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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닉스
작성일 2010-12-23 11:30:36 KST 조회 6,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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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즈컨 의상 경연대회 – 일리단 스톰레이지

블리즈컨 의상 경연대회 – 일리단 스톰레이지

 

블리즈컨에서는 현실 속 재봉사들이 바늘과 실타래를, 기계공학자들이 종이판과 스프레이 페인트를 들고 마음에 드는 블리자드의 캐릭터나 생명체를 놀랍도록 현실적인 모습으로 재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블리즈컨의 의상 경연대회가 끝나고 수상자들을 초청하여 의상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는데요. 이에 대한 내용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무시무시하고 압도적인 일리단 스톰레이지를 현실 속에 그대로 재현하여, 세 명의 수상자중 2위를 차지한 아르만도(Armando)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르만도입니다. 저는 이번에 일리단 스톰레이지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의상으로 완성하여 블리즈컨까지 참여하게 됐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일리단 스톰레이지로 분장하자는 생각은 검은 사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그리고 저희를 즐겁게 해주는) 어느 길드원의 의견이었습니다.

저는 예술가라서 그런지 디자인을 보느라 몬스터를 제대로 못 봐서 공격대를 전멸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아마 일리단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때문에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모습에 공감대를 느꼈던 것 같아요. 이유야 어찌 되었던, 저는 일리단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졌고 이를 블리즈컨에서 보여주겠다고 길드원에게 다짐을 했죠.

블리즈컨 입장권을 구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미리 구상해 두었던 일리단 의상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찰흙은 물론 그 어떤 재료로도 뿔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고 바지나 악마 날개, 혹은 악마의 발굽 같은 것들 역시 한번도 만들어 보지 않은 상태였죠. 확실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친구이자 열정적인 예술가인 리차드의 협조를 받았고, 리차드의 도움으로 “준비”될 수가 있었습니다.

 


 

 

사실상 제작 기간은 몇 달이나 걸렸고 예산이 빠듯했어요. 밥값을 아껴서 페인트와 찰흙을 구입할 정도로 일리단에 푹 빠져 있었죠. 블리즈컨이 시작되기 3개월 전에 새 직장을 구했는데, 일리단 의상 제작이 너무 즐거운 나머지 새 직장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는 일리단 작업에서 잠깐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였죠. 손가락에서 피가 나고 등이 아팠지만 일리단 의상을 제작하는 1분 1초가 정말 즐거웠습니다.

작업을 시작한지 몇 달이 지나고 재료에 상당한 비용을 들인 끝에, 저는 일리단의 뿔과 전투검을 몇 주 동안이나 공들여 만드느라 시간 분배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블리즈컨이 일주일 밖에 안남았는데 날개와 발굽, 바지, 허리띠, 그리고 굴단의 해골은 시작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죠. 완전 허둥대다가 급기야는 블리즈컨 이틀 전 천둥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날개를 용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던 그 작업을 도와주었던 폴에게 감사하고 싶어요.

 


일리단의 뿔을 빚는 모습

발굽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바로 그 시점이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나머지 작업을 빠르게 진행했지만 제 시간에 끝날 만한 분량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휴가를 냈지요. 새로 구한 일자리를 잃을 위험까지 감수하게 되었지만, 일리단을 완성시켜야겠다는 각오로 단단히 무장되어 있었습니다. 애너하임으로 떠나던 날, 저는 시간이 약간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갑자기 발굽에 대해 아주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3시간 만에 발굽을 만들었고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랬지만 정말 멋있었어요! 일리단이 거의 완성된 거죠!



일리단의 발굽 초기 원화

애너하임으로 출발할 준비가 끝나고 나서는 트럭에 짐을 넣을 공간이 모자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열 짜리 좌석에 침대가 딸린 트럭이었는데 가득 찰 정도였죠. 발굽과 뿔, 굴단의 해골, 아지노스의 전투검, 바지를 만들 가죽, 가죽 염색제, 페인트 그리고 옷감을 뒷좌석에 밀어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라스베가스에서 애너하임으로 이동하는 내내 가죽을 잘라 바느질하며 바지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친구가 운전해주는 동안 4장의 가죽을 잇느라 약 5.5미터 정도나 손으로 바느질을 해야 했습니다. 제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작품을 위해서라면 이정도 고통은 감수해야죠.


