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인 스토리의 어둡고 밝은 것이야 취향 차이라서 넘어간다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군심에서 무너진게 너무 큼.
사실 군심의 전체적인 플롯은 넓게보면 나쁘지 않은 편임.
'인간으로 돌아온 케리건은 멩스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다시 저그가 되어 멩스크와 싸운다. 근데 알고보니 멩스크가 혼종을 키우고 있어서 멩스크를 때려잡은 것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되었다.'... 대충 이런 내용인데, 딱 봐도 케리건을 '행동은 악역에 가깝지만 결과적으로는 선역을 하는' 안티 히어로로 띄워주기 딱 좋은 플롯임. 문제는 그 과정을 플레이어들에게 설득하는 장면이 개판이라는 것.
군심에서 케리건이 내내 행하는 행동은 멩스크가 아무리 인간쓰레기이건 뭐건 간에 학살이고 악행임. 그리고 케리건 본인은 상대들에게 피장파장의 오류를 보이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고 있음. 여기까지는 상관없는데(케리건이 선역이 아니니까) 문제는 케리건 주변인물들이 이런 케리건의 의견을 옹호해 준다는 것. 수족인 저그들은 그렇다쳐도, 테란들이 이런 사상에 동의하면 대체 어쩌자는 건지... 최소한 발레리안이나 레이너 특공대가 이런 케리건의 태도에 반발하는 모습이 조금이라도 있었어야 했는데 다들 별 생각 안하고, '우리 여왕님이 말하시는 말씀이니까 맞겠지.'하고 넘어감. 덕분에 케리건과 저그 군단이 어쩔 수 없는 필요악으로 인식되는 게 아니라 악의 자치령 군대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군대처럼 저북공정이 일어남. 그러니까 스1부터 자날까지 신나게 테란 학살해오던 저그 군단의 모습을 보던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수 밖에.
게다가 공유는 본편 19편으로 군심하고 그리 차이나지도 않는데, 군심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깔끔하게 프로토스의 위기와 갈등, 비장함을 그려내서 더 비교가 됨. 그냥 군심 때 제작진들이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고 봐야... 물론, 에필로그는 빈약한 연출 때문에 까여도 할 말 없음. 하지만 스토리의 중간 부분인 군심 스토리가 박살나니까 3부작 스토리의 전체적인 스토리도 어설퍼보이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