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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3-10-21 22:16:11 KST 조회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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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 네이버 로큰롤 평론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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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중3이 되는 김철수는 인터넷 평론가다. 그는 네이버에서 가장 신임받는 로큰롤 평론가들 중 한 명이다. 아마추어 평론가이자 그의 (인터넷)죽마고우인 <몬다이나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유저는 김철수에 대해 "메스와 같은 언어로 게시판을 수술대삼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음악을 해체한다." 라고 언급했다. 이 문장은 김철수의 빛나는 재능과 명성의 상징이 되었다.


물론 인터넷 명예는 현실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게다가 김철수는 친목형 아마추어 평론가들과는 격이 달랐다! 그는 철저히 정체를 숨기고, 광대역 네트워크망의 짙은 그림자 속에서 암약하는 은둔자였다.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하지 않고 서로 이웃도 하지 않았다. 그는 키보드를 매만질 때면 광기에 휩싸인 고독한 예술가가 되었다. 세상에는 오직 아이팟과 김철수, 그리고 그 두 개체를 하나로 이어주는 이어폰만이 존재했다. 그는 노래를 들었다. 평론을 했다. 아니다. 그는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다. 노래는 거대한 거울이 설치된 방으로 통하는 일자형 복도에 불과했다. 김철수는 노래를 통해 자기 자신을 본다. 그 기괴하게 비틀린 상에서 그는 의미를 발굴한다.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술은 인식되는 것이다. 김철수가 예술을 인식할 때 예술은 의미가 되어, 산탄같은 언어의 알곡에 실어져 이 세상을 향해 뻗어나간다. 그 스펙트럼, 경이로움, 생명력, 불확정성, 그것이 바로 김철수를 평론의 세계로 끌어당긴 예술의 마성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경고없이 찾아왔다. 그것은 날카로운 어금니 끝을 김철수를 향해 겨눈 채 쉭쉭거리는 소리를 냈다. 물론 이것은 (약간의 비릿한 유머가 섞인)비유에 불과하다. 사실, 위기는 좀 더 사춘기 소년의 날 선 감수성을 자극하는 포근한 향기와 함께 다가왔다.


10월 17일, 김철수는 집 앞 공원의 계단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의 귀에 꽂힌 새하얀 이어폰에서 'Pink Floyd: The Wall' 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이팟의 디스플레이는 CD2 폴더의 'comfortably numb' 를 표시하고 있었다. 러닝 타임은 중간 부분에 걸린 채 느릿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길모어의 기타 연주가 디젤 엔진처럼 우렁찬 시동음을 내며 클라이막스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김철수는 노련한 평론가 답게, 굳은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한 채(그러나 음악을 듣는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음악에 심취한 사람의 시선은 이 세상에 깃들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머릿속에서 다음 평론에 쓸 문장을 벼려내고 있었다.


그가 "핑크 플로이드의 명성은 사실 현대에 와서는 과대포장된 면이 있습니다." 라는 문장을 어떻게 고쳐야 덜 공격적으로 보일지 고심하던 와중이었다. 낭랑한 목소리가 길모어의 사운드를 뚫고 그의 귓구멍 속으로 직격했다.


"안녕? 좀 비켜줄래?"


김철수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교복을 입은 소녀가 그를 내려다 보고 서있었다. 그렇군, 내가 '본의 아니게' 길을 막고 있었군. 김철수는 몸을 일으켜 옆으로 비켜섰다.

"미안. 계단이 너무 비좁지?"

그는 이런 말도 빼놓지 않았다. 노련한 평론가는 결코 과오의 화살이 자신에게 겨눠지는 걸 용납하지 않는 법이다.

"괜찮아."


