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시험만능주의가 교육 자체를 끊임없이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지식의 파편화, 암기 위주의 학습, 개인의 창의성 억압, 대학에서의 고시 열풍, 학원 과외 성행등이다. 특히 대학교육의 경우 기말시험과 고시 열풍이 똑똑한 범인만을 양산하고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한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엘리트는 오히려 시험 제도 아래서 소멸되고 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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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시험이 지식을 파편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스쿤즈에 따르면, 역사가 해리슨은 항의서한에 뒤이은 논설에서 지식의 파편화와 학원 과외를 염려하지만 그것도 잘못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스쿤즈는 짓궂게도 공무원 임용시험 준비생이 해리슨 교수 전공 분야인 영국사 시험을 위해 학원에서 공부한 메모 기록을 소개한다. 그것은 앵글로-색슨 시대에서 18세기 말 피트 내각에 이르는 전 시기에 걸쳐 쟁점이 될 만한 주제를 뽑아 여러 학설을 정리하고 비교한 것이었다. 이 한 가지 사실 만으로도 지식의 파편화나 학원 강사의 폐해를 강조하는 것은 근거 없는 비난임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영석, 영국 제국의 초상: 19세기 말 영국 사회의 내면을 읽는 아홉 가지 담론들 中
어 이거 다 어디서 본 거 같은데