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엑의 글리젠율 감소에 빡쳐서 플엑을 응원하는 스2 문학
ㅡ플엑폭파시나리오ㅡ
3편. Polt.
TSL_Polt.
[내가 바라보는 하늘]
1
그 날도 이토록 맑았다.
자신이 게이머로서 길을 가기로 마음 먹었을 때ㅡ 그 날이 이토록 맑았었다. 하늘은 시리도록 새파랬고 새하얀 조각구름이 둥실 떠가는 그런 하늘이었다. 모두가 당연히 자신을 말렸으나 자신은 완고했다. 그래, 지금도 입가에 웃음밖에 그려지지 않는 그런 자신이었다. 오직 자신감과 용기만을 손에 쥔 채 걷기로 결심한 그런 자신이.
그러나 그 세계는 쉽지 않았다. 당연히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프로라고 이름 붙은 세계, 그 어떤 세계가 만만하겠는가. 그러나 예상보다도 큰 무언가에 자신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새파랗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자신이 바라보던 그 하늘이 보이질 않았다.
그건 고작 한 사람이었다. '절대적', '압도적'.
궁극적인 한 명의 프로게이머.
제5종족 Moon.
워크래프트 3의 영원한 본좌.
그의 믿을 수 없는 능력 앞에서 자신은 어떻게 할 수조차 없었다. 세상은 넓었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다. 미친듯이 연습했고 점차, 올라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점차 팬들도 생기기 시작했고 자신 또한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그 세계조차 조작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원은 없어졌다. 라이벌인 게임의 비중이 점점 커질수록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의 비중은 점점 줄어갔다. 조작사건 파문까지 일어나며 프라임 리그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었다.
마지막 시즌. 프라임리그 마지막 시즌…… 그가 바라보던 하늘이 송두리 째 무너졌던 그 날, 자신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신이 딛고 있던 바닥마저 위태로웠던 그 때.
"공부해라."
부모님은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선고하셨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딱 한 가지만 약속해주시겠습니까."
"……."
"서울대. 서울대에 들어가면, 다시 프로게이머가 되게 해주십시오."
"……."
한참을 고민하시던 부모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안 될 거라고 생각하셨는지도 모른다. 서울대가 장난이 아니니까. 그리고 그는 프라임 리그 폐지 후 주어진 시드를 반납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고, 그는 성공했다. 한동안 다니다가 당당히 프로게이머로서 나가겠다는 그의 말에 부모님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나 워3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자기가 손을 떼고 있던 1년, 이미 국내의 워크래프트 세계는 완전히 무너졌고 해외리그 또한 자기가 감히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때마침 나온 것이 스타크래프트2였다.
묘하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몸담게 했던 세계를 무너뜨린 것은 결국 동명의 전작이었다. 조작이니 뭐니 말이 많았지만 결국 그 세계가 무너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그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이 몸 담아야할 곳은, 그 후속작이었다.
2
맑았다. 맑은 하늘이었다. 그 날의 하늘과 비슷한 맑은 하늘이었다.
최성훈은, 아니, '폴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름. 분명 찌는 듯한 더위가 가득한 데도 자신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긴장된다.
"형 준비됬어요?"
"어."
문득 이정훈이 다가와 곁에 선다. 똑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동료이자 라이벌. 그러나 친근한 동생이었던 그는 언제나처럼 가장 먼저 다가와 옆에 선다. 처음 프라임팀에 들어갔을 때도 그랬다. 쭈뼛쭈뼛해하던 자신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악동이자 분위기메이커였던 그였다.
"어때요?"
"어?"
"기분이요."
"글쎄…… 떨리지, 뭐."
첫 결승. 워크래프트3와 스타크래프트2, 둘 모두를 이어도 최초로 올라가게 된 결승.
"타임머신 안에 들어가면 괜찮아질 거에요."
"……."
폴트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는 눈을 지긋이 감고 묵묵히 서 있었다. 이정훈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말없이 옆에 섰다.
"정훈아."
"예, 형."
"……넌 어떻게 이런 걸 몇 번이나 치렀냐."
신음성과 같은 폴트의 말에 이정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형, 결승 올라가고서 한다는 소리가 고작 그거에요?, 시끄러, 하고 잠깐 가벼운 만담이 오가고 이정훈이 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성원이 형이 잘하긴 잘하죠."
"……."
문성원.
테테전의 명실공히한 절대강자. 현 테테전 랭킹 1위.
