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웃긴 일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추상적이던가. 나는 아직도 사랑한다 라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자신의 사랑을 남에게 고백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위대함이다. 그 난해한 추상성조차 덮어낼 수 있는 강렬한 감정의 직관성. 그렇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을 이 추상적인 한 문장에 기대어 표현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다. 나는 왜 당신을 사랑하는가. 그것은 매우 복합적인 사건들에서 기인한다. 그 수많은 사건들 중 아주 사소한 것 하나 조차도 제외할 수 없다. 당신과 나의 마주침, 아침 햇살이 내리꽂히는 정오에 우연히 내 눈길에 든 당신의 발굽, 느닷없이 불어제낀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 당신의 갈기, 그 모든 우연들. 그 날 당신과 내가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그 날 내 안구가 당신의 다리 아래 쪽으로 이동하길 거부했었더라면, 그 날 바람이 불지 않았더라면, 당신과 나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나와 당신의 만남은 단 한 톨의 필연도 끼어들 틈이 없었던, 완벽한 우연의 산물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