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가 부족해 확실하지 않지만, 이미 군심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의 자치령 군대는 아크튜러스 파 - 뫼비우스 파 - 발레리안 파로 분열되어 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뫼비우스 파가 있던 것은 확실합니다. 소설 '6번 구역'의 주인공들은 자치령에 있다가 뫼비우스 재단으로 옮겨졌는데, 이는 아크튜러스가 자치령 군의 일부를 뫼비우스 재단에게 제공한 것이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아크튜러스는 뫼비우스 재단이 본격적으로 혼종을 양산할 때,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군대를 파견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다들 아시다시피 오히려 전부 혼종의 노예가 되었죠. 그리고 이들이 공허의 유산에 등장하는 뫼비우스 특전대라 볼 수 있습니다. 발레리안 휘하의 자치령을 위협할 정도의 거대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죠.
발레리안 파가 있다는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아크튜러스가 지금까지 권좌를 지킬 수 있던 것은 교묘한 언론통제 덕분이었습니다. 황제의 추악한 실상을 알고 있는 지식인이나 고위인사들도 멩스크의 능력을 인정해서 그의 폭정을 묵인하고 있었죠. 하지만 자날~군심에 들어서면서 멩스크의 그 '지도력'이 흔들리게 됩니다. 수많은 행성들이 저그에게 유린당하고, 황제 본인의 도덕성은 바닥이라는 것을 입증해 버렸죠. 그 와중에 귀중한 병력은 왠 엉뚱한 재단으로 파견되고 있고... 이것에 실망한 군 내 일부 세력은 보다 도덕적이면서 정통성을 갖추고 있는 발레리안에게 붙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아크튜러스 사후 발레리안은 정식으로 2대 황제가 됬는데, 만일 레이너 특공대 이외의 자치령 내 발레리안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저그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아버지를 축출한 황제가 도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정당성이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공식적으로 황제가 됬다는 것은 그런 발레리안의 정치적 약점을 묵인하고 지지할 수 있는 세력이 자치령 군내에서 있었다는 것이겠죠.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본다면 케리건의 코랄 공략은 동시에 발레리안의 쿠테타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실패만 거듭하고 있는 포악한 늙은 황제 대신, 저그의 힘을 빌리는 대가로 우모자와 저그와의 평화를 약속한 개념찬 황태자를 따르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할 수 있을테니까요. 물론 자세한 묘사가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케리건이 아우거스트그라드를 공격하는 와중에도 코랄 곳곳에서 이미 발레리안파와 아크튜러스파가 내전을 벌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