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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5-09-20 06:27:10 KST | 조회 | 1,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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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와 게임 난이도에 대한 고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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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벽에 할것도 없겠다 현재 공유의 뜨거운 감자인 매크로와 게임의 난이도에 대해
제 생각을 정리해서 여러분들과 의견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1. 매크로가 과연 기대하는 만큼 클릭 수를 줄여주는가?
또 매크로를 삭제함으로써 유발되는 문제점엔 무엇이 있는가?
매크로 컨트롤이 우리가 우려하는 정도로 심각한 클릭 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는 낮에 이미 했었죠.
그 말씀 그대로, 공허의 유산 기준 지게와 시증은 과도한 매크로를 요구하는 수준이 전혀 아닙니다.
설사 지게와 시증을 삭제해서 아주 약간이나마(전체 클릭 수의 1~2% 감소) 매크로를 줄인다한들,
이는 절대 게임의 진입장벽을 낮혀줄 수준도 안되거니와 무너지는 밸런스(특히 테란에게 치명적),
종족 고유의 특성 상실(삼발이 테크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선택과 집중에 특화된 시간 증폭과
생산력과 회전력을 강화하는 저그의 애벌레 펌핑), 숙달된 유저들의 박탈감,
지루한 최적화 타이밍의 상대적인 지연 등 여러가지 문제를 수반합니다.
또한, 집정관 모드는 애초에 매크로가 모두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된 모드입니다.
매크로가 모두 삭제된 상태에서 집정관 모드를 해봤을 때 게임이 상당히 심심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매크로 삭제로 인해 실질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클릭 수의 감소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린 많은 문제점을 감수하면서까지 매크로 삭제를 강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공허의 유산까지 출시일이 2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만약 전략적인 활용은 증폭시키고 클릭 수는 최소화한 획기적인 매크로 대안법이 등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세가지입니다.
1. 매크로를 아예 삭제하던가, 2. 클릭 수를 줄이면서 매크로와 종족 개성을 유지할 방법을 찾던가,
3. 군심의 매크로 그대로를 유지하던가 입니다.
저는 이 중 최악을 1로 보고, 최선을 2로 봅니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애벌레 펌핑, 무엇이 문제이고 어째서 유지해야 하고 개선 가능한 부분은 무엇인가?
사실 매크로 유지를 주장하는 분들도 애벌레 펌핑의 반복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인정을 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펌핑을 완전히 그대로 놔두는 것은 다소 지나친 매크로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지만,
아예 삭제하거나 오토로 돌려버리는 것 역시 과도하게 저그 종족의 매크로를 줄여버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한마디로, 저그의 펌핑은 극과 극의 양상을 띄기에 타종족의 매크로보다 건드리기가 더 까다롭습니다.
이는 이번 커뮤니티 피드백에도 언급된 부분인데, 오토 펌핑이 저그 종족의 매크로를 지나치게 줄였다는
피드백이 많았고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 역시 군심까지 저그 마스터 유저였고,
현재 타종족들을 연습하고 있는 공유 베타에서도 여전히 가장 잘하는 종족은 저그입니다.
그럼에도 펌핑의 자동화를 반대하는데, 이는 종족별로 요구하는 매크로 수준은 어느정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추가적으로, 오토펌핑이 켜진 여왕은 죽은 유닛이 되어버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크래프트2는 '화면 이동을 강제하는 매크로 컨트롤'이 존재합니다.
1. 생산 건물을 늘리는 매크로, 2. 보급고(수정탑)을 증축하는 매크로, 3. 유닛을 직접 생산하는 매크로 입니다.
이는 스타2를 플레이하며 가장 기본이 되는 매크로 컨트롤이며 화면 이동이 강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매크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종족별로 적용하여 생각해보면, 테란은 1과 2에는 꾸준히 신경써야 하지만 3에서는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화면을 이동하지 않고도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게로봇을 투하하는데 화면을 이동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프로토스는 1,2,3 모두 신경써야 합니다. 대신 군단의 심장까지는 프로토스의 교전 컨트롤 요구량이 테란에 비해
높지 않았다는 특이점이 있었고, 공허의 유산에서는 시증에 요구되는 화면 이동을 최소화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그는 1,2,3 모든 분야에서 비교적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실제로 타종족을 하다가 저그 종족을 플레이하게
되면, 생산과 보급고(수정탑) 증축을 하려고 화면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상당한 메리트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군단의 심장까지는 펌핑이 있었기 때문에 종족별 요구 매크로 컨트롤량이 저그가 약간 많은 수준에서
비교적 균형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그에겐 점막을 넓히는 추가적인 매크로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펌핑을 삭제한 저그는 타 종족에 비해
요구되는 매크로 컨트롤이 지나칠 정도로 줄어들어 버립니다. 이는 과도한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고로, 펌핑은 유지하되 다만 손이 조금은 덜 갈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펌핑 예약 생산이 가능하지만, 여기에 저는 몇가지 추가적으로 펌핑의 클릭 수를 줄일 방안을 나름대로 생각해본
것이 있는데 1. 여왕 생산시 마나 50, 펌핑 마나 50, 펌핑시 애벌레를 4마리씩 총 두번 배출하는 방식
2. 펌핑 매커니즘을 인터페이스적으로 지원하는 방식(ex 차원관문처럼 미니맵 위에 펌핑이 안된 부화장의 갯수를
표시해주고 특정 단축키를 누르면 펌핑이 안되어있는 부화장 위주로 순환하여 화면을 이동시켜주는 식)
이 그것입니다. 1은 단순히 펌핑에 소모되는 클릭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식입니다. 저그에게 화면 이동은 강제하되,
그 빈도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2는 차원관문처럼 매크로 컨트롤을 현재와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요구하되,
인터페이스상으로 지원하여 낭비되는 클릭 수를 줄이는데 목표가 있습니다.
