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사기"라는 말은 사실 완벽한 플레이를 했음에도 졌을경우에 그 종족, 혹은 그 유닛이 사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잡금들이 지뢰가 사기라거나, 맹독충이 사기라거나 등등은 다 개소리다. 지뢰가 사기면, 지뢰라는 유닛 자체를 갑자기 없애버린다고, 잡금 저그가 마스터를 갈 수 있을까? 맹독충이 사기라서 맹독충 없애면 개허접 흐규흐규가 마스터를 찍을 수 있을까? 그 사기유닛 없어져봤자 어짜피 마스터 못 갈 사람은 못 간다. 왜냐면 그 유닛이 사기든 아니든 그에 앞서 사기를 주장하는 사람의 실력 자체가 형편이 없기 때문이다.
근데 이번 경기를 보고 나는 명백히 테란이 사기라고 느꼈다. 왜냐면 김민철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탑급 저그이고, 특히 1경기의 경우 초반 분위기가 좋았고, 중반에는 뮤탈로 시간을 잘 벌었다. 딱히 일벌레 손해도 안 본 저그가 테란에게 제대로 된 총 공격 한 번 못해보고 패배했다. 서로 잘 먹으면 저그가 유리하다는 스타크래프트의 오랜 관념이 깨졌다. 2경기는 사실 바퀴찌르기가 별 효과를 못 거뒀으므로, 밸런스를 언급하기에 적절치 않다. 3경기의 경우 역시나 테란과 저그 모두 잘 쨌으나, 저그가 정말 테란의 전진 병력 한 번을 밀어내지 못하고, 정말로 무력하게 패배했다.
흔히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동실력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종족은 저 종족을 이길 수 없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저그의 탑인 김민철과 테란의 탑인 이신형이 붙었으나, 저그가 어떻게 더 잘해야 테란을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이신형을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경기였다. 애초에 양민 유저들이 밸런스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함을 느끼며, 프로게이머 레벨에선 정말로 테>>저 라는 걸 느끼게 되는 하루였다.
by 1400대 저그 요청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