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소울견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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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1-04-20 23:34:33 KST | 조회 | 889 |
제목 |
한 잡금속 리거의 *화토해밤*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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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화토해밤을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창시자나 마찬가지인 purplejay님의 리플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느냐, 하면 저 분은 운영이나 컨트롤이 되니까 이기는 거지, 결코 화토해밤이란 전략이 좋아서가 아니다, 라는 거였습니다. 저러 분은 화토해밤이 아닌 다른 전략을 써도 충분히 토스를 압살할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억울하더군요. 분명히 화토해밤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도대체 난 뭘까? 내가 형편없이 못하는 걸까? 아니면 화토해밤 좋다는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걸까(자신의 기본 실력으로 이길 만한 상대를 화토해밤 덕분에 이겼다고 생각하는 식의...)?
한편 오기가 생겼습니다. 화토해밤이 좋은 전략이든 실패한 전략이든 다 상관없다. 이 전략의 모든 장점과 단점을 알아야겠다. 그래야 이 전략이 나쁘든 좋든 이렇다 저렇다 말도 할 수 있는 것 것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 뒤로 래더 겜 포기하고 오로지 사용자지정 게임에서 토스들만 만났습니다. 전략의 이해와 완성을 위해서 대체로 몇몇 맵에서만 했고, 연겜도 자주 했습니다. 가끔 마스터리그 고수들을 만나면 재게임을 해달라고 조르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친구추가로 만난 연겜 상대들은 대개 다이아 토스들이었습니다.
저는 아예 대놓고 화토해밤만 한다고 못까지 박아놓고, 저보다 상수인 사람과 열판 스무판을 했습니다. 우주모함도 보고, 모선도 보고, 광자포 러시도 당해봤습니다.
저는 사실 어떤 빌드나 전략 때문에 이득을 보기에는 기본기가 형편없는 골레기였습니다. 그래서 화토해밤을 몇 차례 시전을 해봐도 오히려 토스의 노리개가 되기 쉬웠습니다. 그런데 이 화토해밤에 목을 매달고 노력한 결과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결과들이 나타났냐하면......
1. 첫 번째로 앞마당을 내려오는 타이밍에 대한 감이 전보다 비약적으로 좋아집니다. 상황에 따라 앞마당을 빨리 내려오는 게 좋은지, 약간 늦추는 게 유리한지. 또는 상황에 따라 몰래 멀티는 어떤지 판단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화토해밤의 전략글을 보면 4군수공장을 돌리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거기까지 가기가 빌드 연습 초기에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자신보다 상수인 토스와 대전하면서 4군수공장을 돌릴 때까지 무난하게 가져간다는 것도 보통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4군수공장을 돌리게 되어도 상대는 이미 그 시간에는 우주모함+모선이 나올 수도 있고요.
문제는 타이밍이었습니다. 인구수 100에 치고 나가든 200에 치고 나가든 그 시점에는 내가 항상 상대보다 우위에 있어야하고 모든 것이 빨라야 했습니다. 그것이 병력의 질이든 양이든 조합이든 말입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앞서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필승이 될 것이고요.
이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열쇠는 앞마당 4가스를 돌리는 시점에 있었습니다. 내가 빠르게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4군수체제가 빨리 완성될 수 있다는 유혹,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밤까 국방까지 기다렸다가 내려가는 것이 공격적인 상대에게 역으로 내가 카운터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상대의 조합이 무엇인가? 체제가 무엇인가에 따라 저의 조합도 달라지고, 앞마당을 내려오는 시점도, 4가스를 돌리는 시점도 그때그때에 따라 다르게 활용됩니다. 이런 식의 상대에게 맞춰가는 운영 때문에 정찰에 대한 노하우도 많이 늘었습니다. 첫 번째 입구막기 군수공장은 정석대로 입구 아래로 옮겨서 화염차를 뽑을 것인가 말 것인가, 굳이 화염차 정찰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지게로봇을 투하할 것인가, 스캔을 한번 더 뿌려 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게 효율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맞춰가는 운영으로 앞마당 4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사용자지정 게임으로 만나는 마스터급 토스들과도 반반 승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골레기였던 테란이 이제는 마스터 토스들을 정찰하면서 운영으로 맞춰갈 생각을 하다니요.
사실 화토해밤을 쓰면서 이긴 경우보다 비참하게 박살났던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런 마인드......
보통 네가 하는 거 보고 따라가면 무조건 내가 이긴다는 마인드는 상수가 하수랑 할 때 갖는 마인드가 아닐까요? 그런데 지금은 마스터랑 붙으면서도 저런 마인드를 저도 모르게 갖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purplejay님의 화토해밤으로 한 달 가까이 씨름한 결과가 이렇습니다.
2. 단축키의 유용한 활용과 교전시 팁의 축적
아무리 화토해밤의 정석대로 시행을 해도 깨지는 결과가 수차례 발생합니다. 저의 발컨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이 발컨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한 달간 수차례 사용자지정 연겜을 하면서 보완이 됩니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모든 부대를 일번으로 지정했다가 거신 스플래시에 약한 해병이 앞서서 순삭 당하는 결과를 목도하고, 공중유닛들 먼저 다른 경로로 이동하다가 국방도 쓰기 전에 상대 병력에 꼬라박기도 합니다.
또한 병력을 생산해야 하는 기지도 군수공장과 우주공항 거기에 병영까지. 그걸 일일이 다 눌러줄 수도 없을 때가 빈번하고(자잘한 교전이 잦을 경우)......