소녀는 짤막하게 대답하며 머리를 살짝 흔들었다. 지저분하게 불어닥치는 가을 바람이 헝클어놓은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김철수는 순간적으로 이런 문구를 떠올렸다. <This function is not yet available.> 어째서 이런 말이 생각났을까? 김철수는 점점 멀어지는 소녀의 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김철수의 망막에 각인된 소녀의 이미지는 그가 떠올린 문구의 의미 만큼이나 막연했다. 암갈색 눈동자는 수천 개의 잎사귀를 가진 꽃이 피는 것처럼 번잡했다.(그리고 이미지의 번잡함 역시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 미니멀리즘 기조가 강한 현대인들은 이 사실을 줄곧 망각하곤 했다...) 그녀의 코와 입술은 마치 원래부터 거기에 있어야만 했던 것처럼, 그리고 원래부터 그렇게 빚어졌던 것처럼 존재했다. 완벽함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칸트가 그녀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그는 아마 곧바로 무릎을 꿇고 이 소녀의 발목에 입을 맞췄으리라...) 검고 긴 머리카락은 한데 모아서 땋았는데, 어깨까지 내려오는 옆머리들이 간혹 땀이 밴 이마에 눌어붙곤 했다. 그것이 거슬리면 소녀는 방금 그랬던 것처럼 머리를 한 차레 흔들곤 했다. 김철수는 그녀가 느꼈을 이마의 아련한 간지러움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아, 어쩌면 그녀가 내 평생의 뮤즈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사람은 본질적으로 눈 먼 장님이라 코 앞에서 일어나는 일조차 굽어 보지 못한다. 그리하여 자신에게 평생토록 중요한 무언가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공기처럼 놓쳐버리곤 하는 것이다. 가서 저 소녀의 손을 낚아채야 하지 않을까? 그녀는 내게 온 우주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 줄지도 모르는데! 이 바보같은 김철수, 평생의 기회를 놓쳤구나. 넌 이제 저 소녀의 망령에 시달릴 것이다. 이 우주 어딘가에 저 순결한 육신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네 욕정의 불길을 평생동안 지펴놓을 것이다. 넌 절대로 잊지 못하겠지. 저 완벽한 얼굴 윤곽을, 암갈색 눈동자를, 설레이게 흔들거리는 땋은 머리카락을, 심지어 네가 자고 있을때에도 저 소녀의 이미지는 수마가 되어 네 목을 조를 것이다. 이 바보! 평생 이루지 못할 사랑의 저주를 받았구나! 너는 텅 빈 남자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네 몸 안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한 욕망의 불꽃이 혀를 내두르며 네 모든 장기를 파먹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수많은 여자들을 만날 것이다. 마치 굶주린 것처럼 그녀들을 집어삼키겠지, 낯선 여자의 얼굴에 그 소녀의 이미지를 덮어 씌우며 애처로운 자기 만족을 느끼고 싶어할게야.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난 뒤 넌 느끼게 될 거야...오로지 갈증만이 더 심해진다는 사실을. 너무나 냉혹한 현실(그 소녀도 나이를 먹고, 사랑하는 남자의 품에서 사랑을 알아가고,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 촉촉한 피부는 점점 거칠어지고, 아!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국 한 줌 모래가 된다는 것을!) 앞에서 넌 일상적으로 좌절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좌절은 곧 네 본질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네 천부적인 재능은 네게 수많은 황금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네가 이룩한 제국은 너에게 아무 만족감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반들반들한 황금의 면에 네 얼굴을 비추보일 때마다 너는 네 수척한 몸을 감싸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너는 이렇게 절규하는 것이다. <소녀! 내 왕국을 줄테니 소녀를 다오!> 그것이 바로 뮤즈의 복수다...


김철수는 소리 없이 절규했다. 소녀는 이미 그의 눈 앞에서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김철수는 패배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인간의 얄팍한 확신 만큼이나 부정확한 건 없다는 진실을 말이다. 그 소녀는 김철수의 뮤즈가 아니었다. 반대로 그녀는 그의 릴리스이자 라미아였다! 그리고 김철수는 한 순간의 달콤한 환상에 취해, 똬리를 튼 라미아의 하반신이 자신의 몸을 점점 조여오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장르는 락부심 배틀/스릴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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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개념의극한 (2013-10-21 22:25:4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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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멘붕 장르보고멘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3-10-21 22:26:5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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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레거의 '모차르트 동기에 의한 변주와 푸가' 피아노 편곡을 다시 듣고자 하는 갈증이 나를 삼키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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