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서 헤엄을 치는 돌고래의 모습은 평소와 달리 기운이 없었다. 마음에 두고 있던 남자, 비둘기가 속해 있는 떡갈나무파의 보스 까마귀가 라이벌 조직인 작은 기차파의 보스 작은 하마에게 칼을 맞고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비둘기씨는 무사한 걸까.“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운 쇼를 하는 자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주는 건 비둘기뿐이었다. 말투는 싸늘했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그는 그런 새였다.
그런 걱정 속에서도 쇼를 할 시간이 다가오는지 조련사들이 수족관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돌고래의 눈에 투명한 벽 너머로 나타난 누군가가 들어왔다. 놀람도 잠시, 멀쩡한 그의 모습을 발견한 돌고래는 물 밖으로 몸을 내밀어 자신을 가두었던 투명한 벽을 그대로 넘었다.
“비둘기씨, 무사하셨군요.”
돌고래의 큰 눈동자에 눈물이 데렁데렁 맺혔다. 그런 돌고래의 모습에 비둘기는 헛기침을 하며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흠흠, 바보, 뭐하는 거야. 돌고래가 물에서 나오면 어쩌려고.”
“헤헤, 그러게요.”
둘의 만남을 시기라도 한 것일까. 그렇게 해우를 한 둘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떡갈나무파와 작은 기차파의 항쟁에서 탈출한 비둘기를 몰래 뒤따라 온 작은 기차파의 킬러, 근육 하마였다.
“큭, 비둘기. 네 녀석의 운명도 여기서 끝이다.”
조용히 비둘기의 뒤로 접근한 근육 하마가 비둘기에게 칼침을 놓으려는 순간, 그 모습을 발견한 돌고래가 몸을 날렸다.
“안돼!”
“뭐,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몸을 날린 돌고래에 놀라 멍하니 서있던 비둘기가 정신을 차리고 본 것은 칼에 꼽혀 피를 흘리는 돌고래와 인상을 잔뜩 찌뿌린 근육하마였다.
자신의 발밑에 피를 흘린채 쓰러진 돌고래를 본 근육 하마는 자신의 실패를 깨닫고 몸을 돌려 달아났다.
하지만 비둘기에게 근육 하마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의 모든 정신은 오로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돌고래에게 가 있었다.
자신의 옆에 망연자실한 주저앉아있는 비둘기에게 돌고래는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비둘기가 남은 생명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피를 토하는 돌고래를 만류해보았지만 돌고래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할 일을 모두 했다는 것처럼 돌고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돌고래를 바라보는 비둘기의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말도 안돼. 이런건 지독한 악몽일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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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붙여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