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파스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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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12-08 11:07:37 KST | 조회 | 5,264 |
제목 |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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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려 놓은 전시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 들 있었으나,
석유 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것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칩칩스럽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이 등업의 조선달을 낚구어 보았다.
"그만 거둘까."
"갈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이 있었을까.
내일 대화 장에서나 한 몫 벌어야겠네."
"오늘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 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선달이 그 날 산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려 놓았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했다.
무명필과 주단 바리가 두 고리짝에 꼭 찼다.
멍석 위에는 천조각이 어수선하게 남았다.
다른 축들도 벌써 거의 짐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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