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개념의극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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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3-27 17:05:50 KST | 조회 | 636 |
제목 |
민중의 영웅 가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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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톤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마 어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을테고, 농부로서 죽었을 것이다. 그는 단순하고 삶의 소소함을 즐기는 소년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평민들이 그렇듯 그는 고된 노동과 여의치 않은 집안 사정 덕에 교육은 사치였을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다. 누가 누구와 싸우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스톤은 애국자였으니까. 그는 귀족들과 왕들만의 그레이트 게임 속 말일 뿐이었지만 기꺼이 입대하였다. 국왕과 조국을 위하여!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을 바꾸어 버렸다.
그는 훌륭하게 싸웠다. 대포의 포연 속으로 그는 다른 젊은 청년들과 함께 묵묵히 전진했다. 양옆의 동료들이 총포탄에 스러져갈때에도 묵묵히 명령을 따랐다. 강철과 화염의 폭풍 속에서 그는 그의 의무를 다했다. 아니 그의 의무보다 더욱 뛰어나게, 용맹하게 적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못배운 문맹 평민 청년이 대위 계급을 얻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났다. 그가 쓸모 없어진 국왕은 그를 고향으로 돌려 보냈다. 수 년을 군대에서 지낸 가스톤은 살상 외에는 아는 기술도 없었다. 그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그를 폭음과 포연만이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가 얻은 모든 것, 그의 부와 사회적 지위는 모두 그와 타인의 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그는 한 여인을 사랑했다. 그것도 오직 하나의 이유 때문에! 그녀는 품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녀를 이상한 아이로 취급하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품위. 그 어떠한 평민이 품위를 가졌는가. 품위는 귀족들과 왕들의 전유물이다. 그는 벨을 혁명의 씨앗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가 빼앗긴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존엄성을 귀족들로부터 되찾아야 했기 때문에.
벨이 야수의 성에서 돌아왔을때 그는 분노하였다. 평민의 품위와 존엄성을 다시 귀족에게 빼앗기다니! 그는 야수의 외모 때문에 분노한 것이 아니다. 그는 그 거짓된 환각을 꽤뚫어 보았다. 야수는 외모가 야수여서 야수가 아니다. 성에 살고 농민들의 고혈로 살찌우고 태어나서 한 순간이라도 진실된 노동을 하지 않았기에 야수인 것이다. 그는 떠올랐을 것이다. 귀족들의 왕좌 놀음에 빼앗긴 그의 청춘을! 전장에서 짓이겨진 그의 동지들을! 이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전투에서 죽인 그의 형제들! 착취당하는 그의 이웃들을! 아버지의 눈물을! 그리고 평민의 옷이 아니라 귀족의 드레스를 입혀 존엄성을 빼앗긴 벨을.
가스톤은 대중을 이끌고 야수의 성으로 진격하였다. 자유와 형제애와 세상의 정의를 위하여. 야수의 심장에 칼을 박기 위해! 그리고 그는 죽었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영웅은 으레 죽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의 추종자들이 그의 깃발을 들고 그를 기리며 혁명을 완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도망치고 말았다. 그리고 야수의 성이 돌아오자 다시 세금을 내는 것을 택하였다.
아아 배반당한 혁명이여! 배신당한 우리의 영웅 가스톤이여! 무산 계급은 진실된 소비에트인 가스톤을 버리고 왕정주의 귀족 압재자의 사슬을 선택하고 말았다. 도대체 왜? 그들은 자기 자신을 위한 노동이 그렇게나 두려웠던 것인가? 자신에게 돌아가는 피땀의 결실을 거부하고 죽음과 세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야수의 거짓된 위엄 때문에? 농노들의 고혈을 시멘트로 삼아 쌓아올린 궁전에 매혹되어서? 자유가 그렇게나 두려운 것이었는가?
진정한 야수는 과연 누구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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