아무리 불리한 경기라도 끊이지 않는 의료선으로 뒤집어버리는 의료선의 마술사.
그의 패턴은 언제나 같았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압도적인 멀티태스킹으로 상대가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공격적인 공격 전개로 상대를 조여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상대는 점차 갉아먹히며 이점을 잃고, 어느새 문성원에게 휘말린 채 어느새 늪 한가운데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GG를 친다.
어느 누가 그랬던가? 습관적 역전승이라고.
그런 그에게, 팬들이, 그리고 해설자들이 붙여준 별명은 황태자였다. 그를 임요환의 후예라며 추켜세워졌다.
GSTL 에서 있었던 그와 동래구와의 경기를 보고 얼마나 전율했는 지 모른다. 그 압도적인 멀티태스킹 능력은 분명 자신은 갖지 못한 것이었다.
그것은 전성기의 임요환과 같았다. 드랍쉽으로 미친듯이 상대를 휘두르는 전설적인 그 지휘관과 같았다. 상대는 그 전략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결국 항복의 백기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
같은 테란임에도 그와 자신은 달랐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없다.]
지금껏 부정해오고 외면해왔던 현실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그 날, 그는 장재호에 이어 두 번째 재능의 벽을 실감했다.
이것이다. 이것이 타고난 재능이다. 나 따위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재능의 벽이 바로 이것이다.
하늘이 무너진 것만 같은 절망적인 감정이 온 몸을 휘감아왔다. 그 묵직한 쇠사슬은 온종일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높아 감히 넘을 수조차 없는 벽이었으며 또한 자신과 그를 갈라놓는 압도적인 절망이기도 했다.
폴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꺼먼 먹구름이 가득했다. 그 때 또한 이런 하늘이었다.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을 때ㅡ 그럴 때 느꼈었던 그런 감각.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그래도 형이 저보단 낫잖아요."
"뭐?"
"형, 저는 첫 결승이 재덕신이었다고요 재덕신."
아니 무슨 첫 결승이 저그의 신이야. 스1으로 따지면 간신히 결승 올라갔더니 이영호 만난 꼴이잖아요. 칭얼거리는 이정훈의 말에 폴트가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래도 7차전까지 갔잖아."
"근데 졌잖아요. 그럼 뭐해요."
폴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예 준우승을 우리팀 트레이드 마크로 해버릴까?"
"미쳤어요? 형 이번에 반드시 우승해야해요."
내가 연습 도와준게 얼만데. 투덜투덜대는 정훈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헝끌어트렸다.
"임마, 너나 준우승 하지마."
"어? 그렇게 나오기에요?"
서로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잠깐, 서로를 디스하며 떠들고 있자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성훈 선수 준비해주세요ㅡ 폴트가 고개를 돌려 거대한 건물을 바라보았다. 이미 안 쪽은 온통 소란스러웠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속은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계속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나 지나가는 기분이 들질 않았다. 아니, 이 수많은 사람들은 폴트에게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폴트는 문성원만 보고 있었다.
발이 온통 가시밭길로 뒤덮힌 것 같았다. 걸으면 걸을 수록 끈적끈적한 공포가 발목을 휘감았다. 간신히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저 멀리 서 있는 문성원을 향해 길을 걸었다. 태산처럼 높게 서 있는 그가 있었다. 계단에 발을 올린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몇 개의 계단을 걸었을까. 꼬박 하루를 걸은 것 같은 피로와 함께, 마침내 그는 문성원의 앞에 섰다.
나는 통곡의 벽 앞에 서 있노라.
문득 전에 읽었던 글귀가 생각났다. 그래, 이것이 통곡의 벽이 아니겠는가.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벽 앞에서 고통스럽게 주저앉는 절망의 벽이 이것이 아니겠는가. 원망담긴 눈으로 가늠하며 노려보다가 다시 올라가기 위해 달라붙는 벽이 바로 이것이 아니겠는가.
"난 코드 S, 넌 만년 코드 A!"
동영상에서 장난스레 찍은 동영상이 나오고 순간 회장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폴트가 그것을 보며 쓰게 웃었다. 허세부리는 자신이 보였다. 기를 쓰고 허세를 부리는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었다.
-Alone Talk
....
다 쓰고 올리려 했는데 마침 샤느님이 활약해서 올림.
근데 다음 쓰기 진짜 귀찮음
테게에다가도 올리는 이유는 덧글좀 달아달라고......
테란 프로게이머이기도하고ㅡㅡ;
2편은 장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