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내세운 스2 과금제 정책 때문에 PC방협회쪽과 갈등이 있다는 사실 다들 아실텐데요,
남들 밥그릇 싸움에 제3자가 나서서 가타부타 하는 것도 웃긴 일 같아 잠자코 있었는데,
몇몇 분들의 주장 때문에 블리자드가 한국 PC방측에만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서 글을 적습니다.
1. 와우가 스타2와 정액기간을 공유하는 이유에 대해, (이건 글 주제랑 상관없지만 그냥 적어봅니다 ㅋ)
2. 한국에서 패키지 판매 없이 인터넷과금제를 택한 이유에 대해 제가 각하는 바를 적어보려고 해요.
읽어보시고 제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나 개인적 의견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다른 분들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요.
1. 와우와 스타2가 정액기간을 공유하는 이유는 와우유저들를 가능한 한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론적이지만 블리자드는 전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와우 유저들의 수가 다른 게임사 게임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스타2를 비롯한 블리자드의 범위 안에 지속적으로 머물러 주기만 한다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스타2를 하건 와우를 하건 정액요금은 블리자드로 들어오니, 스타2 요금제를 와우와 공유함으로써
대격변 전 세기말 현상을 겪는 와우유저들이 블리자드 범위 밖으로 이탈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것 같습니다.
블리자드에 대한 충성도는 다른 나라와 비슷한 반면 아이온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온라인 RPG 게임이 아주 많은
한국 시장이므로 세기말 와우에서 벗어나더라도 블리자드의 Battle.net 안에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 같네요.
디아블로3가 나와도 Battle.net이라는 범위 안에 요금제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합니다.
2. 한국에서 패키지 판매를 포기한 것은 패키지 게임을 팔면 손해를 본다고 자체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스타나 워3는 패키지로 판매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CD키로 판매되었죠.
이 두게임이 피시방에서 날려주던 시절 한 동네 안에서도 많은 PC방들이 등장했다 사라지곤 했는데요.
이 때 PC방 접는 사장님들이 본인들 소유의 스타나 워3 정품CD들을 다른 PC방에 헐값에 넘기곤 했습니다.
돌려먹기 한거죠. 수많은 전국 PC방을 일일히 조사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두고 볼 수 밖에 없었지만,
블리자드의 입장에선 적잖히 배가 아픈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아주 오래 전부터 cd-key grabber라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떠돌았죠.
이 cd-key grabber라는 것은 컴퓨터에 깔린 게임의 cd키를 추출해 화면에 표시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이 파일을 pc방에서 사용해서 cd키를 훔친 개인사용자때문에 피시방과 cd키가 겹쳐 피시방측에서 신고를 할 경우,
블리자드측에서 기존 cd키를 사용 불가능하게 block시킨 뒤 새로운 cd키를 pc방측에 제공해주곤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습니다. pc방 업주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디키를 중복적용시키기 시작한 거죠.
pc방에 와서 워3 즐기려고 배틀넷에 접속하려는데 사용중인 시디키라는 메세지가 떠서 업주에게 물어보니
얼버무리고 자리를 옮기게 한 경험이 있으셨다면, 그 피시방은 cd-key grabber를 사용해 가게를 운영한 것입니다.
글이 길어 난잡하니 단순하게 예를 들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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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방을 오픈했습니다. 이놈의 피시방 하나 차리는 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여간 스트레스 받는 게 아니네요.
그나마 다행인 것이, 곧 장사 접는다던 '십년PC방'사장에게 워3 cd키 10개를 패키지 20% 가격에 떨이로 사왔습니다.
PC방 컴퓨터는 30대지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cd-key grabber를 이용해서 시디키당 3자리씩 공유시키면 되니까요.
워3 카오스 하러 달려올 꼬맹이들은 대충 얼러서 시디키가 충돌나지 않게 자리를 옮겨가며 플레이하게 할 수 있으니,
전좌석 정품패키지를 샀다는 옆건물에 새로생긴 피시방 업주는 정말 융통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 cd키 한줄 때문에 비싼 돈 주고 정품을 왜삽니까? 전 정품패키지 2개값으로 30좌석에 워3를 깔았다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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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오그라드네요. 여튼 저의 견해로는 블리자드가 마냥 나쁘다고 주장하기엔 말하기에도 민망한 이유들이 있고,
이 이유들은 아마 pc방 업주분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단지 말하지 않을 뿐이죠.
사실 패키지로 판매하지 않는 것엔 중요한 이유들이 몇 가지 더 있는데요, 어쨌든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돌려쓰기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한국에서 패키지 판매를 주장하는 것은 생각이 짧은 행동"이라고 봅니다.
피시방협회는 요금 협상에 앞서 이런 요금제를 불러일으킨 자신들의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의지가 없다면
협상 자체가 되지 않겠지요. 자신들의 밥그릇 작아질까봐 무조건 적인 비난만 하기 보단, 상도덕을 무시해가면서
밥그릇 키워온 자신들의 그늘진 부분을 먼저 인정하고 고쳐나갈 의지를 보여주는 게 협상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블리자드는 한국을 좋아하지만, 자선기업은 아니니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