밤에 라스베가스에서 애너하임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바지를 손으로 바느질하는 모습

결국 블리즈컨 의상 경연 대회 당일이 되었는데 저는 아직도 작업이 안 끝난 상태였죠! 경연대회에 등록하려고 접수처로 걸어가는데 다른 의상 경연 대회 참여자들을 보았고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다들 너무나 멋있었고 세부적인 부분까지 얼마나 꼼꼼하게 만들었는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둘러싸인 느낌은 정말 말도 못할 정도였어요. 이들이 자신의 의상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아 부었는지 놀랄 정도였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거의 울 뻔했지요!


 


일리단의 뿔에 기초 도색을 한 모습

저는 경연대회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 방으로 돌아와 줄 서면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의상을 조금 수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친구의 도움으로 모두 반영할 수 있었죠.

“이제 정말 준비가 됐어!”

아, 가죽 바지를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이제 의상을 완전히 차려 입고 무대 뒤로 왔습니다. 청중 앞으로 나가기 약 3분 전이었죠. 저는 그때 처음으로 무대로 올라가는 “경사로”라는 것을 보았어요. 사실 일리단의 안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요. 그때는 단순한 경사로가 아니라 무슨 산처럼 높게 보였지요! 아무튼 저는 벌써 여기까지 와버렸고 33센티미터 발굽으로 조그만 산 정도 오르는 거야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장애물을 넘고 결국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되는 곳까지 왔습니다…… 안대 때문에 앞이 안보였다는 사실만 제외하고는요. 거의 장님인 상태로 유리처럼 매끈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언덕을 발굽으로 오르내렸지요! 일리단의 귀를 귀에 붙이고 있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청중의 모습을 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안대를 쓰고 있어서 무대 가장자리는 물론, 아무것도 볼 수 없었어요.

 


일리단의 날개를 도색하는 모습

저는 중앙 무대에 나간 이후 너무 좋아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다시 경사로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만요. 난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 라고 되뇌이고 친구의 부축을 받아 조심스럽게 대기실로 돌아왔는데, 무대감독이 저보고 한번 돌아보라고 하더니 최종 결선을 하러 무대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저는 다시 무대로 나가다가 위험천만한 경사로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고 날개가 바닥에 널브러졌죠. 다행이었던 점은 뿔을 머리에 접착제로 고정해 두었다는 거지요! 하지만 나쁜 점은 제가 날개에 찔렸고 발굽 하나가 부서졌다는 거였습니다. 넘어지기 전에 아지노스의 쌍날검을 친구에게 잠시 넘겨주었길래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넘어지면서 다 망가질 뻔했죠.

 

 


스테인레스 스프링강으로 만들어진 전투검의 뼈대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발굽 하나는 부러진 진 데다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블리즈컨 행사 직원이 무전기에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일리단 다운! 일리단 다운!”
그래서 전 그 직원 분에게 소리쳤죠. “이건 공격대 전투가 아니라고요 %^&*, 일으켜 주기나 하세요!”

이 시점에서 저는 제이 모어가 저보고 주인공이라며 어서 나오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2만 명 이상의 관중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블리즈컨 실황 중계를 통해 수백만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날 수가 없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네 그렇죠. 일리단이 쓰러져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일리단은 충성스러운 부하가 나머지 발굽을 발로 밟아서 깨트린 다음 일으켜 세워줄 때까지 30초 동안이나 버둥거려야 했습니다.


 

 


결국 저는 발굽도 없이 무대로 나갔고, 제이 모어가 마이크를 제 얼굴에 들이대며 뭐라 질문을 하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청중이 있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며 답변을 했죠. 그 “퍽” 하는 건 뭐였을까요? 아마 제이 모어의 얼굴을 후려친 것이 아니었을까요?

 


최종 도색을 마친 다음 굴단의 해골에 일리단의 뿔을 얹은 모습

모든 시련이 끝나고 무대 밖으로 나왔을 때는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였습니다. 오로지 음료수와 피자가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죠. 내 부하들은 다 어디 갔지? 어떤 블리자드 직원이 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멋진 일을 해내다니 정말 축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자부심을 느꼈지요…… 그 직원이 일리단의 문신만 있었다면 더 완벽했을 거라고 말하기 전까지는요. 팔뚝에 두를 녹색 발광 문신을 만드느라 278 달러나 들었는데 잊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오랫동안 고생을 했는데, 결국은 “준비가 되지 않은”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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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버프받은곰 (2010-12-23 13:15:0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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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없다 ㅠ
아이콘 사디스트 (2010-12-23 17:36:1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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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왘 돋네요.
[민주투사] (2010-12-23 22:51:1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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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팬티를 입었단 말이야
[꽃]민들레 (2010-12-25 01:53:3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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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덕은 역시 스케일이 달라..
Ride (2010-12-25 09:08:1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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