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래더를 하거나 방송을 보면서 무언가 답답한 기분을 많이 느끼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 피지컬이나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빌드오더 쪽에서 메꾸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그의 빌드 자체에 의문을 느끼고 뭔가 저그답지 않다, 비효율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달쯤 전부터 번식지를 극도로 늦추고 제2멀티를 빠르게 가져가는 4부화장 체제를 써먹기 시작했죠. 토스들이 4차관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죠. 처음에는 어느정도 괜찮은 승률이 나왔습니다만 최근들어 이 빌드의 약점이랄까 좋지 않은 부분이 드러나는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여기까지가 제 실력의 한계이고 빌드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간만에 방송을 보던차에 황강호 선수가 4부화장으로 운영을 하시는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상당히 흥미있게 지켜보았는데요. 결과는 저와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패하시더군요. 딱히 못했다 이런부분을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테란과 저그는 비슷한 컨트롤을 했지만 테란쪽이 이득을 점점 챙기는 그림이었죠. 그리고 반대로 박수호 선수는 4부화장으로 승리하셨습니다. 하지만 빌드에서 이겼다고 보기는 힘들었던 게임이었죠. 확실히 저그의 멀티도 날아가고 중간까진 테란이 잡는 게임이었으니까요.
어쨋든 제가 말하고 싶은것은 빌드에 대해서 인데 처음 4부화장을 생각했었던 것은 바퀴, 저글링, 맹독충의 숫자만으로도 견제는 견딜만 하고 타이밍 러쉬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밴시나 공허는 여왕 다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빠른 제2멀티와 4부화장에서 충원되는 일벌레숫자가 보통의 저그보다는 최소 1.5배는 많을거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게임을 계속 하면서 느낀것은 그다지 물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는것이었죠. 특히 일꾼숫자가 그랬습니다. 결국 리플을 확인해보니 일꾼숫자는 보통과 별 다를게 없더군요. 문제는 일꾼 쨀 타이밍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인프라를 구축해놔도 그 전 타이밍에 한번쯤은 압박이 오더군요. 오히려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쓴 자원이 일꾼숫자를 줄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생각엔 번식지를 빨리 올리는 메리트는 그다지 없었습니다. 뮤탈 확보가 가장 크고 다음은 기본유닛의 약간의 전투력 증가정도였죠. 그렇기에 테크 대신 자원을 택하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그렇다고 자원을 많이 먹는것도 아니었죠. 어중간한 것은 더 위험합니다. 제2멀티를 가져가려면 빠르게 가져가서 점막을 잇는것이 중요하죠. 그나마 지금처럼 앞마당 유지하면서 적당하게 가는편이 가장 낫겠죠. 현재로서는 저그의 빌드변화는 어려울것 같네요.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저그는 썩었다(?)가 아니라 저그의 종특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수비에 투자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겁니다. 타종족은 지형+사거리의 이점을 가지고 적은 자원으로 수비할 수 있지만 저그는 그게 안되죠. 저그는 무조건 자원을 쏟아부어서 물량으로 막아야합니다. 수비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타종족은 적은 자원으로 수비가 가능하지만 저그는 자원을 소모하면서 막아내야 하죠. 그렇기에 애벌레가 남아도 일벌레로 돌릴 자원이 안남는거죠.
애초에 4부화장 체제도 다수의 물량으로 막아내면서 다수의 일꾼을 충원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이 두가지는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것이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저그에겐 또 한가지 길이 남아있는데 그것은 테크를 올리면서 고효율 유닛으로 수비하고 자원을 일벌레로 돌리는것이죠. 그런데 저그에게 그런 유닛이 있나요? 기껏해야 감염충이나 무리군주 정도 일까요?
이것이 저그의 딜레마 입니다. 수비를 하면서 멀티를 먹자니 수비하는데 자원이 너무 들고 테크를 올리자니 멀티도 늦어지고 그나마 효율좋은 유닛도 없죠. 그저 남은것 죽어라고 견제하고 빈집터는 일밖에는 안남았네요 저그는. 현재 저그가 이기기 가장 좋은 패턴은 빈집공격이죠. 아니면 뮤탈이 다수 모여서 상대가 무시못할 견제를 하는 경우가 있겠네요.
원인을 찾자면 저그의 방어타워의 잉여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과 러커의 부재가 크죠. 그리고 심시티의 혜택을 저그만이 받지 못하고 있는것도 상당합니다. 타종족은 심시티로 저그의 사거리를 농락하는데 저그는 심시티로 이득보는게 얼마나 될까요? 어설픈 심시티 해봐야 역장아껴주는 역할밖에는 안된다는걸 저그유저들은 잘 알고 있죠.
현재 저그는 수동 스틱으로 열심히 운전해야 오토로 운전하는 차와 겨우 대등하게 겨루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열심히 생각하고 추리해야 하는데도 얻는 이득은 별로 없죠. 아마 이게 저그유저들의 가장 큰 불만이 아닐까요?
덤으로 앞글에 제가 구상했던 4부화장 체제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쓰긴 꽤나 전에 썼지만 올릴곳도 마땅치 않았고 해서 안올리고 있었는데 그냥 지워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그냥 올립니다. 테란전도 쓸 예정이었지만 그건 조금 귀찮기도 하고... 능력자 분들이 부족한점을 메꿔주시면 더 좋은 빌드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