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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sychel.ka
작성일 2005-02-04 12:40:11 KST 조회 1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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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무어의 연구일지.
(1) 소규모의 언데드 무리의 우두머리인 케간 다크마르란 자가 우리와 그들의 관계에도 자신들의 동지들로부터 은신할 곳을 찾아 우리에게 왔다. 그의 피부는 썩고 있었고 피가 오랫동안 통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의 행동은 매우 위엄있고 자신보다는 동료의 안전을 더 걱정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는 내 주위의 인간들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인간애를 소유하고 있었다.

(2) 그런데 내가 이런 사실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지금부터 써 나갈 내용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이 내용은 케간의 입에서 나온 것이고, 내 동료들이 이 일지를 읽고 내가 그의 말을 믿게 된 이유를 알아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 고대 신들 중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아직 이 세계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새로운 세력이 이 고대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며, 성공하는 자는 적에 대항할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게 될 것이다."

(3) 이것이 바로 케간이 내게 그의 혈석 팬던트를 주며 한 말이다. 그때 그의 눈은 공포와 함께 경의의 빛이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손에 닳은 그의 손의 느낌으로 볼 때 대게 팬던트를 넘겨주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이 날 엄습했는데, 지금까지도 그게 그의 죽은 살갗이 닳았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팬던트가 내 피부를 스멀거리게 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팬던트에 담겨 잇는 어떤 힘을 느꼈다. 길고, 숨겨져 있는, 뭔가에 굼주려 있는 힘. 그리고 해방을 갈망하는 힘.

(4) 달라란에 있는 내 동료들은 케간과 그의 부하들이 가져온 혈석에 대한 연구를 놓고 망설이며, 대신 이 네 명의 도망자를 격리하고 그들과 함께 혈석을 그대로 놔두었지만, 나는 그의 혈석 팬던트를 연구해 주기를 바라는 케간의 진심을 외면할 수 없었다.

(5) 나는 이런 종류의 돌이 마법특성을 가질 수 잇으며, 언젠가는 우리의 적이 혈석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 달라란 마술사들이 혈석의 힘을 이용하고 싶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특성은 알아 두어야 한다는 것을 밝혀 보이고 싶었다.

그렇게 내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6) 나는 혈석이 석영이나 흑요석과 같은 암석의 일종이라는 가정 하에 실험을 시작했다. 따라서 이를 확인할 일련의 처리 과정에 착수햇다. 혈석에 포함된 광물의 종류, 혈석의 색과 경도를 만들어낸 힘의 정체, 그리고 암석 및 광석의 공통적인 기타 특성...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혈석 팬던트는 처리 과정에서 일반 광석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7) 사실,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팬던트가 일부러 내 실험을 망치려 들기라도 하듯 말이다.

마치 스스로 생각하고 살아 잇는 것처럼...

나는 화가 나긴 했지만 희망을 잃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제 팬던트를 움직이지 않는 암석 조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로 여기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8) 내게 실시한 새로운 실험 중 그 어떤 것으로도 혈석의 기원을 밝힐 수 없었다. 그때까지 내가 푼 유일한 수수께끼라고는 혈석이 살아잇는 것도,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라는 사실뿐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실패 직전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가장 최근의 실험에 사용된 유리 비커는 이가 빠져서 가장자리를 따라 작은 홈들이 생겨 있었다. 실험이 다시 아무 소득 없이 끝나자 나는 작업대를 청소하다가 비커에 손을 베었다.

(9) 상처는 길지 않았지만 피가 많이 났다. 상처입은 손가락에 붕대를 감기전에 상당량의 피가 작업대위에 흘러 있었다.

이때문에 다시 엉망이 되어 버린 작업대를 닦다가 나는 참으로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다.

(10) 혈석 팬던트 근처에 떨어진 피가 마치 중력에 이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보석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팬던트에 닿은 피는 사라져 버린 것처럼 보였고, 더 많은 피를 흡수할수록 혈석의 붉은색은 진해져 갔다.

(11) 이 광격을 본 후, 머리가 가벼워졌다. 아마 방금 입은 상처 탓이거니(그정도로 많은 피를 흘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니면 그토록 많은 좌절을 겪은 후 마침내 혈석의 특성 중 하나를 밝혀 냈기 때문이리라. 나는 뒤에 잇는 작업용 의자를 끌어다 앉아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 혼란과 압박감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혈석이 피를 마시는 건가? 피를 원하고 있는 건가? 피를 빨아들이는 건가?

(12) 아니면 혈석 자체가 피로 만들어진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누구의 피로 만들어진 것인가? 내피? 아니면 다른 인간의 피? 동물의 피?

그것도 아니라면 혈석은 알려지지 않은 어떤 존재의 피란 말인가? 케간이 내게 팬던트를 건네 줄 때 두려워하면서도 경의를 표했던 바로 그 존재.

그것은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할 중요한 의문이다. 이것이 바로 수수께끼의 열쇠인 것이다.

(13) 내안에서 다시 뜨거운 열의가 타올랐고 다시 실험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어떠한 가정도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꼼꼼하게 실행했다. 때문에 전보다 엄청나게 만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만큼 나는 해답을 발견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록 나의 연구실은 작고 도와줄 조수도 없지만 나는 혈석의 또 다른 흥미로운 성질을 발견해 냈다.

(14) 피뿐만 아니라 혈석에는 정령의 힘들이 깃들어 있었다. 물, 불, 천둥, 그리고 바위가 피(과연 누구의 피란 말인가?)와 섞여 있으며, 이 혼합물은 겉보기에 움직임이 없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모든 힘들이 서로 격렬히 충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이 놀랍고도 불길한 예감이 드는 물질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이 생겨났다.

(15) 하지만 그 모든 의문에 답하려면 팬던트에 관해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이 행해져야 한다. 하지만 로다미어 포로수용소는 그러한 일을 위해 인력이나 장비를 배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우려된다. 그래서 나는 실험 초기에 내가 겪었단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실험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과 함께 급사를 통해 혈석 팬던트를 달라란으로 보냈다.

(16) 이러한 실험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케간과 이야기를 나눴다. 혈석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 달라고 끈질기게 부탁했지만 그는 팬던트를 주던 날 했던 말 외에는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포세이큰'(그는 자신의 언데드 일족을 이렇게 불렀다.)이라는 집단에 몸담고 있을 때의 이야기도 잘 하지 않았다.

(17) 하지만 케간은 다른 주제에 관해서는 이야기 하기를 매우 좋아했다. 특히, 자신이 멸망 전의 로데론에서 자라던 시절의 이야기를 자주했다.

이미 폐허가 되어 사멸했지만 그는 아직도 그 사라진 왕국에 대해 큰 애정이 있었다.

난 점점 더 케간을 좋아하게 되었고 덕분에 인내심을 가지고 실험 결과를 기다릴 수 있었다.

(18) 하지만 아무 소식도 없이 몇 주가 지나자 내 인내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달라란에 자세히 문의해 본 결과, 혈석이 내 동료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보낸 급사가 혈석 팬던트와 함께 도중에 실종돼 버린 것이다!

이건 심각한 사태다. 케간과 그의 부하들에게 실험에 사용할 수 있는 혈석 견본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팬던트가 불미스러운 자의 손에 들어가게 될까 봐 걱정이다.

(19) 나는 다른 전령을 달라란으로 보냈고, 아직도 보호 지역 밖의 패허에서 팬던트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너무 늦기전에 되찾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출처 : 로다미어 포로 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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