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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alingrad
작성일 2015-08-05 02:00:28 KST 조회 2,142
제목
간만에 스타 스토리를 주욱 다시 한번 보니까

세 종족에 공통되는 주제가 한가지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조금 심오하기도 한 주제인데 바로 종족이 내재하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부정하고 깨버려야한다는 주제입니다.

 

주욱 각 종족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이야기의 주역이 되는 자들은 딱 두 가지로 나뉩니다. 종족을 파멸로 이끄는 고유의 특성을 받아 들이느냐 갈아엎고 투쟁하느냐.  이야기 주안점을 여기다 두고 스타 2를 보면 나름 볼만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주관입니다. ㅋ

 

그럼 그 고유 특성이 무엇인가?

 

종족마다 세세하게 살펴보자면  먼저 테란, 테란을 특징짓는 종족 특성은 바로 탐욕입니다.

 

UED가 철권으로 자치령을 장악한 동안에도
이 켈모리안 연합이 계속 운영되는 것은 정말 놀라워.
테란의 탐욕이 가져오는 동기부여의 효과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않겠다!

                                          -페닉스-

자넨 후회할 짓을 저지른거야.지금 내가 어떤 놈인지 잘 모르나본데. 나를 멈출수 없어. 너든, 연방이든, 프로토스든 그 어느 누구든! 코프룰루를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겠다! -멩스크-

 

테란의 이야기는 탐욕의 이야기입니다. UPL의 시작? 가장 힘있는 권력자들의 탐욕스러운 계획에서 나왔습니다. 테란연합? 탐욕의 대명사입니다. 그리고 나중엔 순수하게 정제된 탐욕덩어리, 아크튜러스 멩스크란 작자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탐욕은 단지 욕심에 그치는 정도가 아닙니다. 여기 나열된 친구들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서라면 인류를 위협에 빠트리는것도 주저치 않습니다. 막 엄청난 대의나 이상,프로파간다로 자신들을 포장하지만 이야기를 따지고보면 권력을 쥔 인간의 탐욕과 그것을 부정하며 테란 종족의 미래를 걸고 싸우는 혁명가의 이야기가 바로 코프룰루 테란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UED는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본래의 임무를 미뤄두고 더 중요한 일에 목숨을 내던져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은 똑같군요.) 블리자드는 이 싸움이 정치적 이해관계 싸움으로 끝내긴 싫었는지 나중에 멩스크를 아예 모든것을 파괴할 아몬의 하수인이자 아주 엄청나게 사악한 존재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이 메세지를 명확히합니다. 인간의 탐욕 본성을 부정하고 자유라는 이상을 가진자가 권력을 잡는 이야기죠.

 

 

자 다음 저그입니다. 저그는 바로 자유의지가 그 주제입니다.

 

주인이 없어서, 놈의 무리는 미친듯이 날뛰며 심지어 본거지를 위협하고 있다. 정신체, 미친 무리를 전멸시키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프로토스는 내가 막겠다. -다고쓰-


너 자신이 너의 가장 최악의 적이다. -태사다르- 

 

저그는 집단의식으로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당장 공식설정은 젤나가가 프로토스의 실패에 낙담하여 그 반대되는 성향의 종족을 만든 것이 바로 저그였습니다. 순수한 하나의 지성체를 위하여 살아가는 저그는 오버마인드라는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라고 봐도 나쁠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그의 종족본성은 위기를 맞이합니다. 하나의 자유 지성에게 모든 것을 의존한다는 말은 즉, 그 지성 없이는 어떤 대안책이 없다는 말이죠. 이 대비책으로 오버마인드는 케리건을 만들고 케리건의 이야기는 저그의 생존 이야기라고 보면 됩니다. 오리지널에서 저그는 종족 본성을 완벽하게 부정당해 버립니다. 오버마인드가 죽었거든요. 저그에게 지금 필요했던건 가장 배척하던 자유의지였던겁니다. 그리고 브루드워는 이 최고 지성을 다시 만들어내려는 존재와 저그의 생존을 위해서 기꺼이 그 모든 저그를 적으로 만든 혁명가의 이야기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 이 부분이 더 노골화되서 처음부터 유일한 자유의지를 지닌 줄 알았던 절대자 오버마인드 역시 노예의 존재였다는게 밝혀지며 케리건은 저그의 본성을 계속해서 부정해나갑니다.

 

프로토스입니다. 프로토스의 키워드는 변화입니다.

 

기사단 태사다르, 넌 우리의 자비마저 스스로 거절하였다.
너는 테란 행성들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거부했다.
너는 대의회의 신성한 뜻에 대해 수차례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가장 어두운 시기에 너의 고향을 버려두었다
그중 가장 비통한 건 모독적인 어두운 것들과 결탁하고,
그들의 더러운 힘을 우리의 것과 연결해서 사용하는 법을 익혔다는 것이다.
할 말 있나, 이 타락한 기사단아?-알다리스-

 

너희 프로토스는 고지식하고 예측하기 쉽지,
너 자신이 너의 가장 최악의 적이야 -케리건-

 

