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강탈기가 정식 명칭처럼 여겨지지만 많은 이들은 그 외관 등으로 기갑충이라고 친숙하게 부른다. 육중하고 거대한 애벌레 형상을 한 이 로봇 병기는 실제 애벌레처럼 느리고 굼뜨다. 기갑충이 끝에서 끝까지 스스로 기어서 도착할 때면 이미 전쟁이 끝나고도 남을 시간일 것이다. 물론 기어가는 도중에 적에게 발견되지 않거나 프로토스 지휘관이 발견하지 못한다는 조건에서...
모든 프로토스 로봇 병기들이 다 그렇지만 기갑충도 마찬가지로 본래 산업용 로봇이다(순수하게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거신을 제외하면.). 내부에 있는 소형 생산공장이 그 흔적으로 인력이 늘 귀한 프로토스의 인력 보조가 목적이었지만 프로토스는 기갑충을 전투 병기로 개조한다. 내부의 소형 생산공장에서는 갑충탄(Scrab)이라 불리는 소형 자폭 로봇을 생산하도록 바뀌었다.
기갑충은 자체적으로는 무기를 갖췄다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따라 적을 포착하면 내부에 생산된 갑충탄을 발사한다. 기본적으로 최대 다섯개 정도의 갑충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최대 10개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수납 공간을 늘릴 수도 있다.
발사된 갑충탄은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고, 목표물에 닿은 순간 자폭하여 강력한 자기장을 발산한다. 이 자기장에 닿은 적은 흔적도 없이 박살난다. 어찌 살아남아도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 대부분으로 갑충탄을 정통으로 맞고 멀쩡하기를 바라는 건 어림도 없다. 보통 두 방 정도만 제대로 맞으면 건물을 제외한 목표물은 사실상 끝장났다고 보면 된다. 자기장의 위력을 강화시키는 연구를 하면 파괴력은 증대한다.
갑충탄은 그 자체적인 위력도 위력이지만 더 무서운 건 범위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뭉쳐있다가 갑충탄이 닿을 경우 일꾼들이나 해병, 저글링 등은 일거에 몰살되는 일도 빈번하다. 그 울트라리스크도 갑충탄을 몇 방 맞으면 비명횡사 할 정도니 말 다했다.
그렇다고 갑충탄이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기갑충처럼 갑충탄도 인공지능이 탑재된 소형 로봇인데 문제는 이게 목표물로 돌진하는 것이 1순위라 가끔 광물이나 건물, 유닛의 벽에 의해 버벅거리다 그냥 허공에서 터지는 일이 잦다. 프로토스의 기술력 정도면 이런 인공지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텐데 그들은 전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흔적이 안 느껴진다.
더불어 갑충탄은 공중 병력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자폭이 무섭지 맷집은 안 무서운 갈귀 한마리 조차도 잡을 수 없다. 기갑충이 애초에 대공능력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기갑충은 매우 강력한 무기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느리고 굼뜨며 대공수단이 없다. 맷집은 그럭저럭 있는 편이지만 적의 포화를 오래 견딜 정도는 아니다. 또 생산비용이 비싸고, 갑충탄의 생산에도 자원이 필요하다. 기갑충 혼자서는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 잘 활용하려면 그만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보통 프로토스 지휘관들은 기갑충을 수송선에 운반하여 느린 기동성을 보완하고, 기사단이 엄호하게 한다.
다루기가 까다로워서 그렇지 기갑충을 잘 다룰 수 있는 조건만 마련하면 막강함을 발휘한다. 적의 후방 견제, 본대의 화력 지원, 거점 방어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해 여러 변수를 만들 수 있다. 고위 기사와 마찬가지로 기갑충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느낌은 결코 작지 않다. 소수 정예로서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프로토스로서는 기갑충처럼 다수를 제압할 수 있는 화력을 가진 무기의 활용을 결코 등한 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프로토스 기사단과 함께 하던 기갑충도 이제는 서서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오래 전 봉인됐던 고대의 파멸무기 거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갑충의 자리를 밀어냈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시 산업용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레이너가 제라툴로부터 받은 3D 블루레이 영상기구 이한 수정을 통해 본 케리건이 죽은 미래에서 프로토스가 어둠의 목소리와 혼종에 맞서 최후의 항전을 펼칠 때도 쓰이지 않았고, 탈다림도 쓰지 않은 걸 보면 좀 더 가능성이 높아진다.
거신의 부활 이후 기갑충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도 기갑충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았음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