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레이너는 악령 토시를 도와 뉴폴섬 감옥에 수용된 악령들을 풀어줍니다.
이 간단한 미션은 의외로 제법 심오합니다.
우선 옛날 이야기를 생각해보죠.
사실 저는 스덕후로서, 자유의 날개편이 짐레이너의 혁명에 관련된 이야기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게임에서 혁명은 정말 많이 등장하는 소재입니다만, 대부분이 졸작입니다. 물론 혁명은 급진적으로 체제를 무너뜨려야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폭력성이 동원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게임들이 혁명을 스토리 소재로 사용하는 거겠죠. 하지만 거기서 혁명가로 등장하는 주인공에게...일말의 고뇌도 주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들의 혁명은 모두 정의로웠고, 혁명의 이면 이야기는 아예 다뤄주지를 않았죠.
전 사실 자유의 날개도 그런 맥락으로 흘러갈거라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이 이야기가 무척 껄끄러운게...
이렇게 되면 당연하게 짐 레이너는 악튜러스 멩스크와 비교되거든요.
악튜러스 멩스크
혁명동기:고향 행성이랑 가족 전체가 핵폭탄 수천발에 바싹 타버려서 연방에 복수 ㄱㄱ
짐 레이너
혁명동기:멩스크 때문에 케리건 저그되고 나도 폐인됨 자치령에 복수 ㄱㄱ
그들은 모두 어떤 한 대상을 증오하고 있고...복수하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악튜러스 멩스크는 정신파 분열기라는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된 이후로 도를 넘어버렸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죠.
짐레이너는 물론 멩스크와는 좀 다릅니다. 스타1부터 짐레이너는 엄청난 굿맨으로 등장하며, 천성적으로 영웅심이 대단하고 동료를 아끼고 정의로웠죠. 하지만 지금 레이너는 복수심에 불타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 살인괴물이었을지도 모르는 악령들을 탈옥시켜주기도 하구요. 이러한 부분에서 레이너의 혁명 역시 좀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레이너도 멩스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면 정말 뭐든 할겁니다. 멩스크 기함 부세팔루스를 보자마자 미친 짓인줄 뻔히 알면서도 함선 내부로 도킹하고, 언제나 리볼버에 단 한 발의 총알을 남겨두는 부분을 보면..멩스크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레이너의 광기를 느낄 수 있죠.
그럼 과연 레이너가 멩스크와 완전히 차별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결국 레이너 역시 자신들의 병력을 죽음으로 내몰고 테러하고 때려부순다는 면에선 과거의 멩스크와 전혀 다를 바가 없죠.
그런 면에서 전 블리자드가 스타2에서 레이너의 혁명을 묘사한다면...그리고 크리스 멧젠이 좀 더 스토리를 깊게 생각했다면 꼭 레이너의 어두운 부분을 다뤄내야 할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바로 "탈옥" 입니다.
"정말 잘 해줬습니다. 이제 우리 악령들이 나설 때로군요. 멩스크를 없애고, 자치령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겠습니다."
토시는 레이너를 형제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를 자신과 동일화하는 인물입니다. 그만큼 그 둘이 가진 멩스크에 대한 맹목적인 복수심이 유대감으로 작용한다는 거겠죠. 그런데, 이런 토시의 발언에 대립되는 발언이 나옵니다.
"멩스크를 끌어 내리는건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 목표는 더 밝은 미래라고요."
매 호너는 정말 완벽하게 토시와는 반대되는 인물일 겁니다. 게다가 자유의 날개 주인공에 진정으로 어울리는 인물이죠. 젊은이답게 이상주의적이고, 정의롭고 정당한 혁명을 꿈꿉니다.
"순진하기 짝이없군. 오늘 멩스크가 죽으면 그 후에 비슷한 놈이 또 나타날 겁니다. 밝게 빛나는 미래 따위는...허상일 뿐이지."
그렇습니다. 레이너가 어떻게든 멩스크를 처죽이는데 성공했다고 가정해봅시다...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테란이 무슨 다크스폰도 아니고 우두머리 죽었다고 악의 무리가 전부 도망갈리도 없고, 여전히 정치체제는 계속 고수될 겁니다. 어쩌면 짐 레이너가 차기 황제가 되어버릴지도 모르죠.(거의 자폭 시나리오)
이에 레이너가 묻습니다. 그렇게 미래가 어둡다면 도대체 뭘 위해서 여기에 있느냐고요.
토시는 레이너에게 말합니다. "당신과 같습니다 형제여. 멩스크가 죽는 꼴을 볼겁니다."
그리고 레이너는 토시가 던진 간지 나이프를 뽑아 다시 그에게 건내줍니다. 그에게 공감한다는 거죠. 결국 레이너는 어떤 구체적인 혁명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혁명이념과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맷 호너같은 이들이죠.
레이너가 원하는건 그냥 멩스크가 죽는 꼴을 보는것일 뿐이고, 멩스크가 죽고 나면 목적의식을 잃은 그는 아마 자멸할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또다른 독재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죠.
"복수는 계획에 없습니다. 우리 혁명은 자유를 위한겁니다."
맷 호너의 말. 이 말은 맷 호너의 캐릭터성을 그대로 드러내주죠. 가장 순수한 이상주의자가 바로 맷 호너입니다.
하지만...레이너의 대답은 놀랍게도 부정적이었습니다.
레이너는 맷호너같은 인물들은 그런 미래를 볼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토시와 자신같은 이는 그러지 못할 거라고 합니다.
더불어 마지막 종지부를 찍어주는게,
이후 맷호너에게 레이너가 말하죠. 정의란건 이미 없어진지 오래라고 말이죠. 레이너가 원하는건 오로지
"멩스크와 끝장을 보는 것" 이라고 했으니까요.
아마 이 부분은 이후 확장팩에서 심도 있게 다뤄진다면, 레이너의 주갈등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군요.
아직까지는 반반입니다.
레이너는 진짜 혁명가가 될수도 아니면 정말로 멩스크와 자멸할지도 모를 일이죠.
블리자드가 이 갈등구도를 정말 잘살려주면 테란 이야기는 상당히 심오한 이야기가 될수도 있겠네요.
탈옥미션은 이런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는데 정말 좋은 미션이었죠. 더불어 짐 레이너의 일면들을 상징하는 토시와 맷을 대립시켜서 그걸 효과적으로 보여줬구요.
게다가 CG의 질 자체가 정말 최고였죠. 뉴폴섬 궤도 주위를 순찰하는 전투순양함 씬은 순간이긴 해도 정말 멋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