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동영상 포털 사이트인 유튜브에 스타크래프트 2(이후 스타2) 팬 애니메이션 한 편이 등록되었다. 건설 중인 건설로봇을 괴롭히는 탐사정의 이야기로 시작된 애니메이션은 이후 스타2를 해봤다면 한 번 쯤은 공감하게 되는 에피소드와 유닛의 특징을 살린 개그를 선보이며 서서히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스타2 팬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블리자드의 팬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바로 카봇 애니메이션의 ‘Star Crafts’(이후 스타크래프츠)이다.
스타크래프츠 시즌1(위)와 시즌6(아래)의 인트로 화면,
두 번 울리는 경적소리는 카봇 애니메이션의 상징이다
인간 군인인 테란, 미지의 외계인인 프로토스, 흉측한 괴물인 저그가 박터지게 싸우는 모습은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스타크래프츠는 기존 스타2 유닛들을 재해석하여 귀여우면서도 유닛 자체의 개성을 살려내는데 성공하여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작품의 인기에 더불어 스타크래프츠는 블리자드의 공식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그의 캐릭터를 소재로한 물건을 파는 등 팬에서 블리자드의 훌륭한 파트너로 거듭나게 되었다.
스타2의 '확산 기능' 등장 기념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초상화는
실제로 게임 안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블리자드 공식 스토어를 통해 현실에서도 스타크래프츠의 저글링 인형을 만질 수 있게 되었을 정도지만 팬들에게는 단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바로 스타크래프츠의 캐릭터들을 직접 조종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 유닛의 모델링을 3d로 바꾸어 아케이드 게임 속에 등장시킬 수는 있었지만 2D 애니메이션과 3D 모델링으로 옮겨놓은 것에 그쳐 스타크래프츠 본연의 재미는 애니메이션 속에서만 바라봐야 했다.
스타2 리그 GSL의 대회 맵이었던 '하늘 방패'에서 3D로 구현된 카봇 저글링을 볼 수 있었다
카봇 애니메이션은 결국 혁신적인 시도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바로 스타2를 애니메이션에 맞춘 ‘스타크래프츠 모드’를 실제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게 실제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 법도 했지만 스타2 아케이드에서 갤럭시 에디터를 통해 기상천외한 게임들을 선보인 적 있는 만큼 그의 계획은 헛된 상상이라 할 수 없었다.
RTS 장르였던 게임을 TPS 장르로 변화시킨 아케이드맵 '테란 디펜스 워즈'
2015년 6월, 카봇 애니메이션은 1티어 유닛을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데모 버전을 아케이드 맵에 등록하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정식 스타크래프츠 모드 개발 후원을 등록했다. 기존 3D였던 스타크래프트2에 스타크래프츠의 2d 그래픽을 도입한 혁신적인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데 동조했고, 후원 금액은 최소 달성 금액인 $70,000(한화 약 7천 700만원)를 넘어 $98,905(한화 약 1억 1천만원)에 다다랐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스킨, 맵과 더불어 공허의 유산 유닛들이 추가된 버전이 나오기로 결정되었다.
스타크래프츠 모드(좌)의 크라우드 펀딩 달성 상황,
펀딩계의 전설이 된 모 게임(우)보다 40배나 싸다!
첫 계획으로부터 2년, 펀딩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카봇 애니메이션은 종족별 유닛과 건물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시연 동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 했다. 카봇 애니메이션마저 소위 농담 삼아 말하는 ‘블리자드화’가 되었는지 출시일이 지연되긴 했지만 꾸준히 개발현황을 보여준 덕에 팬들은 그의 작업을 믿고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10월 정식판 베타 테스트를 시작으로 스타크래프츠 모드 정식버전 출시를 예고했다.
저그의 '땅굴벌레' 개발 이미지, 애니메이션에서의 방정스러운 모습을 잘 표현했다
게임이 스타크래프츠 모드인 만큼 기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닛들이 치즈를 던지거나 시즌 3의 메인 악당이기도 했던 감염충이 신경기생충으로 화염차를 가지고 노는 등 기존 스타크래프츠의 팬이라면 알 수 있는 애니메이션 속 연출들이 게임 속에 생생히 재현되었다.
마성의 BGM과 함께 엄청난 중독을 일으켰던 기술실 연구장면도 게임속에서 구현되었다
2D 애니메이션이 살아 숨쉬는 화제의 스타크래프츠 모드는 오는 11일부터(북미 기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