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앞서서, 혹시 스타2를, 그리고 e-sports 를 정식 스포츠가 아닌 한낱 오락질이나 예능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지금 이 본문을 읽고 전혀 공감을 못하실 수 도 있으니, 염두해 주시길 바랍니다.
1. Sports 란 무엇인가, 그리고 팬은 무엇인가
스포츠 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간단하게 승부를 가르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스포츠의 팬이란 무엇일까요? 역시 간단하게 말하면 그 스포츠를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겠죠? 축구를 예로 들자면, 월드컵때 국가대표 응원을 하시는 분들도, 새벽에 박지성 선수를 보기위해 잠도 설치며 경기시작만 기다리는 사람도, 매주 꼬박꼬박 k리그를 보러 가는 사람들도, 모두 관심의 정도만 다를 뿐 축구의 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프로 축구선수들에게 팬이란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요? 굉장히 고마운 존재들이고, 자신들이 선수생활을 하는데 많은 힘을 주는 요소겠죠? 그치만 분명 한가지 확실한건, 축구선수 들이 축구를 하는 제1의 이유는, 축구 그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지, 팬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겁니다. 스포츠 라는건, 승부를 가르는 그 자체가 제1의 이유 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제2의 이유를 뽑자면 팬들을 위해서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축구, 야구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인기 스포츠 뒤에는, 올림픽때나 반짝 인기를 끄는 핸드볼, 역도 등의 스포츠도 존재하며, 그 뒤로는 올림픽 에서 조차 관심을 못 받는 스포츠 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팬이 없단 이유로, 스포츠로서의 의미가 없던가요? 축구는 핸드볼 보다 인기가 많고 돈을 많이 버니까 더 의미있고 위대한 스포츠인가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겁니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스포츠를 하는 첫번째 이유가 팬이 되서는 곤란합니다. 그건 이미 sports 정신을 잃어버린 거니까요. 물론 팬들이 즐거워 하는 상황과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 주로 겹치긴 하지만 (지는거 보단 이기는게 좋잖아요?) 둘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올때, 적어도 프로라면, 팬이 우선순위 여서는 안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분들중 혹시 wwf 레슬링을 기억 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한때 정말 엄청난 인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인기, 팬들이 좋아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그들은 무엇을 했죠? 조작이란게 밝혀진 이후로도 사람들은 즐겁게 레슬링을 봅니다. 재밌으니까요. 하지만 그 누구도 미국의 레슬링방송을 스포츠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미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걸 잃었으니까요.
2. E-sports 는 스포츠 입니다.
밑에 치즈러쉬 논란 글을 읽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프로게이머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임을 해야한다", "프로는 팬을 위한 경기를 해야한다.", "예능프로도 재미없음 재미없다고 말할 수 있는데 프로게이머 경기가 재미없으면 깔 수 있는거 아니냐."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e-sports 는 스포츠 인가요? 아니면 예능인가요? 비교를 하려면 스포츠와 비교를 해야지 왜 예능과 비교를 합니까? 우리가 축구선수들에게 팬을 위한 축구를 하라고 하던가요? 골 안들어가면 재미없으니까 가끔 수비 실책도 해줘야죠? 재밌는 야구를 팬들이 보기위해 투수들은 가끔 일부러 쉬운공도 던져가면서 홈런도 맞아주고 난타전도 만들어 달라고 하던가요? 아닙니다. 왜냐? 스포츠 니까요. 공정하게 승부를 가리는것은, 보는사람의 재미보다 중요하니까요.
만약 테란선수들이 올스타전에서 치즈러쉬를 했으면, 아마 저도 죽도록 깠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사실 치즈를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그치만, 만들어진 취지부터 애초에 팬을 위한 예능의 자리인 올스타전 과 달리, 대부분의 날빌논란이 일어나는 곳은 GSL 입니다. 다른 운동으로 치면 정규리그 인 거죠. 그런 곳에서 승부에 충실한 프로게이머 들에게 팬을 위한 빌드를 쓰지 않았다고 욕을 하는건, e-sports 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결국 wwf 같은 취급을 받으려고 지금의 수많은 프로게이머들과 게임단 들이 노력을 한건 아닐텐데 말이죠. 막말로 얘기해서, 그렇게 팬을 위한 빌드를 원하시면, 매 경기전마다 팬투표로 빌드를 정해서 하는거 어떤가요? 가장 공정하게, 팬들이 원하고 보고싶어하는 빌드를 정해서 플레이 하는 겁니다. 보고싶든 빌드 볼수 있고, 날빌따위 안나오고 얼마나 좋습니까? 그치만 아무도 그런걸 원하지 않을겁니다.