그러면서 이해하게 됩니다. 왜 purplejay님의 단축키가 토르 따로, 염차해병 따로, 밤까 따로였는지 말입니다. 고수의 컨을 이해했다는 것이 저 같은 잡금속리거가 똑같이 쓸 수 있게 되었다는 뜻으로 직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전과는 다른 컨이 나오게 됩니다. 교전 시에 단축키 몇 번이 먼저 찍혀야 하는지, 단축키 몇 번은 자주자주 화면을 봐줄 필요가 있는지, 대규모 교전시 255mm타격포 지정은 어느 시점에 해주는 게 좋은지, 염차로 견제를 한 번이라도 갔다 온 다음에 싸울지, 아니면 다 포기하고 조합먼저 갖춰 싸울지.
자동수리 일꾼은 처음부터 따라올지 아니면 미리 부대지정만 해두었다가 상황 봐서 불러올지.
생산기지는 따로 부대지정 해둘 필요 없이 모두 단축키 하나에 지정. 탭키를 눌러야 뽑히는 유닛과 그렇지 않은 유닛, 탭키를 두 번 눌러야 뽑히는 유닛이 뭔지만 딱 한 번에 보고 외워서 플레이할 수도 있는 노하우 축적.
무엇보다 교전 장소 선택 능력. 내가 어디까지 들어갈 것인가 하는 판단 능력. 쌍방간의 한방 병력이 모두 크게 소멸된 상태에서 나는 내 앞마당에서 다시 병력 충원할 것인지, 아니면 내 국방이 남아 있는 곳에서 집결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자, 이쯤에서 요약하자면 저는 그렇습니다. 화토해밤으로 누구를 이겨봤다, 승률이 많이 좋아졌다, 라는 개념과는 사뭇 다릅니다. 저는 화토해밤 때문에 운영이 좋아졌습니다. 화토해밤에 대한 연습, 그것은 곧 운영에 대한 감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화토해밤은 여타의 초중반에 쇼부를 보는 날빌 위주의 전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소 인구수 100~200까지를 바라보고 싸우는 중후반 전략입니다. 하긴 저 같은 잡금리거가 화토해밤을 익히기 전에는 200싸움까지 몇 번이나 겪어봤을까요?
경기를 길게 보고 가져간다는 것. 그것은 숱한 변수를 안고 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화토해밤은 그 어떤 테란의 전략보다도 판을 크게 짜고 하는 운영법입니다. 그만큼 많은 변수들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그런 마주침의 경험은 다른 전략을 선택했을 때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이를테면 단순 해불선 전략보다 화토해밤이 토스의 우주모함을 상대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질 겁니다. 당연히 후자 쪽이 토스의 우주모함을 상대하는 방법도 많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화토해밤은 성격이 다양한 유닛들의 조합입니다. 그 객체들의 특성에 맞는 컨트롤이 나오면 대박을 치지만, 그 객체들의 특성이 무시될 때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순삭이란 결과가 나옵니다.
화토해밤만큼 복잡다단한 조합도 없습니다. 이만한 조합을 다룰 수 있다, 라는 것만 해도 저는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만한 조합, 이만한 대규모의 부대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면 다른 전략을 마스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이를 부연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전략이든 한두 번만 접하면 어느 정도 어렵지 않게 구사하게 됩니다. 화토해밤은 굉장한 우여곡절 끝에 익힌 것과는 첨예하게 다른 결과겠지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대로 화토해밤만큼의 조합과 대규모 부대를 운영해야 하는 테란의 다른 전략은 없습니다. 화토해밤을 할 줄 알면 다른 새로운 유형의 테란의 전략들은 금방 익히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건 좀 저의 오바된 생각일 수도 있겠네요)
자, 제가 스스로 이렇게까지 되었다는 걸 말해놓는 걸 보면 사실 purplejay 고맙다는 말도 한 번 쓸 법 한 데 말이죵. 어쩐지 그런 말은 하기가 싫습니다. 처음에 화토해밤으로 피를 본 적이 너무도 많아서 이해가 될 때까지 purplejay님의 글을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리플도 본 거 또 보고 다시 반복해서 봤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purplejay님과의 빌드와는 조금 다른 (레이트메카닉 개념이라고 봐야할까요?)기사도 연승전에서 썼던 지태훈(광탈과 침제니스)님의 경기도 다시보기로 시청했습니다.
저는 purplejay님의 글을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글에 대한 진정성을 느낍니다. (아, 이 부분은 좀 pgr21스런 표현이 되어버렸네요) 그런 글에 대해서는 정말 성심성의껏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입니다. 아, 저렇게 진지하게 쓰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또 진지하게 읽어줘야 하는 한 사람도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생각할 때도 조금 지나친 감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대했습니다.
purplejay님도 화토해밤에 대한 리플을 첨부하고 글을 쓰셨을 때는 이런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내가 정말 공을 들여서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맛보았던 이 전략을 모두에게 공개한다. 이제 나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이 맛을 공유함으로써 내 그 동안의 시간들에 대한 보람을 느껴보고 싶다.
만약 제 멋대로의 상상이 맞다면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화토해밤의 창시자 purplejay님은 충분히 보람을 만끽하셔도 됩니다. 적어도 저는 충분히 화토해밤의 맛을 느껴보았습니다. purplejay님이 화토해밤의 글을 올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딱히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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