3. 매크로가 존재하는 것이 게임 난이도와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가?
스타2는 기본적으로 하드한 PvP 게임이고, PvP 게임에서의 난이도란 상당히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제가 예전에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풀어 설명하자면, 내가 해병하고 불곰만 뽑아서 어택땅을
갔는데 이기더라 하면 체감 난이도는 낮은 것이고, 2방향 3방향 견제를 넣으며 한타를 하고 멀티를 늘려가며
사투를 벌인 끝에 겨우 승리를 거두었다면 체감 난이도는 높은 것입니다. 분명 두 케이스 모두 플레이한 게임은
스타2로 동일한데, 느껴지는 난이도는 확연히 다르다는 얘기죠. 이는 매크로와 게임 난이도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 경험을 들어 난이도에 대한 말씀을 더 드려보자면, 스타1이 흥행하던 당시에 반에서 저를 스타1으로 이길 친구가 없었습니다.
학년 전체로 그 파이를 넓히더라도 제 적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 때 제 친구를 상대하던 저의 스타1 난이도는
체감상 '낮음'이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게임아이라는 래더 지원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 배틀넷에서 본격적으로
1:1을 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급에선 적수가 없고 학년에선 대적할 자가 많지 않았던 제가 게임아이 1200점을
넘기가 어려웠습니다. 참고로 그 점수는 1000점에서 시작하고 아마고수는 1000점 후반대, 프로 수준은 2000점 초반대에
형성되어 있었다면 당시 제 실력을 유추하는게 가능하시겠죠. 급격하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난이도가 '높음'으로
치닿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는 스타1에서의 제 한계를 머지않아 체감했고 목표하던 큰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금 스타1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분들은 쉽게 말씀하시죠. 스타1은 마린메딕만 뽑아서 가도 이겼는데
스타2는 그게 안되서 더 어려운 게임이다. 전혀요. 스타2도 해병불곰만 뽑아서 이길 수 있습니다.
그게 브론즈 수준이라는게 문제인거죠. 수준을 감안하지 않은 비교에 의미란 없습니다.
각설하고, 제가 말씀드리고픈 것은 단순히 매크로의 유무로 게임의 난이도를 절대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PvP 게임에서의 난이도란 본인의 수준과 상대의 수준의 차이가 가감되어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지
매크로가 없다고 쉬워지고 매크로가 있다고 어려워지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래더 시스템은
철저하게 실력이 비슷한 유저끼리 매칭시켜 주기 때문에, 본인의 매크로 실력이 떨어진다면 상대 역시 그렇습니다.
이는, 매크로를 없엔다고 신규 유저가 많이 유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저의 의견과 일맥상통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대 유저와 1:1로 맞붙어 순수 실력으로 겨루고 패배한 후의 좌절감과 상실감을
견디기 힘들어 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지, 매크로 컨트롤이 어려워서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소 답정너 식의 넘겨짚기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매크로를 마치 만악의 근원인 것 마냥 취급하시는 분들이
과연 매크로가 삭제된다고 게임을 많이 즐기실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밸런스든 뭐든 다른 핑계를 찾으실걸요?
그냥 지는게 싫고 게임은 즐기기 위해 하는 것임에도 꾸준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그 괴리를 극복하지 못한 것 뿐인데
그 화살이 매크로니 밸런스니 순삭이니 하는 애먼 곳으로 향해 있는 것은 아닙니까?
4. 게임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면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될 수가 있다.
이번 커뮤니티 피드백에서 언급됐듯이, 스타2는 매우 도전적인 게임이고 더 높은 실력 수준을 위한
경쟁적인 마인드가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성입니다. 저는 스타2를 격투게임과 비교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은 스타2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전 격투게임이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콤보와 가드가
0.1초 단위로 들어가고 막힙니다. 단 한순간의 심리전과 반응속도로 막대한 데미지가 누적되고
승패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격투게임, 정말 재밌습니다. 다소 매니악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격투게임을 망한 게임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순수 1:1 실력을 겨루는 게임들은 어느정도 매니악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탈피하려면 하스스톤처럼
운적인 요소를 듬뿍 넣거나 pay to win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 게임은 지금도 많습니다.
하지만 스타2와 같은 게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때문에 저는 스타2가 정체성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누차 말씀드렸다시피, 한국에서 흥한 스타1도 중국에서 흥한 워크3도 1:1 플레이를 직접 하는 게임으로써
흥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스타1이 한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던 당시에도 그 수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스타1의 1:1 플레이를 즐기는 유저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때문에 저는, 1:1은 1:1답게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어설프게 게임 아주 약간 쉽게 만들어보겠다고 자날부터 유지해왔던
종족 개성을 상실하고 아주 기초적인 밸런싱부터 무너지게 되어 게임 본연의 완성도가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보다는,
비록 플레이하는 유저의 절대적인 수는 많지 않을지언정 1:1을 코어하게 유지하기를 바랍니다.
대신 저는 블리자드가 누누히 밝혀왔듯이 집정관과 동맹 사령관, 웰메이드 캠페인, 더욱 더 활성화된 유즈맵 컨텐츠를
위한 방안 등을 모색하여 여러가지 루트로 다양한 유저를 포용하는 것이 더 최선의 방법이고 장기적으로
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할 말이 더 많았던거 같은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는거 같기도 하고 해서 이쯤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제 생각을 더 정리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의도는,
지나칠 정도로 매크로 삭제에 대한 맹신 혹은 매크로 삭제를 스타2의 흥행으로 직행하는 판도라의 상자 쯤으로
확대해석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매크로 삭제에 대한 명과 암을 조금 더 면밀하게 탐구하고 의견을
나누자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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