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스는 명예를 숭상하기 때문에 (아마도 영원한 투쟁 당시의 트라우마와 오만에 가까운 자부심, 그리고 칼라의 가르침 때문이겠지만) 비교적 신사적인 싸움을 하는 편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전쟁 병기인 거신이 문명 하나를 리셋시켜버릴 정도가 되자 자기네들이 직접 그 병기를 봉인할 정도.
그에 비해 테란들은 신사적인 싸움, 그딴 거 없습니다. 수틀린다 싶으면 아군도 사지에 몰아 넣고, 핵무기를 자비없이 꽂아넣는 게 테란입니다. 대표적으로 구 연합이 코랄에 핵폭격으로 행성을 쓸어버린적도 있고, 멩스크도 코랄에 핵을 떨군 적이 많죠. 인간 기준에서도 비상식적인 행동이긴 하지만, 아무튼 테란은 이런 일들을 닥치고 해버릴 정도의 결단력(?)을 갖춘 종족입니다. 괜히 프로토스가 테란을 '미개한 주제에 싸움은 엄청 많이 하고, 그러면서 발전은 꾸역꾸역 하는 괴상한 전투종족'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테란이 야만적이라고 봐야 맞죠.
다만 전쟁이라는 것은 실제로 그런 신사적인 개념이 통하지 않는 것이라는 거죠. 그 동안 프로토스는 너무나도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어서 이런 신사적인 전쟁에도 큰 피해가 없었지만, 저그라는 막강하면서도 말이 안 통하는 괴물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던 겁니다. 저그상대로는 테란처럼 일단 핵무기 한 번 박고서 싸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인 거죠.
다르게 말하자면 프로토스의 전쟁이 신사적이고 비효율적이라면, 테란의 전쟁은 야만적이지만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저그 상대로는 신사적이고 뭐시고 보다 그냥 효율적인 전투를 벌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프로토스의 전투방식이 결점이 드러난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