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짐 레이너에 대해서 다각도로 알아보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는 점,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짐 레이너에 대해서 비판적이고 짐 레이너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는 점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의 짐 레이너를 재조명 하고자 합니다.
일단, 그가 혁명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 말씀 드리자면, 짐 레이너는 순수한 의도로 혁명을 시작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의 혁명의 시작은 멩스크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멩스크 타도를 외치면서 시작되었죠. 이런 혁명의 시작을 처음부터 같이 한 동료가 바로 맷 호너였습니다.
멩스크도 황제가 되기 이전에는 혁명가였습니다. 하지만 멩스크의 혁명과 레이너의 혁명이 다른 점이 있다면, 멩스크의 혁명은 이제껏 있어왔던 혁명의 경우처럼 이리저리 훌륭한 작전들을 동원해 나가며, 하나씩 하나씩 적을 총칼을 동원하여 무력으로 진압해 나갔던 유혈 혁명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그 수많은 피로 얼룩지면서까지 혁명을 달성하고 그가 목표하던 바를 이루어냈지만, 그는 그의 혁명의 행적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싶었는지, 타르소니스 행성에 수많은 저그 떼들을 풀어놓아, 수십억 명의 타르소니스 사람들의 목숨을 잃게 했죠.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이후, 그는 코랄 자치령의 황제에 즉위하며, 혁명가 시절의 멩스크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바로 레이너와 멩스크의 혁명에 대한 차이점이 여기에서 드러나죠. 짐 레이너는 혁명을 하면서도 압제 당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무기를 들고 일어나서 자치령에 맞서 싸우기를 호소합니다. 이런 레이너의 호소로 인해 힘과 용기를 얻은 시민들이, 자치령과 맞서 싸우기 위해 들고 일어나며, 결국에는 승리를 쟁취하고야 마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죠. 멩스크의 경우처럼 직접 나서서 폭력적인 혁명을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혁명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호소하고 설득했다는 점이, 바로 멩크스는 가지지 못한 레이너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멩스크와 레이너의 혁명에 대한 차이점은 멩스크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혁명을 시작했고, 가면 갈수록 복수에 대한 성격이 짙어져 갔습니다. 혁명의 막바지에 캐리건을 저그 떼들에게 던져주고, 버렸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죠. 멩스크의 혁명은 애초부터 아버지를 살해한 테란 연방에 대한 복수의 상격도 어느정도 있었습니다.
물론 레이너의 경우에도 멩스크에 대한 복수와 타도를 시작으로 혁명을 시작했지만, 멩스크와는 다르게 복수를 혁명의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습니다. 비록, 짐 레이너 자신이 마음속으로는 멩스크에 대한 복수와 타도를 외치며 혁명을 시작했더라도 말이죠. 그는 주변 동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매력 덩어리였으며, 위험에 빠져있는 시민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의협심이 유달리 남달랐던 그는, 챠 행성에서의 초월체와의 최후의 일전에서 큰 공을 세우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프로토스를 도와주기도 해서, 그를 지켜봤던 프로토스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또는 워프게이트로 프로토스들이 안전히게 탈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로 인해, 짐 레이너와 프로토스는 돈독한 우정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그리아 행성에서 시민들을 구출한 것은 그의 의협심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죠.
물론, 그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캐리건이 저그의 밥이 되도록 내버려 두고 그냥 가버린 멩스크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 먹었고, 자신과 친했던 페닉스가 캐리건의 저그 군단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자, '캐리건, 너는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고 복수를 다짐을 할 정도였죠.
하지만, 캐리건이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레이너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 위험한 분열장 속으로 뛰어들어가서 유물의 마지막 한조각을 기어코 찾아내기도 했고, 그녀가 있던 저그가 우글거리는 소굴인 챠 행성에 다시 돌아올 정도였죠. 예전, 챠 행성에 갔을 때, 많은 부하들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말입니다.
레이너와 가장 공통점이 있는 인물로는 삼국지의 유비를 들 수 있겠는데요. 짐 레이너와 유비는 의협심이 남달았단는 것도 공통점이었고, 대의를 위해서 일어난 것도 똑같았습니다. 다만 그 동기가 달랐을 뿐이지만요.
친한 친구나 동료가 목숨을 일흘 때면, 물불을 안가리고 복수하겠다고 마음 먹는 것도 어찌보면 닮았습니다. 레이너는 캐리건과 페닉스가 죽었을 때, 유비는 관우와 장비가 죽었을 때 직접 대군을 이끌고 동오로 쳐들어갔다는 것도 이 점을 반증해 주고요.
마지막으로 레이너와 유비의 공통점은 매력이 아주 철철 넘쳐 흐르는 인물이었다는 겁니다. 레이너는 멩스크와는 다르게 알 수 없는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그로 인해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레이너는 아그리아 사람들이 버려진 것을 그냥 두고보지 못하고 저그의 손아귀에 넘어가지 않도록 그토록 거리가 먼 우주공항까지 친히 아그리아 시민들을 호위했고, 유비는 신야에서 같이 따라나온 10만명의 백성들을 차마 버릴 수 없어, 그들을 두고가지 못하고 먼 거리인 강하까지 백성들을 호위했다는 점도 유비와 짐 레이너가 얼마나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레이너의 알 수 없는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랐던 것처럼, 유비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훌륭한 덕을 가진 인물로, 그의 덕으로 많은 신하와 백성들이 그를 따를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코에이 삼국지에 나오는 군주들 중, 가장 높은 매력치를 한번도 놓치지 않은 군주가 유비였을 정도니까요.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레이너와 멩스크는 혁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혁명의 성격은 약간 달랐습니다. 바로 이 점이, 레이너가 멩스크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란 기대를 가지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구요.
실제로 레이너 같은 상관이 있다면 기꺼이 따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