흥행?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흥행은 선수들이 신경써야할 부분이 아닙니다. 핸드볼이 올림픽때만 반짝하고 정작 비인기종목으로 고생하고 있는건, 선수들의 책임도, 선수들이 신경써야할 부분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거야 말로 연맹이 해야하고, 구단들이 해야하고, 그 시장을 아껴주는 팬들이 해야하는 일이죠. 프로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상, 선수들의 첫째 덕목은, 승부에 충실 하라 입니다, 그리고 그건 e-sports 가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이상, 프로게이머 들에게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3. 치즈러쉬의 문제와 진정한 해결책
자, 그럼 제가 치즈러쉬를 옹호하느냐, 그건 절대 아닙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치즈러쉬를 비판하는 이유가 팬을 위한 경기를 하지 않아서, 팬들이 재미없어 해서, 라는 식으로 마치 프로선수들을 팬이 시키는데로 하는게 첫번째 임무 인 마냥 취급하는게 싫어서 이런 글을 썻습니다. 그럼 치즈러쉬가 왜 문제인가. 그걸 분석하려면 먼저 치즈러쉬가 왜 이렇게 빈번하게 나오는지, 왜 사기 소리를 듣는지 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테저전을 예로 들면, 치즈러쉬 논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저그는 앞마당 안먹고 테란잡기가 어려워서 일단 앞마당을 먹고 보는데, 테란이 그걸 노려서 치즈러쉬를 하면 저그는 못막고 털리던지 막아도 손해. 그렇다고 정찰도 안된 치즈를 막자고 본진 플레이를 하자니 테란이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명 그것도 손해가 막심. 이도 저도 싫어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위해 내가 먼저 공격을 가야겠다 하고보니 남은건 5드론. 결국 저그는 오늘도 안습 ㅜㅜ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요, (솔직히 벨런스쪽은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 틀린게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결국 문제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앞마당을 먹은 저그는 치즈를 손해없이 막기가 상당히 버겁다" 와, "본진 플레이로 테란을 상대하기 워낙 힘들어서 앞마당을 먹을수 밖에 없다". 그럼 이걸 어떻게 해결하느냐, 맵에 손을 대거나, 블리자드에서 패치를 해줄 수 밖에 없죠. 반대로 말하자면, 이런 상황을 만들어서 치즈러쉬를 고승률 전략으로 만들어버린 맵 제작자와 블리자드가 문제의 중심이지, 그걸 사용하는 유저들이 문제의 중심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블리자드의 잘못이고 책임이지, 그걸 이용하는 테란유저들의 비매너가 아니라는 겁니다.
어느날 축구경기에 오프사이드 룰이 없어졌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럼 축구 감독들이 과연 팬들을 생각해서, 없어도 있는것 처럼 오프사이드 트랩에 같이 맞춰주고, 공격수들은 수비수보다 앞쪽에서 기다려주고 있을까요? 절대 아닐겁니다. 아마도 새로운 룰에 맞춰서 이길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택하겠죠. 그럼 팬들이 감독들을 까야하고 공격수들을 까야할까요? 왜 매너없이 그런짓을 하냐고? 아니죠, 팬들은 아마 그런 미친 규칙을 적용한 fifa 를 깔 겁니다. 그게 당연한 거기도 하고요. 감독들 과 선수들은 새로운 룰이 생기면 그 룰에 맞춰서 승패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게임이 재미없어지거나 공정하지가 않게 되면, 그건 시스템의 문제고 규칙을 정하는 사람들의 문제지 그 안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탓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왜 다른 스포츠들에선 당연해보이는 이런것들이, e-sports 란 이름 안에선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지, 왜 누구보다 e-sports 를 사랑하고 스포츠로서의 존재를 응원해줘야 하는 우리들 사이에서 조차 발생해야 하는지, 살짝 아쉬울 따름입니다.
4. 마무리
누군가 이렇게 물어볼지도 모릅니다. 축구와 야구처럼 이미 역사와 전통이 깊고 팬이 많은 스포츠와 달리,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해나가는 스포츠인데, 팬을 얻고 흥행을 얻는게 더 중요하고 급한 문제가 아니냐고. 뭐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치만 제 개인적인 소망은, 이스포츠가 wwf 처럼 되는것보단, 차라리 비인기종목일 지라도 스포츠로서의 존재가치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여태까지 이 모든걸 쌓아온 이스포츠 역사의 많은 시람들과, 우리 팬들을 위해서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