프로토스는 강력한 육신과 초월적인 칼라 집단정신 체제로 최고의 유토피아를 이루었습니다. 저그가 고민하던 부분 '아 나만 지성인데 어떻게 자유의지를 이용하란 말이야?'라는 고민은 이미 해결된 문제입니다. 프로토스 판에선 '우린 개개의식이라 서로 못믿겠는데 어떻게 다같이 화목하게 살라는거야?' 라고 보면 되죠.  하지만 이런 유토피아와 오래동안 지속된 부흥기는 프로토스에게 '수구적인'이라는 본성을 심어줬던게 분명합니다. 여기서 수구적인게 꼭 나쁜게 아닙니다. 사실 프로토스 사회에서 수구적인 것을 추구하는건 대단히 바람직하거든요. 인간처럼 암울했던 과거가 아닌 찬란한 대조화의 시대였잖아요. 오히려 그 이전의 끔찍한 혼돈기에 대한 공포가 프로토스를 더더욱 수구적으로 만들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수구적인 본성은 위기의 상황에 절망적인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프로토스는 정신을 못차리죠. 결국 혁명가 태사다르가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전까지 프로토스는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었습니다. 그 뒤 프로토스는 계속해서 변화와 직면합니다. 다크템플러를 받는가? 배척하는가? 아이어를 버리나? 남는가? 케리건을 돕는가? 배척하는가?  여기서 많은 프로토스의 생과 사가 갈려버리죠.  어 근데? 혁명가가 주욱 살아서 종족의 인공호흡기를 하는 두 종족에 비해 프로토스는 태사다르가 오리지널에서 죽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때 블리자드가 설정을 바꿔버립니다. 혁명가를 하나 더 앞 세운거죠. 아르타니스 말입니다. 오리지널 집행관,브루드워 집행관은 어느세 아르타니스가 되버렸습니다 왜 이런 쓸모없는 짓을 했을까요? 욕만 먹잖아요. 개인적으로 전 단순 설정 오류라고 본 적 없습니다. 블리자드는 설정오류가 우리가 알기 힘든 곳에 있다고 말하곤했죠. 즉 이건 의도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종족의 인공호흡기혁명가를 만들기 위해서요. 당장 스타 2에서 프로토스의 이야긴 나오지 않았으나 이번 작에서 역시 큰 변화에 직면한건 기정 사실입니다. 칼라가 타락한다니요; 즉 이번 작품에선 프로토스가 다시 한번 혁명가를 중심으로 수구적인 본성을 부정하고 변화에 맞서 종족 생존을 이룩한 뒤 세 종족의 파멸을 이끈 흑막 아몬을 없애는 흐름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추신 물론 제라툴도 이 혁명가 자리에 알맞지만 제라툴은 조금 더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니 프로토스쪽에 억지로라도 주욱 종족을 살려온 혁명가가 따로 필요했던거죠.

 

뻔하디 뻔한 이야기지만 이런 키워드에 주안점을 두고 스타 2를 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져서 글을 써봅니다. 

 

각 영웅들의 대사는 스토리크래프트의 번역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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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_전현수 (2015-08-05 22:48:4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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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테란을 관통하는 주제가 '부패'라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탐욕'이 부패 보다 상위적인 의미를 갖네요.
아이콘 네프 (2015-08-06 21:31:0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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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당. 추천 드려요

다만 공허의 유산 개발자들의 말을 들어 보면 캠페인에서 고유한 종족들 각각의 '종족다움' 을 플레이어들에게 극대화시켜 보여주려고 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만약 본문에 쓰신 대로 스토리의 지향점을 각 종족의 테제를 뒤집어보는 쪽으로 잡았다면 '종족의 고유 특성이 녹아난 연출' 이라는 과정과 '종족의 고유가치를 어느 정도 부정하는 미래' 라는 결과 사이에서 캠페인이 갈팡질팡한 게 의도치 않게 마이너스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비판한 군단의 심장 편에서 짧은 볼륨과 더불어 그런 면이 나타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자유의 날개는 좋은 평을 들었으니 공유에서는 양쪽의 교훈을 살려 피날레를 잘 장식했으면 좋겠네요.
stalingrad (2015-08-07 12:40:0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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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프// 감사합니다. 일단 제가 나열한 키워드 탐욕,단독지성,안정을 추구하는 본성은 한때 각 종족들을 번영기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각 종족의 가장 최악의 약점이 된 것이죠. 오히려 이런 약점이 발목을 잡기에 각 종족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단계에 도달해버립니다. 셋 다 아몬이라는 파괴의 의인화에 먹혀버릴 위기에 처하죠. 블리자드는 이런 고유의 본성들을 새로운 가치로 극복하여 종족들이 자신들의 정체성 즉, 제 2의 전성기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님이 앞서 말하신 '종족의 고유 특성이 녹아난 연출' 과 '종족의 고유 특성이 녹아난 연출'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사실 둘 다 잡긴 했습니다. 그 정도면 종족다움 역시 보여준 거죠. 하지만 쓰신대로 마이너스 요소가 된건 이 이야기를 급전개해버렸기 때문이죠. 님 말대로 군심 분량이 너무 작았습니다.
vertical_probe (2015-08-09 21:56:3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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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훌륭한 고찰입니다.
확실히 스타2의 스토리는 -특히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군단의 심장은- 지리멸멸한 플롯, 지나치게 개인에 스폿을 맞춘 연출때문에 무척이나 평가를 낮췄지만, 님의 분석을 통해 다시보니 나름의 체계가 확연히 서있다는걸 알게되어 놀랍습니다(그렇다고 군심이 용서되는건 아니지만!).

다만, 이런 깊은 의도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개개의 영웅유닛에 집중한 서사와 연출보다는 전체 종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서사와 연출이 필요한데, 공유의 볼륨은 (그 사악하기 짝이없는) 군심과 비슷하다고 제작자가 공언한게 무척 걸린단 말이죠...

실제 서사와 연출이 어쩔지는 공유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군심처럼 서사는 서사대로 지리멸멸하고, 연출은 연출대로 갈팡질팡하여 미션의 상당수가 숫자채우기용 진화임무처럼 나오면 공유엔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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