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영국 인디씬에 두 거물이 있었읍니다. 노엘 갤러거가 'cast no shadow'라는 노래를 헌정하며 우상으로 여겼던 버브의 리처드 애쉬크로프트. 그리고 영국 슈게이징, 스페이스록의 전설이자 아마도 90년대 영국 대중음악가 중 최고의 천재라고 볼 수 있는 제이슨 피어스였읍니다.
제이슨 피어스에게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는데, 케이트 리들리였읍니다. 어느 날 리처드가 우연히 케이트와 만나면서 그야말로 첫눈에 반해버렸읍니다. 리처드는 노엘 갤러거가 울먹거릴 정도로 좀...극단적이고 양아치...기질도 엄청 심한 그런 사람인데 끈덕지게 케이트에게 달라붙으며 자기와 사귀어달라고 애원합니다. 심지어 자해공갈도 했다고 하읍니다.
케이트는 처음에는 동정심으로 리처드와 은밀히 만나주었다고 하던데 갈수록 리처드에게 끌렸다고(!) 하읍니다. 그래서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읍니다. 케이트 리들리는 제이슨 피어스와 이혼했고, 곧바로 리처드와 결혼했읍니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갖은 욕과 불명예적인 모욕을 마구 당했었지만 그래도 꿋꿋히 견뎌냈고,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무시무시한 잉꼬부부라고 하읍니다.
어쨌든 제이슨 피어스는 소위 'NTR'을 당한 뒤 한 앨범을 토해내는데 그게 바로 90년대 영국 최대의 걸작이라 불리는 신사숙녀여러분 우린 우주를 유영하고있슴돠 입니다. 이후로도 제이슨 피어스의 고통은 계속 되는데 폐렴 때문에 수술을 받던 도중에 뜬금없이 또 Songs in A&E를 뽑아냅니다. 이것도 걸작 취급을 받습니다. 팬들 사이에선 곶통을 받을수록 영감이 빛나는 뮤지션이라고 불리읍니다. 하지만 제이슨 피어스는 자기 사생활에 대해 밝히는 걸 극도로 꺼려하는데다 자기 음악은 자신의 인생과 큰 관련은 없다고 말했읍니다.
건강해진 뒤로는 sweet heart sweet light를 냅니다. 나이가 좀 들어서 예전처럼 대놓고 약빨은 거 같은 사운드를 내지는 않는데, 음악적으로는 훨씬 심오해졌고 가스펠틱하고 달콤하면서도 여전히 맥빠지고 한없이 추락하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건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았읍니다. 팬들은 "고상하게 늙고 있다" 라면서 흐뭇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