 미래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음을 플레이어로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캐리건의 소수 저그부대가 예정된 미래를 막기 위해 레이너와 함께 멩스크와 멩스크의 연구시설을 공격하고, 이것이 적절한 때에서 늦어져 비로소 프로토스 미션인 3부에 바통을 넘긴다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2, 3부에서 미약한 세력인 캐리건을 어떻게든 보호하고 예정된 죽음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결국엔 미래를 바꾼다는 것이 스타2 캠페인 스토리의 양념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