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L 해설자에 대해..
아마도 제 생각이 맞다면 별로 동의는 많이 못 받았던 글로 시작된 논쟁인데
이래저래 계속 글이 리젠되는 걸 보니 평소에 여러 분들이 해설자의 호불호나
현재 해설의 완성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평소 느껴오던 건데, 해설자들 별로 특징이 있어요.
그게 그냥 성격적으로 드러나는 특징 같기도 하지만,
저는 해설자 본인이 '아 나는 이런 역할을 내가 하는 해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라는 게 해설 스타일에서 드러나는 거고, 그건 분명히 의도된 것이라고 봅니다.
가령 황영재 해설은 정확한 전략 예측이 눈에 띄는 점이고,
전략이 들어갈 때 방어 입장에서 해줘야 하는 우선적인 판단들 내지는
어떤 유닛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컨트롤을 하는 선수의 심리 분석 같은 게 두드러집니다.
안준영 해설은 게임의 '현재' 양상과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왜 그런지.
또 유닛별 대사나 최근 유행하는 여러 유행어나 개념을 이용한 드립.
(이걸 위해 일부러 웹서핑도 많이 하시는 듯하고, '맹독충' 토크쇼를 봤던 분이라면 알 수 있듯이
스타2 캠페인이나 유닛 자체 주요 대사들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꿰고 계신 해설자 분이죠.)
채정원 해설은 게임의 분위기 고조 + 전세 판단.
그리고 같이 있는 해설의 역할을 최대한 이끌어 주는 스타일인 듯 합니다.
대체로 해설자를 비판하시는 입장들을 보면 채정원 해설의 '분위기 위주' 해설의 중요성을 그다지 인지하지 못합니다.
근데 또 외국으로 중계된 경기 동영상의 '급박한 상황인데도 말투 똑같고 분석만 하고 재미가 없더라'는 반응을 보면
역으로 채 해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게 각 해설자들을 '지휘'하는 이현주 캐스터에 의해 120% 발휘되고,
아마도 곰티비 측에서 생각하는 가장 큰 시너지 조합이 채정원-이현주-안준영 해설이기 때문에
(물론 짬밥 차이도 있겠습니다만은)
흥행성의 정도에 따라 높은 쪽에 저 황금 해설진이 배치되게 되는 것이겠죠.
제 생각에도 저 조합이 가장 게임을 보기 편안하고, 재미도 재미대로 있더군요.
'분석가'가 둘 끼는 것보다, 한쪽은 상황 분석하면서 드립도 적절히 날려 주고,
한쪽은 분위기에 따라 '어~~~~~~~~!!!!!!!!' '아 망했어요!!!!!!!' '땅굴이라도 뚫어야죠!!!!!'
이렇게 막 질러 주는 게 혼란스럽지도, 지루하지도 않으면서 경기 설명도 들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물론 호불호야 있겠습니다만, 사실 호불호는 세상 어디의 누굴 데려와도 생길 조건입니다.
좋고 싫은 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심리 문제니까요.
다만 이 점은 짚어 보고 싶었습니다.
해설이라고 꼭 전략 예측과 분석의 정보만을 시청자들에게 잘 날려 주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각 해설자들 별로 나름대로의 해설을 보는 마인드가 있고, 그 관점이 다름이 해설 스타일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지
특히 누가 상황 분석이 정확하니까 누가 더 뛰어난 해설이고 누가 살짝 더 저급한 해설자고
이런 건 딱히 없다는 생각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